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처분 근거 '속임수나 부당한 방법'…명확성 원칙 위배?

오전만 근무하는 비상근 물리치료사 '상근'으로 신고한 의사, 억울함 주장
法, 국민건강보험법 행정처분 근거, 헌법 위배되지 않아…"30일 업무정지 합당"

조운 기자 (good****@medi****.com)2021-06-04 11:55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30일의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의원이 처분의 근거가 되는 국민건강보험법 조문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소를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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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행정법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30일의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을 받아 의사 A씨의 행정처분 취소 청구의 소를 기각했다.


원고인 A씨는 B의원을 운영하다가 지난 2018년 1월경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난 2015년 8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28개월간 요양급여 산정내역 등에 대한 현지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B의원에서 근무한 물리치료사가 상근 1명 및 주 20시간 이상 시간제 근무자 1명이었음에도, 상근 물리치료사 2인이 상시 근무하고 있다고 신고해 요양급여비용을 부당청구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에 건보공단은 2019년 6월 4일 A씨에 대해 30일의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을 했다.


하지만 B씨는 행정처분의 근거가 된 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 제1항 제1호에서 업무정지처분의 요건인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 규정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법 전반을 살펴보더라도 예측 가능성을 주지 못하므로, 구체성‧명확성을 결여하여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근본적으로 해당 법률규정 자체가 헌법에 위배돼 효력이 없고, 이에 근거한 시행령 규정 또한 효력이 없으므로, 무효인 법령에 근거한 이 사건 처분도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상근 물리치료사의 물리치료와 시간제, 격일제 비상근 물리치료사의 물리치료 사이에 적정성의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가 과실로 '비상근'을 '상근'으로 잘못 신고했더라도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를 청구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먼저 재판부는 A씨가 문제 삼은 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 제1항의 '속임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이라는 법률규정이 실제로 헌법 상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 판단했다.


먼저 "'속임수'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속이는 것'으로서, '속임수'로 급여비용을 받는다는 것은 급여비용의 청구원인이 되는 사실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서류를 거짓 작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급여비용을 지급받는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그 내용이 명확하다"고 밝혔다.


나아가 "'부당'이란 '반드시 위법은 아니더라도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타당성이 결여되거나 부적당하다'는 의미이므로,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급여비용을 받는다는 것은, 급여비용의 청구원인이 되는 사실관계는 존재하더라도 그것이 관계 법령을 위반하거나 그러한 사실관계가 실질적으로 타당성이 없어 급여비용의 지급이 부적당함에도 불구하고 급여비용을 지급받는다는 의미로 충분히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A씨가 문제삼은 법률규정의 의미 내용은 합리적으로 해석될 수 있고, 위 규정 및 그 하위규정들의 주된 수범자인 전문성을 지닌 요양기관‧의료급여기관으로서는 이 사건 법률규정 등의 의미 내용을 파악해 합리적 해석기준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사건 법률규정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서 있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나아가 재판부는 A씨가 비상근 물리치료사가 상근 물리치료사의 적정성 차이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살폈다.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의 세부사항에서 물리치료사 1인당 1일 물리치료 실시인원과 관련해 상근하는 물리치료사 1인당 물리치료 실시인원은 월평균 1인 30명까지 인정하고, 시간제와 격일제 근무자는 0.5명으로 보아 월평균 1일 15인까지 인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B의원에서는 상근 물리치료사들과 달리 비상근 물리치료사들은 주 6일 동안 하루 4시간씩 총 24시간으로 상근 물리치료사에 비해 짧은 시간을 근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재판부는 A씨가 비상근 물리치료사를 '상근'으로 신고해 '상근 물리치료사 2인’이 상시 근무하고 있음을 전제로 산정된 물리치료 실시인원을 기준으로 이학요법료를 지급받은 이상, 이는 '속임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봤다.


특히 A씨는 오전만 근무하는 형태의 단시간근로자인 물리치료사들을 포함해, B의원에서 상근 물리치료사 2인이 근무하는 것으로 신고했고,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러한 신고 및 부당 급여 수령행위가 계속된 것으로 나타나 충분히 '속임수와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를 편취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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