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제약업계에 본격적인 '인사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올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통해 임기만료 전문경영인 19명 중 4명만이 교체된 이후 최근까지 10명 내외의 최고경영자(CEO : Chief Executive Officer)가 교체되는 등의 변화를 가져왔다.
기업에 따라 오너경영 체제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며, 일부 기업은 오너와 전문경영인 병행, 전문경영인을 통한 책임경영에 나서 대조를 보이기도 했다. 이는 각 기업들이 미래 지속 성장과 새로운 도약을 위해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오너-전문 체제였던 국제약품은 전문경영인 안재만 대표가 사임한 이후 후임 전문경영인 선임 없이 남영우 명예회장과 3세 남태훈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삼일제약의 경우도 2021년 3월에 첫 선임돼 2027년 3월 임기예정인 김상진 대표가 지난 9월말 사임한 이후 3세 허승범 대표의 오너 단독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대화제약도 노병태 회장(61년생)과 창업주 김수지 회장의 아들 김은석 대표(75년생)와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해 왔으나 노 회장이 지난 4월 사임하면서 오너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노 회장은 2008년 3월 대표이사에 올라 6연임에 성공, 26년 3월이 임기만료였다.
안국약품은 전문경영인 원덕권 대표(63년생) 체제에서 지난 11월 오너 2세 어진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선임, 전문-오너 각자 대표체제로 전환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지난 8월 정재훈 대표(71년생)를 계열사 동아에스티 대표로, 동아에스티 김민영 대표(72년생)는 홀딩스 대표로 교체했다. JW홀딩스는 올 3월 선임한 계열사 JW생명과학 함은경 대표(63년생)를 이달 초 JW중외제약 총괄사장으로, 후임에 사내이사인 노정열 제품플랜트장(66년생)을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셀트리온제약 서정수 대표는 임기만료 1년을 앞둔 올 3월 사임했고, 오상훈 대표와 2인 대표체제를 유지했던 차바이오텍 이현정 대표(70년생)는 선임된지 1년여만인 올 5월 사임했고, 지씨셀 제임스박 대표는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지난 11월말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로 내정되면서 사임했다. 후임에는 연구소장 출신 원성용 전무가 새롭게 선임됐다.
이외에도 종근당바이오 이정진 대표이사 부사장(64년생)은 임기만료 2년을 앞둔 올 3월 사임하고, 박완갑 대표이사 전무(73년생) 체제로 전환됐으며, 역시 2026년 3월 임기만료 예정인 에스티팜 김경진 대표(63년생)가 올 6월 사임하고, 성무제 대표(65년생)가 선임되는 변화를 보였다.
업계의 이런 분위기 속에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 환경에 대응을 위한 경영효율성 제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인사개편을 구상하거나 일부 기업은 수년간 경영수업을 받아왔던 2~3세 오너들을 전면에 내세울 가능성도 있어 예년과 다르게 '인사태풍'이 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지속되는 만큼 젊은 오너 경영인을 내세워 장기 성장을 도모하고, 오너 2·3세를 전면에 배치해 책임경영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에 따라 오너 2·3세들의 경영능력과 리더십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를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제약사 임원은 "매년 인사철이면 임기가 남아있어도 대표이사의 교체는 언제든 한순간에 이루어질 수 있다"며 "무엇보다 지금과 같이 제약업계의 적지 않은 과제를 앞두고 변화를 모색할 가능성도 있어 인사태풍은 예고 없이 몰려 올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인사철이 다가오면서 일부 기업에서 새로운 전문경영인을 물색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제약산업은 여타 산업에 비해 보수적인 특성이 강해 변화보다는 안정을 선택해 왔다. 최근 수년간의 사례를 보면, 2014년의 경우 임기만료 10개 기업 전문경영인 중 1곳을 제외하고 모두 유임된 바 있으며, 2015년에는 8명 중 7명, 또 제약업계 사상 가장 많은 전문경영인들의 임기만료를 맞았던 2016년 3월에는 21명 중 4명만이 교체됐다.
다만, 2017년에는 13명 중 임기만료로 물러난 인사는 3명에 불과했으나 임기만료와 무관하게 10명이 교체된 바 있어 최대의 '인사태풍'이 몰아친 사례도 있다. 2018년에는 20명 중 3명만이 교체된 바 있으며, 2019년에는 13명 중 11명이 재선임됐다. 2020년에는 19명 중 14명, 2022년과 2024년에는 각각 19명 중 15명이 재선임됐다.
이에 메디파나뉴스가 전문경영인(CEO : Chief Executive Officer 최고경영자, 일부는 COO : Chief Operating Officer 업무최고책임자, CFO : 최고재무책임자)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주요 48개 상장제약·바이오사(지주사 포함)의 54명 전문경영인 임기 현황을 집계한 결과, 15명(27.8%, 13개 법인에 14명)이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10명 중 3명 남짓 재신임 여부를 기다리게 됐다.
정기주총 시즌인 2025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둔 전문경영인은 ▲일양약품 김동연(50년생) ▲팜젠사이언스 김혜연(57년생) ▲삼진제약 최용주(57년생) ▲대웅 윤재춘(59년생) ▲휴온스 송수영(63년생) ▲휴온스글로벌 송수영(63년생) ▲안국약품 원덕권(63년생) ▲차바이오텍 오상훈(64년생) ▲동화약품 유준하(64년생) ▲영진약품 이기수(66년생) ▲동국제약 송준호(67년생) ▲팜젠사이언스 박희덕(68년생) ▲휴온스 윤상배(70년생) ▲옵투스제약 박은영(75년생) ▲보령 장두현(76년생) 등이다. (나이 順)
국내 제약업계 최장수 전문경영인은 제일약품 성석제 대표(60년생)로 2005년 3월에 첫 선임, 2023년 3월 주총에서 7연임(임기 2026년 3월)에 성공했다. 이어 일양약품 김동연 부회장(50년생) 2008년 3월 선임 이후 현재 6연임 중인 가운데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신풍제약 유제만 대표(56년생)가 2014년 3월 선임됐고, 대웅 윤재춘 대표(59년생), 셀트리온 기우성 대표(61년생), 종근당 김영주 대표(64년생), CMG제약 이주형(62년생) 대표 등이 2015년에 선임됐다.
한편 오너들 가운데 대표이사(사내이사 포함)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경영인을 보면 △국제약품 남영우 회장(42년생) △한독 김영진 회장(56년생) △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 서정진 회장(57년생) △위더스제약 성대영 회장(59년생) △JW홀딩스 이경하 회장(63년생) △유유제약 유원상 대표(74년생) △보령 김정균 대표(85년생) 등이다. 그외 한독 김영진 회장의 장남 김동한 전무(84년생)와 하나제약 조경일 명예회장(44년생)의 딸 조예림 이사(79년생) 등은 사내이사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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