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의료용 마약류를 사용한 환자들 중 53.9%가 잔여 마약류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병원약사회가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가정 내 의료용 마약류 수거·폐기 사업 종합병원-문전약국 연계 모델' 연구(연구자 권태협, 이형순, 정경주)에 따르면, 연구 참여 병원인 경북대학교병원에서 마약류를 처방받은 167명의 외래 방문환자에 대해 1차 상담을 실시한 결과, 53.9%인 90명이 잔여 마약류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보유 환자는 77명으로 46.1%를 차지했다.
이번 연구는 식약처가 2022년부터 사용 후 남은 의료용 마약류가 오남용되거나 불법 유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한약사회에 위탁해 실시 중인 '가정 내 의료용 마약류 수거·폐기 사업'과 연계 진행됐다. 지난해 처방 후 실제 가정에 남은 마약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병원약사회와 함께 '종합병원-문전약국 모델'을 추가하기로 한 것이다.
연구에 참여하기 위한 병원을 모집한 결과, 지역 거점 병원인 경북대학교병원이 최종 선정됐으며, 병원 앞 문전약국 6개소를 마약류 수거약국으로 지정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방법으로는 지난해 1월 이후 마약류를 처방받은 모든 외래 환자를 모니터링했으며, 사업기간인 7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약제부를 방문해 마약류를 수령하는 환자를 최종선정해 1차 상담을 실시했고, 잔여약이 있는 경우에는 2차 상담 의사 타진 후 추후 방문 시 개별 상담을 시행해 마약류 처방 현황과 잔여 마약류 현황, 발생 사유를 파악했다. 2차 상담 후 수거·폐기에 동의한 환자에게 경북대학교병원 문전약국 6개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폐기를 안내했다.
잔여 마약 확인을 위해 2차 상담 실시 대상인 잔여 마약 보유 환자 90명 중 26명은 예약 변경 및 입원 등의 사유로 방문하지 못해 2차 상담은 미시행됐다. 나머지 64명 중 5명은 2차 상담을 예약했으나 최종 상담 거부, 잔여약 확인 불가능 등으로 제외돼 최종 59명(잔여 마약 보유 환자의 65.6%)에 대해 처방 내역과 잔여량을 확인했다.
2차 상담 환자의 질환별, 약품 효능별 처방량과 잔여량 현황을 살펴보면, 암성통증 환자의 잔여량 비율이 가장 높았고 돌발성 통증 관리를 위한 속방형 마약성 진통제를 지속형 마약성 진통제의 12배 가까이 처방받고 있다.
환자 1인당 362.4개의 속방형 진통제를 처방받아 26.1개를 잔여로 가지고 있고, 신경 손상 환자의 경우 환자 1인당 514개의 속방형 진통제를 처방받아 36.4개를 잔여약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잔여약을 가지고 있는 환자 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8종, 444.4개의 약품을 처방받았으며 1.2종, 23.8개의 잔여약을 보유해 잔여 수량 비율은 5.4%로 나타났다.
질환별로 살펴보면 암성통증 환자는 37명으로 전체의 62.7%, 비암성통증 환자는 22명으로 37.3%였다. 암성통증 환자는 2.1종, 414개의 약품을 처방받고 잔여량은 1.3종, 32개였으며 처방약 대비 잔여 수량 비율은 7.7%였다.
비암성통증 환자는 1.5종, 474.7개의 약을 처방받고, 1.1종, 15.6개의 약을 잔여로 보유해 잔여 수량 비율은 3.3%였다. 이를 통해 잔여약 보유 비율이 가장 높은 환자군은 암성통증 환자이며, 가장 낮은 환자군은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로 확인됐다.
2차 상담을 완료한 59명 중 연계된 문전 약국에 잔여 마약류를 폐기한 환자는 6명이었다.
2차 상담에 응한 환자 59명을 대상으로 잔여약 발생 사유도 조사했다.
발생 사유 복수 응답도 개별 응답으로 보고 정리한 결과, ▲필요 시 복용에 따른 잔여 마약류 발생(60.9%)이 가장 많았다.
뒤이어 ▲증상 완화 및 해소로 인한 사용 중단(14.1%) ▲의존성, 내성, 부작용 발생 우려로 인한 사용 자제(9.4%) ▲앞당겨진 진료 일정으로 잔여약 발생(7.8%) ▲환자의 상태 악화에 따른 입원으로 자가 복용 마약류 사용 중단(3.1%) ▲다제약물 복용 부담으로 환자 스스로 일부 약품 투약 중단(3.1%) 순으로 나타났다. 환자 사망에 따른 경우는 1건 있었다.
연구팀은 "정해진 스케줄대로 투약하는 지속형 마약성 진통제와 달리 속방형 마약성 진통제는 환자가 통증 강도에 따라 스스로 조절해 일상생활을 유지해야 하지만 실제 환자들은 '견디기 힘든 통증'에만 사용하는 등 약물 의존성과 중독을 염려해 약물사용을 최소화한다는 응답이 많았다"며 "이로 인해 충분한 통증 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잔여약으로 남게 됐다. 이는 마약에 대해 약사의 체계적인 환자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마약류를 사용하는 환자에게 약사가 복약상담을 제공함으로써 환자가 적절하게 통증을 관리하여 삶의 질을 높이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를 통해 연구팀은 ▲잔여 마약류의 안전한 폐기까지 포함한 전문가팀의 중재 활동 제도화 ▲원내 처방시스템에서의 전산제어를 통한 이중 확인 절차 등 처방 중재 도입 필요 ▲다제약물 관리 및 중재를 통한 잔여 마약류의 발생 감소 노력 ▲국민 대상의 마약류 관련 지식과 오남용 위험성 교육 및 홍보 ▲마약류 수거·폐기에 참여한 환자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통한 환자의 자발적 참여 유도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발표한 2023년 의료용 마약류 취급현황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2.6명 중 1명이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았다. 2023년 의료용 마약류 처방환자 수는 1991만명으로 확인되는 등 의료용 마약류 사용이 증가했으나, 복용하고 남은 약이나 변질·변패 등으로 사용되지 못하는 약이 가정에서 증가할 수 있어 수거·폐기를 위한 관리체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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