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최인환 기자]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연초부터 유난히 회사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빈번했다. 오너 일가 내에서 경영권을 두고 갈등이 발생한 '한미약품'부터 최대주주와 현 경영진 사이에 분쟁이 발생한 '씨티씨바이오' 등 여러 제약바이오사에서 경영권 향방을 두고 다툼이 이어지며, 각 기업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 한미, OCI 통합 논의 후 경영권 분쟁 격화…'4인연합' 경영권 방어
올해 한미약품은 신동국·송영숙·임주현·킬링턴유한회사 등 4인연합과 임종훈·임종윤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지속됐다.
이번 갈등 발단은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이 통합을 합의한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송영숙 회장,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은 그룹 간 통합을 추진했다. 반면,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은 통합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송영숙·임주현 모녀와 임종윤·임종훈 형제 간 갈등은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임 씨 형제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과반을 차지, 그룹간 통합을 무산시키며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은 이후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형제 측에서 모녀 측으로 방향을 선회하며 새 국면을 맞았다.
신 회장은 지난 7월 '한국형 선진 경영체제 도입'을 기치로 송 회장과 손을 잡았으며, 이후 3인연합은 11월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을 통해 이사회 주도권 되찾기에 나섰다. 비록 3인연합이 원하던 결과를 얻지는 못했으나, 신 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에 오르며,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 이사 숫자와 동수를 이뤘다.
이어 지난 19일 열린 한미약품 임시주총에서는 박재현 대표이사 및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 해임 안건 모두 부결됐다.
이후 26일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 그룹 '4인연합' 측은 한미사이언스 임종윤 사내이사가 보유한 지분 일부(5%)를 매입하고, ▲경영권 분쟁 종식 ▲그룹의 거버넌스 안정화 ▲(전문경영인 중심) 지속가능한 경영 체제 구축이라는 합의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4인연합과 임종윤 주주는 상호간 제기한 민형사상 고소, 고발은 모두 취하하기로 결정했다.
◆ 파마리서치-씨티씨바이오, 내년 3월 임시주총에 경영권 향방 결정
2021년 시작된 씨티씨바이오와 파마리서치 간의 경영권 분쟁은 현재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씨티씨바이오 창업주가 퇴진한 2021년 이민구 대표가 최대주주로 부상하며 경영에 본격 참여하기 시작했으며, 전홍열 전 대표가 파마리서치와 협력해 지분을 확보하면서 갈등이 심화됐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파마리서치는 소액주주의 지지를 받아 약 33%의 지분을 확보했지만, 씨티씨바이오 측은 파마리서치의 의결권에 하자가 있다며 5% 이상의 지분을 무효로 처리했다. 이로 인해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씨티씨바이오 측이 우위를 점했다.
이후 파마리서치는 법적 대응에 나섰다. 5월에는 이민구 대표와 오성창 사내이사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6월에는 주주총회 결의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오성창 사내이사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인용하고, 이민구 대표에 대한 신청은 기각했다.
씨티씨바이오는 내년 3월 사내이사 선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본래 해당 임시주주총회는 지난 19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두 차례 연기되며 내년 3월 14일 진행될 예정이다. 임시주총 일정이 연기되는 과정에서 이민구 대표의 임기가 만료되며 조창선 단독대표로 변경되기도 했다.
씨티씨바이오가 공시한 바에 따르면 임시주총에서는 사내이사에 김신규 파마리서치 대표, 김원권 파마리서치 경영전략 본부장을 신규 선임하는 안건과 이민구 씨티씨바이오 대표이사와 주근호 씨티씨바이오 사장을 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된다. 사내이사 선임안 중 어느 안건이 통과되느냐에 따라 씨티씨바이오 경영권 향방이 결정되는 상황이다.
아울러 이번 임시주총에서는 사외이사 이배인 백현 대표세무사, 감사 성석훈 전 디에스디마케팅 사장, 배상호 현 씨티씨바이오 상근감사 선임에 대한 안건도 상정될 예정이다. 이 중 김신규·김원권·성석훈 등 3인 선임은 파마리서치 측의 제안이며, 이민구·주근호·이배인·배상호 등 4인 선임은 이민구 측의 제안이다.
현재 씨티씨바이오 최대주주는 파마리서치로, 파마리서치 417만7015주(17.27%) 및 특수관계인 플루토 25만2700주(1.05%)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합치면 총 지분율은 18.32%가 된다.
