[기획] 문재인 정부 건보 보장성 강화 "목표보다 미흡…국민 부담은 줄여"

[기획] 19대 대선 보건의료 공약 얼마나 잘 지켜졌나?
비급여 급여화, 발표 초기 의료계 반대 딛고 추진
"국민 4,200만 명, 16조 6,000억 원 의료비 혜택받아"

박민욱 기자 (hop***@medi****.com)2022-02-24 06:08


[메디파나뉴스 = 박민욱 기자] 2017년 5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실시된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 공약을 내놓았다.

특히 고가의 검사비, 신약, 신의료기술 등 건강보험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를 축소하고 건강보험 적용 대폭 확대한다는 내용이 가장 중점이었으며 공공의료 확충과 의료체계 개선도 약속했다.

당선 이후 불과 3개월 만인 2017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은 2022년까지 30조 6,000억 원을 들여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계획을 발표했다.

일명 '문재인 케어'라고 불린 이 대책의 핵심축은 비급여의 급여화, 취약계층 본인부담 완화, 의료 안전망 강화 등으로 5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대부분 과제는 완료했다.

다만 당초 목표했던 건강보험 보장률 70%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2020년 건강보험 보장률은 65.3%로 2017년 62.7%보다 2.6%p 상승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문재인 케어 반대하며 2018년 5월 열린 제 2차 전국의사총궐기대회
◆ 정책 발표 초창기, 의료계 격렬한 반대…전면 급여화→급여화 수정

당시 정부는 80%의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야심차게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하고 추진했지만, 바로 의료계의 큰 반대에 직면했다.

이는 미용과 성형을 빼고 모든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 당시 의협은 "재대로 된 재정 추계 없이 정부가 사회주의 방식의 비급여의 전면급여화 밀어붙인다"고 반대했다.

의사들 입장에서는 저수가로 의료행위 원가가 나오지도 않아 비급여를 사실상 인정해줬는데, 이제 정부가 이를 통제 가능한 영역으로 넣는다면 전체적 수가 인상이 먼저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정부와 의사단체는 대립각을 세우다가 결국 12월 대한문 앞에서 의사 3만 명이 모여 '문재인 케어' 반대 집회를 진행했고, 의정 대화 채널이 열렸지만 그때뿐이었다.

사실상 의사단체 의견을 묵살하며 2018년 4월 상복부 초음파를 시작으로 급여화 작업이 진행하자 의료계 강경투쟁파인 최대집 의협 회장이 당선되면서 정부와 대립각은 계속 이어졌다.

특히 2018년 5월 20일 대한문 앞에 의사들이 모여 제 2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실시하며 갈등이 극에 달했지만, 극적으로 의정대화가 진행되면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는 '비급여의 급여화'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추진하게 됐다.

당시 우려하던 사안은 '재정'이었는데 결국 2021년 건강보험료가 2.89% 인상되면서 현실화가 됐다.

◆ 속도감 있게 진행된 '비급여의 급여화'

의료계 반대 속에서도 '건보 보장성 강화' 기차는 계속 달렸다. 지난 4년 반 동안 의료비 부담이 크고 보장 필요성이 높은 비급여 항목 및 중증질환을 중심으로 추진됐다.

구체적으로 2017년 선택진료비를 폐지하고 병원급 이상의 2·3인실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한편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두 배 이상 확대했다. 또한, 초음파 및 MRI 검사 등 치료에 필요한 비급여 항목에 대해 단계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하여 국민의 의료비를 낮췄다.

그 결과, 상급종합병원에서 건강보험 보장률은 지난 2017년 65.1%에서 2019년 69.5%로 상승했고, 종합병원 보장률 역시 같은 기간 63.8%에서 66.7%로 늘었다.

이어 3,600여 개 비급여를 대상으로 건강보험 적용 확대에 나섰지만, 이 중 2,600여 개를 검토, 급여로 전환했거나 급여 확대된 것은 1,200여 개에 불과했다.

초음파는 2017년 상·하복부를 시작으로 비뇨기, 두경부, 2021년 유방, 심장, 흉부 올해 2월 갑상선 초음파가 급여권으로 들어왔다. 또한, 오는 3월부터 증상이 심한 퇴행성 척추질환 환자의 MRI 검사 급여가 적용되며 연내 근골격계 MRI 급여 적용 논의가 진행된다.

