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는 간호사 위해 "간호사를 간호한다"‥'널스노트'의 꿈

간호사 출신 오성훈 대표가 설립한 스타트업 '널스노트'‥간호 교육 간극 줄인다
간호사 소통·업무 효율 높여주는 어플리케이션, 현장 '호응'‥간호문화 개선 기대

조운 기자 (good****@medi****.com)2021-01-25 06:06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코로나19와 함께 '희생'과 '헌신'의 아이콘이 된 간호사. 환자를 간호하다 도리어 아파 버린 간호사들은 누가 간호할까?

정부의 각종 대책에도 간호사들이 겪는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간호계 내부에서도 간호사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경주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간호사를 위한, 간호사에 의한, 간호사의' 어플리케이션 '널스노트(Nurse Note)'를 개발한 스타트업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간호사 출신 오성훈 대표는 '간호사를 간호한다'는 슬로건 하에 간호사들의 아픔을 보듬으며, 간호계의 고질적 문제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오성훈 널스노트 대표를 직접 만나 널스노트가 꿈꾸는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신규 간호사 40%가 현장 떠나‥체계적 간호 교육 시스템 부재 원인
 
 
"아... 죄송합니다...", "퇴사각..."

오성훈 대표가 직접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리딩 널스(reading nurse)'의 웹툰 중 '신규 간호사 뇌구조'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생각들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신규 간호사의 사직률은 35%를 넘는다. 비공식적 통계까지 합치면 50% 이상을 상회할 것이라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간호대학 동기 중 절반가량이 임상 현장을 떠났다는 오성훈 대표는 숭고한 간호사의 업무가 이토록 고통스럽고 괴로워져버린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고, 간호사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의료 현장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됐다.

간호사들이 이처럼 의료 현장을 떠나는 이유에 대해 오성훈 대표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봤다.

하나는 인력 부족이다.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로 인해 간호사들이 이탈하면서 마치 '밑 빠진 독'처럼 고질적인 간호사 부족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근무환경과 처우는 개인 또는 개별 병원의 노력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정부의 정책과 근본적인 의료 환경의 개선이 없이는 갑자기 부족한 인력을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오성훈 대표는 두 번째 원인인 '간호 교육'의 문제에 눈을 돌렸다.

오 대표는 "보통 신규 간호사가 개별 병원에서 본인 몫을 하기 위해서는 8~12개월의 시간이 필요한데, 실제로는 채용이 된 두 아무리 길어야 두 달 만에 모든 교육이 끝나고 바로 현장에 투입된다. 체계적 교육 시스템도 부재한 상황에서 신규 간호사들은 당연히 실수가 발생하고, 선후배 간 갈등도 발생하게 된다. 신규 간호사는 간호사대로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가 늘고, 함께 일해야 하는 선배는 선배대로 본인 업무와 교육 업무까지 더해져 어려움이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신규 간호사들이 병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병원마다 쓰는 장비도 다르고, 환자 특성도 다르고 하는 업무 매뉴얼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또 사람을 간호하는 일은 하나로 획일화 할 수 없다는 특수성이 있어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만성적 인력 부족이 심각한 우리나라에서 충분한 교육 시간을 확보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간호사 소통·업무 효율 높여주는 '널스노트' 어플리케이션 개발
 

이에 오성훈 대표는 간호 교육에서 발생하는 간극을 메우기 위해 스타트업에 뛰어들어 표준화된 업무 매뉴얼과 교육 자료를 제공하는 '널스노트'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에 이른다.

널스노트는 밴드처럼 부서별로 간호사들이 소통하며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플랫폼이다. 임상현장 적응력을 높일 수 있게 도와주는 업무자료, 교육자료, 실무지침서 등을 카테고리별로 체계적으로 정리해 공유할 수 있다.

오늘의 듀티(근무표), 공지사항, 캘린더(일정), 앨범(사진) 등도 탑재돼 있다. 검색기능을 통해 쉽고 빠르게 자료를 찾아볼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최신 업데이트된 자료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다. 부서별로 팀을 만들어서 사용할 수 있고, 개인별로 '나만의 간호노트'를 만들어 쓸 수도 있다. PC와 앱이 실시간으로 연동되기 때문에 PC에 있는 자료도 스마트폰에서 공유할 수 있다.