2대 주주 이민구 회장은 본인 명의로 289만4898주(11.97%), 더브릿지 명의로 81만2032주(3.35%) 등 370만6930주(15.32%)를 보유하고 있다. 양측이 단독으로 대결하는 경우 파마리서치가 앞서고 있지만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는 3대 주주인 에스디비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210만3798주(8.70%)를 끌어들이며 지분율 24.2%를 확보한 바 있다.
◆ 한국유니온제약, 이어지는 횡령 고소
한국유니온제약도 올해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지난 10월 11일 양태현 전 공동대표는 백병하 회장과 전 미등기임원 김 모 씨를 약 194억 원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소했으며, 백병하 회장은 이에 대응해 같은달 17일 양태현 전 공동대표를 해임했다.
양태현 전 공동대표는 지난 4월 한국유니온제약이 경영 효율성 제고 및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선임한 인물이었으나, 선임된 지 7개월째 한국유니온제약과 함께 공동으로 백병하 공동대표를 고소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공동대표 체제 전환 후 경영진은 기업 정상화를 위해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고, 양태현 전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에스비메디코투자조합이 인수에 뛰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지난 9월 20일 사채원리금 미지급이 발생하면서, 이같은 사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지난 11월에는 디에이치투자개발 주식회사 외 2명이 한국유니온제약과 이사진을 상대로 주주총회 소집 허가, 장부 등 열람 허용 가처분,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등 3건의 경영권 분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회사의 횡령·배임 사건은 지난 10월 첫 공시를 통해 알려졌다. 당시 공시된 피해금액은 약 194억원으로 회사 자기자본의 약 64% 규모다. 이어 한국유니온제약은 11월 말 두차례에 걸쳐 13억원 규모 횡령·배임 사건을, 12월에는 세차례에 걸쳐 47억원 규모 횡령·배임 사건을 추가로 공시했다. 12월에 공시한 횡령·배임 사건 3건 중 43억원 규모 1건은 양태현 전 공동대표가 백병하 회장과 특수관계인 3명, 현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2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배임 혐의로 고소한 것이며, 나머지 4건은 한국유니온제약이 전·현 임직원들을 고소한 것이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10월 11일부터 회사의 주식 거래 정지를 결정하고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으로 지정한 상태다. 한국유니온제약은 지난 13일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했으며, 거래소는 제출일로부터 20일 이내(2025년 1월 14일, 영업일 기준)에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상장폐지 여부 또는 개선기간 부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한국유니온제약은 지난 20일 열린 임시주총을 통해 사내이사 양태현과 사외이사 예상규·양준석 등 3인을 해임하고 조병직 와이엔텍 대표이사·임승희 한국유니온제약 CFO·임수근 한국유니온제약 구조조정본부 팀장 등 3인을 사내이사로 신규선임했다. 아울러 유의선 법무법인 태청 국장을 감사로 신규선임했다. 임수근 팀장은 양태현 전 공동대표 해임에 앞장선 인물이며, 법무법인 태청은 백병하 회장의 법률대리인으로 알려졌다.
◆ 싸이토젠·엔케이맥스·에스씨엠생명과학…이어진 경영권 분쟁
싸이토젠은 지난 10일, 주요 주주인 캔디엑스홀딩스 유한회사가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공시했다. 캔디엑스홀딩스는 사외이사 및 감사 선임을 위한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하고 있다.
싸이토젠은 지난해 12월, 당시 최대주주였던 전병희 대표가 보유 주식 33만 2978주를 50억 원에 캔디엑스홀딩스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로써 캔디엑스홀딩스는 32.05%의 지분을 보유하며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그러나 이후 경영진 교체와 함께 전 대표의 복귀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캔디엑스홀딩스 측이 이에 제동을 거는 상황이다.
엔케이맥스는 지난 5월, 김현철 외 139명의 주주들이 신규 이사 및 감사 선임, 정관 변경 등을 목적으로 하는 임시 주주총회 소집 허가 요청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엔케이맥스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정관에 황금낙하산 조항과 초다수결의제 등을 포함시켰다. 황금낙하산은 경영진 해임 시 거액의 퇴직 위로금을 지급하도록 해 해임을 어렵게 만드는 제도이며, 초다수결의제는 주주총회 결의 조건을 강화하여 경영진 교체를 어렵게 만드는 방어 수단이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은 최근 경영권 분쟁을 겪었으며, 지난 10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최대주주인 고(故) 송순욱 대표의 아내 송기령 이사가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날 임시주총에서 송 이사 측의 이사 선임 및 정관 변경 안건이 가결되면서, 송 이사는 사내이사로 선임됐고, 이사회는 송 이사 측 인사들로 재구성됐다. 그러나 현 경영진은 임시주총의 절차상 하자를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어, 분쟁의 여지는 남아 있는 상황이다.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