불과 5년도 안 된 시점에서 속도감 있게 진행된 급여화에 의학계에서는 너무 빠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창영 대한임상초음파학회 이사장은 "전체적으로 초음파 보험화에 동의하지만, 속도가 너무 빠른 것이 우려된다. 앞서 급여화 된 초음파에 대해 재정 건전성 등을 충분히 살펴보고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그는 이어 "초음파 급여화가 진행되며 건강보험재정의 급격한 악화 및 민간보험회사의 반사이익에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보장성 강화 과제별 추진 현황>
과제 구분 추진 현황 비고
비급여의 급여화 3대비급여 해소 선택진료비 폐지(’18.1) 완료
상급병실(23인실) 급여화(’19) 완료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22) 추진중
의학적 비급여 급여화 초음파 급여화(’22) 추진중
MRI 급여화(’22) 추진중
등재기준 비급여 급여화(’22) 추진중
치과·한방·약제(’22) 추진중
의료 취약계층
본인부담 경감
취약계층
본인부담 경감
노인 (치매검사 급여화, 중증치매틀니임플란트
본인부담경감, 노인외래정액제 개선 등)
완료
아동 (입원진료비 본인부담률 5%로 경감 등) 완료
여성 (검사, 마취, 약제 등 난임치료시술 보험적용) 완료
장애인(보조기기 급여 단계적 확대) 완료
본인부담
상한제 개선
소득 하위 50% 연간 건강보험 의료비 본인부담
상한액을 연소득의 10% 수준으로 인하
완료
의료안전망
강화
긴급
위기지원
재난적 의료비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및 대상자 확대
(연간 3천만원 한도(필요시 추가 지원))
완료

◆ "국민 4,200만 명, 16조 6,000억 원 의료비 혜택 받아"

지난 1월 건보공단에 따르면 보장성 강화정책 추진으로 약 4,200만 명 국민의 약 16조 6,000억 원의 가계의료비 경감 혜택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취약계층 본인부담 완화, 의료안전망 강화 측면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냈다.

아동에 대해서는 ▲15세 이하 입원진료비의 본인부담률을 10~20%에서 5%로 인하 ▲1세 미만 외래진료비 본인부담률 21~42%에서 5~20%로 인하 ▲조산아 및 저체중 출산아 외래진료비 본인부담률을 36개월 미만 10%에서 60개월 미만 5%로 인하했다.

이어 충치치료 건강보험 적용과 함께, 구순구개열 치료를 위한 치아교정에 건강보험을 적용하여 의료비 부담을 기존 3,500만 원에서 730만 원 수준으로 대폭 줄였다.

노인에 대해서도 ▲중증치매 치료(20~60% → 10%), ▲틀니·임플란트(50% → 30%) 등 주요 질환에 대한 본인부담률을 낮췄으며 장애인에 대해서는 장애인보장구 급여 대상자 확대 의수·의족 급여액 인상(평균 +22.8%) 등의 정책을 추진했다.

임신이 어려운 여성들을 위해서는 난임 시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등 저출산 시대에 필요한 지원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5세 이하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2017년 66.8%에서 2019년 69.4%로, 65세 이상은 같은 기간 68.8%에서 70.7%로 증가했다.

의료안전망 강화를 위해 소득 하위 50% 국민이 연간 부담하는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의 상한액 기준을 본인 연소득의 10% 수준으로 인하해 저소득층의 환급금을 확대했다.

이어 치료적 비급여 의료비를 지원하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 대상을 기존 4대 중증질환*에서 전체 질환으로 확대하고 지원 한도를 최대 2,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인상했다.

정부는 많은 국민이 혜택을 받았다고 발표했지만, 수치에 집계되지 않은 의료기관의 희생도 있었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이상운 의협 부회장은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는 많은 예산이 필요하지만 투입된 재원은 예상보다 적었다. 국민 혜택은 컸을지, 보이지 않는 의료기관 희생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 2022년, 근골격계·이비인후과 질환 중심 급여 확대 남아

제 20대 대선은 3월 9일이지만, 문재인 정부 임기는 5월까지이다. 아직 3개월 정도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남은 과제를 마무리해야 한다.

2022년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에 따르면 근골격계·이비인후과 질환 중심의 급여가 확대된다.

또한, 비급여의 급여화 이후 남는 비급여를 관리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전담조직을 신설해 비급여 보고제도를 준비하고 있다.

이후 비급여 보고제도가 정착되면 비급여의 정확한 실태 파악이 가능해짐으로써, 비급여 규모 차이로 인해 급여화 논의가 쉽지 않았던 척추 MRI 급여화와 같은 소모적 논쟁을 줄여 급여화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건보공단 강도태 이사장은 "올해는 2022년 계획인 근골격계·이비인후과 질환 중심의 급여확대로 보장성 강화계획을 차질없이 마무리하고, 차기 보장성 강화계획 수립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보장성 강화로 인한 가계부담 경감, 진료비 부담 변화 등 다양한 측면의 성과평가를 시행하여 향후 보장성 강화정책 추진방향을 설정하고 국민 소통채널을 통해 국민 요구도 높은 보장성 강화항목을 발굴하여 급여 우선순위와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사회적 합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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