나아가 간호사들만의 커뮤니티를 통해 각 병동별 혹은 부서별 상황과 환경을 전달하거나, 간호사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뿐만아니라 교육 자료, EMR 및 장비 사용법 공유, 병원 인증평가 대비, 동영상 교육, 코로나 관련 정보 공유 채널 등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현재 고대려대학교구로병원, 부천 성모병원, 한국보훈복지공단 등 10여곳의 병원이 선제적으로 도입하여 높은 만족도를 보이며 사용하고 있다.

오 대표는 "교육을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간의 간극을 '널스노트'가 메울 수 있다고 본다. 처음에는 병원 관리자분들이 아날로그가 익숙하다보니, 어플리케이션을 도입하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는데, 신규 간호사의 빠른 현장 적응 등을 위해 조금씩 병원들도 필요성에 공감하고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도적으로 '널스노트'를 도입한 한 병원에서는 신규 교육이 훨씬 편해졌다는 피드백이 들어온다.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비대면으로 공지가 이뤄지다 보니 번거로움이 줄어들고, 신규 간호사들 입장에서 잘 모르는 부분을 널스노트 안에서 검색해서 바로 찾아 미리 공부할 수 있어 혼나는 부분이 많이 줄었다는 반응이다.

올해 상반기 공식 상용화될 널스노트는 이미 다른 병원들과 업무협약이 체결됐다. 최근에는 신규 간호사 업무 능력 향상 및 적응을 위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과 성과공유제 계약을 체결했다.

간호사도 '사람'‥"간호사를 간호한다"는 정신으로 간호계 문화 바꾸고 싶어
 

열정적으로 널스노트를 설명하며, 간호계 고질적 문제들에 대한 해결 의지를 불태우는 오성훈 대표 역시 전남대병원 외과병동에서 2년 가량 임상 간호사로 근무했다.

스스로 간호사로 근무하며 간호사라는 직업의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느낀 그는, 대학 시절 꿈꿨던 환자를 위한 간호사의 마음이 왜 이토록 황폐해 졌을까 고민했다.

본인이 느낀 어려움을 나누고 싶어 시작한 SNS를 통해 쓴 글과 웹툰이 큰 공감을 받았고, 현재는 4만 5천 명의 팔로워를 가진 '간호사 인플루언서'가 됐다.

처음 SNS를 시작할 당시 많은 간호사들이 공감과 함께, 자신의 글에 위로를 받았다며 감사를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때 그는 환자들을 위로하고, 간호하는 간호사도, 간호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조금이나마 간호사들이 근무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역할을 하고 싶다고 정하고, '간호사를 간호한다'는 슬로건 하에 지금의 스타트업 '널스노트'를 창립하기에 이른 것이다.
 

오성훈 대표는 널스노트를 통해 간호사들이 서로 '으샤으샤'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간호계에 풀리지 않는 다양한 문제들이 많지만, 널스노트가 조금이나마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특히 지난 1년 간 코로나19로 지친 간호사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도 있다는 오성훈 대표는 환자를 위해 현장에서 희생과 헌신을 쏟고 있는 전국의 간호사에게 존경하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오성훈 대표는 '널스노트' 어플리케이션 개발 및 '리딩널스' SNS 운영뿐 아니라, 임상 현장의 간호사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해 코로나19 현장 자원봉사, 위로품 전달, 크리스마스 이벤트 등 다양한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나아가 국민들에게도 간호사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옆에 있는 사람이 간호사다. 아플 때, 도움이 필요할 때도 결국 간호사가 가장 가까이에 있다. 그런 간호사들이 현장에서 간호계 문화로 인해, 또 환자들로 인해 아프고 힘든 때가 있다. 국민 여러분들이 먼저 간호사를 존중해줬으면 좋겠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 속에 건강한 병원 문화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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