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산 의약품 관세 추진…美 병원·제약업계 강력 반발

중국산 원료의약품 관세 부과 시 미국 내 의약품 가격 상승 및 공급난 우려
유럽산 바이오의약품에도 관세 부과 가능성… 글로벌 제약업계 긴장

최인환 기자 (choiih@medipana.com)2025-02-07 11:50

[메디파나뉴스 = 최인환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10%의 관세 부과를 공식 발표한 가운데, 미국 병원 및 제네릭 제약업계가 이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관세 부과 시 암, 심장치료제 및 항생제 등의 가격 인상 및 공급 부족 초래가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이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7일 한국바이오협회는 로이터 통신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병원과 제네릭 제약회사들로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새로운 관세를 면제하라는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핵심 의약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원료의 30%가 중국에서 생산되며, 일회용 안면 마스크의 3분의 1과 의료 분야에 사용되는 거의 모든 비닐 장갑도 중국에서 생산되는 가운데 중국산 제품에 관세 부과 시 미국 내 의약품 부족 및 가격 상승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 약 5000개 병원과 의료 시스템을 대표하는 미국병원협회(AHA)는 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이번 관세 조치가 암과 심장치료제는 물론 중국산 아모실린과 같은 항생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제네릭 의약품 로비 단체인 접근가능 의약품 협회(AAM)도 저가 의약품 제조업체들이 직면한 이윤 마진의 부족과 의약품 부족의 역사를 언급하며 트럼프 행정부에 의약품 관세 면제를 제공할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네릭 의약품은 미국 내 의약품 시장에서 90% 이상을 차지하며, 대부분이 중국 및 인도산 원료를 기반으로 제조된다.

미국은 1994년 WTO 의약품 협정에 서명하며 의약품 및 의약품 원료에 대한 관세를 철폐한 바 있다. 이 협정에는 미국을 포함해 유럽연합(EU), 일본, 캐나다, 스위스, 노르웨이, 영국 등 대부분 의약품 선진국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7000개 이상의 제약 활성 성분(API) 및 완제 의약품이 면세 대상이다.

이번 관세 조치에 대한 제약업계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머크(Merck), 암젠(Amgen),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등 대형 브랜드 제약사는 “중국에 부과하는 10%의 관세가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모닝스타의 애널리스트 캐런 앤더슨은 "중국에서 활성 성분(API)을 조달하는 미국 브랜드 제약회사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더 크고 기초적인 블록버스터 제품을 생각할 때 대부분은 자체적으로 만들거나 미국 또는 유럽의 파트너에 의해 제조된다"고 분석하면서 유럽에서 제조되는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 가능성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멕시코 및 캐나다에 이어 유럽연합을 다음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UBS 제약 애널리스트 트룽 후인(Trung Huynh)은 "의약품은 규제 프로세스의 일환으로 제조 현장을 승인해야 하며, 모든 테스트 배치를 모니터링해 활성 성분 및 유통 기한의 일관성을 확인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미국으로 옮기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무역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은 2023년 한 해 동안 해외에서 1760억 달러 규모의 의약품을 수입했으며, 이 중 60억 달러(약 3.4%)가 중국산이었다. 금액 기준으로는 낮지만, 물량 기준으로는 중국과 인도가 주요 공급국으로 꼽힌다. 반

면, 아일랜드(410억 달러, 23.3%), 독일, 스위스 등 유럽 국가들은 미국이 수입하는 고가 바이오의약품의 주요 공급국이다.

미국 제약산업은 전통적으로 케미컬 의약품(화학 기반 의약품)의 원료를 중국과 인도에서 저가로 수입해 미국에서 완제 의약품으로 생산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반면, 고가 바이오의약품의 경우에는 자체 제조 또는 유럽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비중이 높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제네릭 의약품 업체들은 중국산 원료에 대한 관세 인상에 큰 영향을 받는 반면, 브랜드 제약사는 상대적으로 덜 영향을 받는 셈이다.

미국 내 병원 및 제약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관세 부과 여부 ▲대상 품목 ▲대상 국가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까지 관세 정책이 중국산 원료의약품 및 일부 제네릭 제품에만 국한될지, 또는 완제 의약품 전체로 확대될지는 불확실하다. 또한, 미국이 유럽에도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글로벌 제약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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