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이달 들어 의대정원 증원 정책에 대한 의대교수 저항이 더욱 거세질지 주목된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일(오늘)부터 24시간 연속근무 뒤 다음날 휴무하는 원칙을 준수한다. 의료진과 환자 안전을 위해 최소로 필요한 휴게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전의교 비대위는 전국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이탈 이후 의대 교수 근무량 가중이 누적되고 있음에도 사태가 해결되지 않아 각 교수마다 이른바 '번아웃' 상황이 도래하고 있는 것에 따라 이같은 대처를 결정했다.
이같은 판단은 앞서 전국의대교수협의회가 밝힌 입장과 같은 맥락이다. 전의교협은 지난달 20일 회의를 통해 단계적 진료 축소를 결정한 바 있다. 단계적 진료 축소는 지난달 25일부터 주 52시간 이내에서만 외래 진료와 수술·입원 진료를 유지하고, 이달 1일부터는 외래 진료를 최소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 결정을 종합하면, 각 수련병원 의대교수들은 1일부터 외래 진료 최소화와 근무시간 준수 등으로 사직서 일괄 제출 이후 집단행동 범위를 확대하게 된다.
이같은 집단행동 확대는 의대정원 증원 정책을 강행하면서 비상진료체계 운영으로 대응하고 있는 정부에게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의대교수들이 근무시간을 줄이면 그만큼 상급종합병원 등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인력이 있어야만 정상화가 가능하다. 의대교수들이 '환자 안전을 위해서'라는 대외적 명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진료 축소를 비난하는 화살은 정부로 돌아갈 수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시작된 사직 행렬이 더욱 확대될 조짐도 확인된다.
충남의대 교수 비대위는 이날부터 오는 5일까지 2차로 사직서를 취합해 제출할 예정이고, 가톨릭대 의대 교수협의회도 오는 3일 2차 일괄 사직서 제출을 예고한 바 있다. 이같은 조치는 여러 일정과 사정으로 사직서를 제출하지 못했던 교수들도 추가로 참여하기 위해서다.
향후 2차 일괄 사직서 제출은 다른 병원에서도 참여하거나, 3차 제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의대정원 증원 추진 이후 벌어진 갈등으로 근무 가중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상황이 장기화될수록 번아웃을 겪게 되는 의대교수 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의대교수 행보에도 정부는 기존 입장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드러내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31일 회의를 열고 의대교수들이 진료 축소를 공언한 상황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 비상진료체계를 더욱 강화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냈다. 구체적으로 조규홍 본부장은 '제3차 비상진료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중수본은 2월 19일 1차, 2월 28일 2차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또 조규홍 본부장은 "의료계에 대화 참여를 제안했음에도 응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30일 영아 사망사건 발생…상급종병 전원 거부 조명 주목
다만 지난달 30일에 영아 사망사건이 발생하면서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에 주요 변수가 될지도 주목된다.
주요 언론과 정부 보도 등에 따르면, 생후 33개월 영아가 익수사고 후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후 심폐소생술 시행과 함께 상급종합병원 전원 시도가 이뤄졌으나, 충청·수도권 지역 10개 병원이 전원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오후 4시 49분에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지 약 3시간 만인 오후 7시 25분에 대전 소재 병원에서 수용 의사를 밝혔으나, 전원되지 못한 채 오후 7시 40분에 영아가 사망했다.
사건 발생 이후 복지부는 전원이 가능할 만큼 생체징후가 안정적이었는지 여부, 당시 전원을 요청받았던 의료기관 여건 등 상세 내용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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