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에 보도된 국가바이오위원회가 좌초되어 우리 제약바이오업계의 소망인 혁신 신약개발과 바이오 기술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헬스산업의 주력산업 육성 국가프로그램이 2005, 새해부터 정립될 수 있을지 자못 우려된다.
40년 전에 EU 회원국들은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단계에서 연구자원의 효율적 활용, 연구개발투자 확대, 산업경쟁력 강화 등의 목적으로 연구개발 환경을 혁신하기 위한 포괄적 프로그램(Umbrella Programme)인 1984 EU Framework Programme을 만든 것으로 기억한다.
EU 연구개발정책의 키워드는 통합과 조정이었고, 연구자원 간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연구 활동의 방향성 제고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순수기초 연구에서 응용개발연구, 기술이전사업을 아우르며 사업의 전체적 방향, 구체적 예산 배분, 연구제안서 제출 및 심사까지 단계별 기획과정을 거쳐 세밀한 계획을 수립하고 지속적인 실행을 준비하였다.
프로그램은 6개 사업(협력, 창의, 인력, 역량, JRC, Euratom)에 걸쳐서 협력(보건, 식품/농수산/생명공학, 정보통신기술, 나노과학/나노기술/소재/신생산기술, 에너지, 환경및기후변화, 운송및항공, 사회경제과학및인류, 우주, 보안), 창의(유럽연구이사회(ERC)), 인력(마리큐리활동), 역량(연구인프라조성, 중소기업(SMEs)연구지원, 지역의지식기반강화, 연구잠재력강화, 사회속의과학, 연구정책개발, 국제협력사업), JRC(비핵분야연구활동), Euratom(핵 연구 및 교육활동)의 21개 실행 분야로 구성되어 있었다.
특이하다고 생각한 것은 협력사업의 보건과 생명공학이 확실하게 분리되어 있었고, 역량사업의 연구인프라 조성 등 사업간의 경계가 확실하다는 것이었다.
또한 연구개발사업에 관한 정책 결정 과정은 공식화되어 있으나, 기획과정은 정치인들 간 토론, EU 이사회 또는 각국 과학기술관련부처 고위 관료 간 정책협의가 중요하며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의견을 받는 것으로 되어있었다. 제3국에도 매칭 펀드를 조건으로 개방되어 있어 유럽의 미래 원천기술 및 유망 신산업기술의 이전이 가능하게 되어있었다.
이와 같이 선진국들은 이미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연구개발을 포함한 국가의 미래 지향적인 설계를 최소 수십 년 전부터 전략적으로 단계적인 준비를 해 오고 있었음을 상기해본다. 지속 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 SD)은 환경을 보호하고 빈곤을 구제하며, 장기적으로는 성장을 이유로 단기적인 자연자원을 파괴하지 않는 경제적인 성장을 창출하기 위한 방법들의 집합을 의미한다.
2005년 세계 정상회의 결과문서(World Summit Outcome Document)에서 상호의존적이고 상호 증진 적인 지속 가능한 발전의 기둥으로서의 경제적 발전, 사회적 발전, 환경 보호를 언급한 바 있다.
따라서 혁신 신약개발 기업들은 ESG 경영의 도입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를 고려하여 적극적인 투자 유치를 염두에 둔 ESG 정보 공개의 중요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ESG 경영 도입은 초기 비용 요소 측면이 강하지만 나아가 소비자의 평판, 투자자금 유치 환경 개선과 같은 긍정적 효과가 발생한다. ESG에 대한 관심이 환경과 지배구조에 집중되어 사회는 잘 드러나지 않고 있기때문에 인권경영, 공급망 관리 등 사회 부문에 대한 중시로 ESG 경영의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
최근 미국 PHRMA(Pharmaceutical Research and Manufacturers of America)에서 조사 발표한 전 세계 신약 R&D 투자를 살펴보면 혁신 신약개발에 수천조원의 R&D 투자를 하고 있다. 평균 10~15년, 3조원이 필요하고, 혁신 신약개발 과정상 제품의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위해서 임상 1상/2상/3상/4상 시험이라는 특수한 절차를 거치고 있다. 그러나 약 1만개의 후보물질 중에서 1개가 혁신 신약으로 개발되기 때문에 투자 위험은 매우 높다.
한편, 우리나라는 보유 신약 파이프라인의 양적 부족과 질적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임상 단계뿐만 아니라 유효물질도출과 후보물질발굴 과정에서도 죽음의 계곡이 발생하고 있다. 2022년도 국가신약개발사업재단(KDDF)에서 파악한 신약 연구과제 현황을 살펴보면 유효물질과 선도물질의 연구 주체는 주로 대학이 많은 반면에 비임상 이후 사업화 단계에서는 기업이 대다수다. 기술 완성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후보물질 부터 임상2상시험 단계의 R&D과제를 수행하는 연구주체가 모두 기업이다.
국가신약개발사업은 사업화 병목 구간의 집중지원 프로그램은 계획되어 있으나 사업화를 위한 글로벌 혁신 신약개발 자금 조성의 구체 방안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임상 1상/2상/3상/4상 시험의 복잡성 증가가 향후 생산성 저하의 요인으로 예상되어 민간투자를 더욱 감소시킬 여지가 많다.
지금은 글로벌 시장에서 대륙권 별 시장으로 확장되어 더욱 더 혁신 신약개발 경쟁이 심화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혁신 신약의 R&D를 위해서는 민간 부문의 투자 확대는 필요충분조건이다. CVC는 재무적 투자 위주의 일반 VC와 달리 전략적 협력 관계 구축을 목적으로 모기업·계열사와 함께 공동 개발, 신시장 개척 등의 사업기회를 피 투자 기업에게 제공해 개방형 혁신을 촉진하는 역할을 함에 따라서 국가는 다양한 혁신 신약개발 투자 방법론을 모색해야 한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2028년까지 총 13조 원 규모의 기업형 CVC 투자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발표하였다. CVC 투자기업의 신속 성장을 위해서 투자받은 기업을 대상으로 사업화 연구개발 자금을 일부 지원하고, 무역협회와 KOTRA 등을 통한 해외 자금 유치, 수출시장 개척 등을 종합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산업별, 지원 분야별로 종자돈의 역할을 잘 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 대기업조차도 글로벌 혁신 신약개발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기피와 민간의 자발적 투자 감소, 임계 투자에 못 미치는 과소투자, 불특정 M&A에 대한 관심 고조로 인해서 시장실패의 가능성이 크다. SDGs에 대한 기업의 구조 변혁 등 지속적인 혁신 신약개발 투자를 위해서는 을사년 새해부터 국가는 글로벌 혁신 신약개발의 합리적인 위험회피가 가능한 마중물 메가펀드 조성을 규모 있게 밀어줘야 한다.
|기고|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여재천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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