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요즘 정책 대세는 '규제 완화'던데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3-03-09 11:48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요즘 온갖 정책을 보면 '규제'가 빠지질 않는다. 정부 부처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규제 완화 조치라며 여러 제도와 방침을 쏟아내고 있다. 세종정부청사 보건복지부 엘리베이터에서조차 '규제 완화'를 다룬 광고가 나온다.

이처럼 규제를 풀겠다는 분야와 구역은 넘쳐나지만, 의료계는 규제 완화를 기대해보기는커녕 오히려 반대로 규제 강화로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

비급여 진료비 보고 제도화가 그렇다. 복지부 고시에 따르면, 올해부터 전 의료기관이 총 672개 비급여 항목을 보건복지부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내년에는 보고해야 하는 비급여 항목이 1,212개로 확대된다.

의료계는 반발하고 있다. 비급여 항목 진료비가 정부를 통해 대중에게 일괄 공개되면 의료기관 간에 가격 경쟁은 더 심화될 수밖에 없고, 가격이 깎여 내려가는 과정에서 진료 질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또 의료계는 비급여 보고 제도가 도입된 후에는 행위별·가격별 등으로 구분해 진료비 등을 통제하는 정책이 추진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 알 권리와 선택권 강화, 의료질 관리 등 공익을 위한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정책을 강행하고 있지만, 결국 의료계 입장에서 '규제 강화'이자 '통제'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비급여 진료 영역은 국내 건강보험 시스템에서 비교적 벗어나있는, 다소 자율적인 '시장'에 가깝다. 각 의료기관은 병원 인력과 시설, 장비, 접근성 등 여러 요소를 모두 고려해 자율적으로 비급여 진료비 가격을 정하고 있다.

이는 의료기술이 발전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해왔다. 환자에게 더 유리하고 편리한, 그러면서도 효과적인 의료기술을 개발해온 것은 그에 합당한 '제값'을 받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만일 의료계 우려대로 정부가 비급여를 통제하려고 든다면, 의료기술 발전이 저해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번 사안에 대해 객관적 입장이라 할 수 있는 법조계에서도 비급여 보고 제도화 시 의료계가 우려하는 의료수준 저하가 초래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23일 헌법재판소가 위헌소송에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헌재 재판관 8명 중 4명은 이같은 이유 등으로 합헌 결정에 반대했다.

어쩌면 규제 완화 흐름은 상대적으로 의료분야에 '독(毒)'일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건강', '안전' 등은 규제가 필요한 분야다. 다른 영역에 비해 규제 완화를 통한 발전을 기대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제자리'를 지키는 것이 그나마 최선이랄까.

오히려 규제 완화 일환으로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추진되면서, 의료계는 규제 완화를 막아야 하는 입장까지 처했다.

앞으로도 윤(尹) 정부 주도하에 규제 완화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의료계에서도 이를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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