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중증 호산구성 천식 환자를 위한 생물학적 제제 치료가 보험 급여 혜택을 받고 있음에도 실제 환자 접근성은 크게 제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물학적 제제의 엄격한 급여 기준이 환자 치료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1월부터 2024년 8월까지 중증 호산구성 천식 치료제에 대해 보험 급여를 받은 환자는 총 284명에 불과했다.
보험 급여 기간 별로 살펴보면 2023년 11월부터 12월까지 생물학적 제제 보험 사용 환자수는 5명, 올해 1월부터 8월까지는 282명이었다. 즉, 10개월간 생물학적 제제 중복 급여 혜택을 누린 환자는 단 3명에 그친 셈이다.
의료계는 이러한 제한적 혜택의 원인으로 복잡하고 엄격한 급여 기준을 꼽았다. 현재 관련 질환에서 급여 등재된 생물학적 제제는 '누칼라(메폴리주맙)'와 '싱케어(레슬리주맙)', '파센라(벤라리주맙)' 등 3품목으로 급여기준은 조금씩 상이하다.
예를 들어 누칼라는 성인 중증 호산구성 천식 환자 중 고용량 흡입용 코르티코스테로이드-장기지속형 흡입용 베타2 작용제(ICS-LABA)와 장기지속형 무스카린 길항제(LAMA) 투여에도 불구하고 적절하게 조절이 되지 않을 때 사용이 가능하다.
세부조건은 또 따로 있다. 치료 시작 전 1년 이내 혈중 호산구 수치가 300cells/㎕ 이상이면서 ①치료 시작 1년 이내 경구 코르티코스테로이드(OCS)가 요구되는 급성악화가 4번 이상 발생 ②치료 시작 6개월 전부터 OCS를 지속적으로 투여한 경우 중 한 가지를 만족해야 한다.
또는 치료 시작 전 1년 이내 혈중 호산구 수치가 400cells/㎕ 이상이면서 치료 시작 전 1년 이내 OCS가 요구되는 급성악화가 3번 이상 발생한 경우에 급여가 적용된다. 이처럼 엄격한 기준은 실제 중증 환자에게 부담이 크다.
삼성서울병원 알레르기내과 강노을 교수는 이날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급여기준으로 나와 있는 천식 악화 기준이 굉장히 까다롭다"면서 "치료 6개월 전부터 OCS를 6개월 동안 매일 복용한 사람은 호산구 수치가 300이 나올 수 없다"고 진단했다.
OCS 또한 면역세포인 호산구에 반응하기 때문에 생물학적 제제를 쓸 수 있는 수치 자체가 나오지 못한다는 것. 하지만 OCS 사용량이 누적되면 내분기계에 영향을 줘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백내장 등 부작용에 노출되기 쉽다.
또 생물학적 제제에 대한 교체투여 불가도 문제로 지적됐다. 현행 복지부 급여기준에 따르면 누칼라와 싱케어, 파센라간 병용투여나 교체투여는 급여기준에서 제외된다.
문제는 치료기전이 조금씩 다르다는 데 있다. 누칼라와 싱케어는 인터루킨-5(IL-5)에 직접 결합해 IL-5에 의한 호산구성 천식 염증 활성화를 방해하는 기전인 반면, 파센라는 호산구 표면에 발현돼 있는 인터루킨-5 수용체(IL-5Rα)와 직접적으로 결합해 세포자멸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환자 개인 특성에 따라 반응하는 치료제 또한 조금씩 다를 수 있다.
강 교수는 "파센라 같은 경우 IL-5Rα에 작용하기 때문에 나머지 두 제제랑은 조금 기전이 다르다"면서 "환자마다 자기한테 맞는 치료제가 각기 다를 수 있는 만큼 교체투여 불가 부분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에서는 중증 호산구성 천식 환자를 국내 천식 환자 중 5~10% 정도로 보고 있다"며 "이와 비교해보면 상당히 많은 환자가 생물학적 제제 치료 혜택을 못 받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중증 호산구성 천식에 대한 치료 환경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중증 호산구성 천식에 대한 질병코드 신설 계획을 묻는 서영석 의원 질의에 대해 "학회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 통계청과 함께 중증 호산구성 천식 등 질병코드 신설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중증 호산구성 천식 환자 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희귀질환 지정 또는 중증난치질환 산정특례로 지정할 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질의에 대해서는 "질병관리청의 국가 관리대상 희귀질환 지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면서 "희귀질환으로 지정 시, 산정특례 포함 여부에 대해서도 따져보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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