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활발해진 기술이전, 이젠 수평적 계약 필요하다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5-03-13 06:00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얼마 전 베링거인겔하임은 MASH(대사이상관련 지방간염) 신약후보물질 'BI 3006337(YH25724)'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해지하고, 판권 등 관련 권리를 모두 유한양행에 반환했다.

오픈이노베이션과 기술이전 전략이 활발해진 이후, 이제는 계약 해지와 권리 반환도 흔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올릭스와 큐라클이 글로벌 제약사 떼아로부터 기술이전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고, 보로노이는 미국 기업 메티스로부터 기술이전했던 후보물질 권리가 반환됐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대웅제약이 미국 기업 비탈리바이오로부터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기술수출 계약 해지 의향을 통보받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여러 기술이전 계약이 해지되고 권리가 반환되는 이유에 대해 다양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에 따르면 보유 중인 신약개발 파이프라인 중 '집중과 선택'이라는 전략에 따라 반환하는 경우가 있고, 급격히 변하는 제약 시장 특성 상 경쟁력에 변화가 생긴 신약후보물질도 권리 반환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임상시험 결과가 초기 개발 과정에서 있었던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 개발에 필요한 자금력 부족 등 회사 사정이 발생하는 경우 등에도 권리 반환이 이뤄질 수 있다.

문제는 이처럼 다양한 사유로 인해 권리 반환될 경우, 해당 신약후보물질이 갖는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신약은 특성 상 시장 선점 시 갖는 유리함이 상당하기 때문에 출시 시점이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기술이전 계약이 체결된 시점에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더라도, 권리가 반환된 시점에서는 개발 지연으로 인해 경쟁력이 크게 하락할 수도 있다.

신약후보물질 효과나 안전성 자체에 문제나 오점이 있어 개발 가능성이 떨어진 경우가 아니라고 한다면, 원 개발사로서는 권리가 반환됐을 경우 경쟁력 하락에 따른 부담을 껴안아야만 한다.

더욱이 계약 해지, 권리 반환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대외적으로 비교적 부정적인 시각 또는 선입견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같은 이유로 업계에서는 경쟁 신약후보물질들을 견제하기 위해 기술인수 전략을 활용한다는 해석도 더러 나온다. 경쟁되는 신약후보물질을 기술인수 후 고의로 임상 진행을 늦추면서, 자체 개발 중인 신약후보물질이 개발속도 경쟁에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과거 국내에서 신약개발 사업과 기술이전이 활발하지 않던 시기가 아니다. 당시에는 글로벌 제약사 자금력과 개발 경험이 절대적 우위에 있었기에, 상대적으로 국내 업체 입장에서는 기술이전만으로도 큰 호재로 여겼을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내에서 신약개발 사업 규모가 눈에 띌 만큼 증가했고, 그만큼 신약개발 경험도 빠르게 쌓여가고 있다. 더욱 높은 경쟁력을 갖춘 신약후보물질을 선별할 수 있게 됐음을 입증할 사례도 하나 둘 쌓여가고 있다.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 등은 국내 신약 개발력이 전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여기에 더해 AI 도입 등 신약개발 능력과 여건을 더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고민과 노력도 업계와 기관 곳곳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같은 변화 속에서 이제는, 밀려나 있던 기술이전 계약 중심을 조금 더 당겨볼 필요가 있다.

권리 반환이 이뤄졌을 때 그저 '계약금 반환 의무는 없다'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개발 협력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는 선의를 이행하지 않고 뒤늦게 권리를 반환한 것에 대한 손해 배상을 청구할 예정'과 같은 대응이 가능하도록 계약 구조를 바꿔나가는 것은 어떨까.

보는 시각에 따라선 시기상조일 수 있겠지만, 의지만 있다면 언젠가는 개발 지연 리스크를 오롯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을 크게 줄일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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