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구겼던 유방암 치료제 '입랜스'…새 데이터로 만회할까

P-VERIFY 결과, CDK4/6 억제제 간 유의미한 차이 없어 
OS 입증 실패로 명성 금 간 입랜스 자존심 회복 주목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5-03-01 05:58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HR+/HER2- 유방암 표준 치료제인 CDK4/6 억제제 경쟁에서 한 발 밀렸던 화이자가 이를 만회하는 연구를 내놨다.
 
노바티스 '키스칼리(리보시클립)'나 일라이 릴리 '버제니오(아베마시클립)'와 비교했을 때, 생존기간(OS)에서 '입랜스(팔보시클립)'가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다. 

앞서 입랜스는 다른 CDK4/6 억제제와 다르게 최종 연구에서 OS를 입증하지 못한 바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R+/HER2-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1차 치료로 사용되고 있는 3가지 CDK/4/6 억제제를 직접 비교한 리얼월드 분석 임상 3상 P-VERIFY 결과가 샌안토니오 유방암 심포지엄에서 공개됐다.  

P-VERIFY 연구는 미국 플랫아이언헬스(Flatiron Health)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2015년 2월~2023년 11월까지 치료받은 HR+/HER2- 전이성 유방암 환자 9146명(팔보시클립: 6831명, 리보시클립: 1279명, 아베마시클립: 103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또 환자 특성을 균형 있게 맞추기 위해 역확률 치료가중치(sIPTW) 분석을 했다. 

주요 평가변수로는 베이스라인 대비 30개월 시점까지 3가지 치료제 투여군 간 생존율을 비교했다. 

그 결과 각 치료 환자군의 생존율은 팔보시클립: 71.4%, 리보시클립: 72.2%, 아베마시클립: 71.5%로 유사하게 나타났다. 

각 치료제들을 비교한 위험비에서도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즉, 전반적으로 CDK4/6 억제제 치료군 간 OS 차이는 통계적으로도 유의하지 않다는 의미다. 

화이자로선 다소 한숨 돌릴 수 있는 연구 결과다. 입랜스는 2016년 FDA로부터 최초로 허가받은 CDK4/6 억제제지만, 최종 임상인 PALOMA-3 연구에서 생존기간을 입증하지 못했다. 

반면 키스칼리와 버제니오는 각각 MONALEESA7, MONARCH 2와 3 연구를 통해 생존기간 연장을 입증했다. 

이러한 임상 결과 탓인지 CDK 4/6 억제제 시장에서 절반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던 입랜스의 입지도 차츰 무너졌다. 

각 회사 2024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입랜스 지난해 매출은 43억6700만달러(한화 약 6조4000억원)를 기록한 반면, 버제니오는 53억700만달러(한화 약 7조8000억원)를 기록했다. 키스칼리도 매출 30억3300만달러(한화 약 4조4000억원)를 올려 입랜스를 추격하고 있다. 

그럼에도 의학계는 이와 무관하게 연구 디자인 차이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시각을 견지해왔다. 

HR+/HER2- 유방암 환자 치료 성적을 가늠하는 폐경 전 환자들의 참여 수나 치료 차수 등 여러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NCCN 가이드라인에도 세 가지 CDK4/6 억제제가 모두 반영돼 있고, OS를 증명하지 못했다고 해서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난다거나, 효과가 없다는 뜻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이지은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메디파나뉴스와 통화에서 "CDK4/6 억제제 간 OS 차이가 유의미하지 않다는 이번 리얼월드 데이터 결과는 환자 맞춤형 전략 수립에 중요한 근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임상 현장에서 축적된 데이터와 경험, 전이/재발 양상, 장기적 안전성, 치료 지속성 등을 고려해 최적의 치료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연구"라고 말했다.

한편 유방암에서 HR+/HER2- 유방암은 가장 많은 아형을 차지하고 있다. 그중 CDK4/6 억제제와 내분비요법 병용요법은 HR+/HER2- 진행성 유방암 환자 표준치료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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