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상실한 '마약청정국' 지위, 다시 되찾아야"

[인터뷰] 백승경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신임 사무총장
국과수에서 감정·연구·행정 및 교육 등 다양한 업무 수행 이력
마약류 예방교육 및 홍보 활성화 및 중독자 사회재활 적극 지원
중독자 재활에 대한 대중 인식 개선 홍보 필요
마퇴본부-유관기관, 원활한 협력 무엇보다 중요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4-12-30 05:56

백승경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사무총장 / 사진=마퇴본부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우리 국민들의 염원인 '마약 없는 깨끗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수년 전 상실한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다시 되찾을 수 있도록 소명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

지난 11월 18일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이하 마퇴본부)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백승경 약사는 메디파나뉴스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이와 같은 각오를 전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에서 공직약사로 31년 6개월간 근무 후 올해 6월말 정년퇴임했다는 백승경 사무총장은 "공직약사로 오랜 기간 근무했지만, 마퇴본부 일은 처음"이라며 "기쁘고 설렜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명감으로 마음이 무거워지고 있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마퇴본부의 일이 처음이라고 하지만, 백 사무총장은 국과수에서 약사의 전문성을 발휘해 마약 관련 업무에 누구보다 가까이 임했고, 행정과 교육 분야에서도 여러 경험과 경력을 쌓아온 인물이다.

국과수에서 27년간 범죄사건 관련 증거물 중 마약류와 약물 및 독물 분석을 통한 감정, 사인규명 및 연구업무와 행정업무 등을 수행했고, 퇴임 전 3년은 국과수 법과학부 주임교수로서 교육업무를 수행했다. 즉, 감정과 연구뿐만 아니라 행정과 교육 업무까지 모두 섭렵한 남다른 커리어를 가진 것이다.

백 사무총장은 "국과수에 재직하는 동안 수행했던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험 및 경력 덕분에 마퇴본부에서 사무총장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마퇴본부는 1992년 대한약사회 산하 NGO 단체로 출발했다. 약 30년간 본부와 각 지부가 독립적으로 마약류 퇴치를 위해 달려오다, 올해 2월부터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본부와 지부가 통합됐으며, 각 지부 산하에 센터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백 사무총장은 "약사회-식약처-마퇴본부 및 각 지부-정부 및 지자체 유관기관 등의 원활한 소통과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라며 "공공기관 원년인 2024년에 한 걸음씩 체계를 갖춰온 만큼, 2025년 새해에는 더욱 체계를 잘 갖춘 공공기관으로 운영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인터뷰에서 백 사무총장은 마퇴본부 사무총장이 된 소감과 함께 향후 마퇴본부 운영 방향, 약사 등 보건의료인의 마약 예방을 위한 역할 등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다음은 백 사무총장과의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백승경 마퇴본부 사무총장/사진=마퇴본부
Q. 국과수에서 근무한 만큼, 병원 등에서 접하는 마약류 보다 '범죄'로 다뤄지는 마약을 좀 더 많이 접했을 것 같다. 이러한 경험이 향후 본부 운영 방향성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향후 어떤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본부를 운영할 생각인가.
 
국과수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 곳에 모여 범죄나 변사사건과 관련된 감정을 하고 연구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국과수에서는 불법마약류(필로폰, 대마, 양귀비 등)에 대한 감정, 연구, 교육업무를 주로 수행했고, 교육은 일선 수사관들이나 약학대학생, 과학수사학 관련 대학생들 대상으로 감정기법 또는 수사관련 교육을 실시했다.

그러나 마퇴본부에서는 불법마약류만이 아니라 청소년들이나 일반 시민들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의료용 마약류의 남용 예방과 폐해에 대해 학교나 직장 현장 강의, 뮤지컬이나 교육극 개발 등을 통하여 마약류 예방교육 및 홍보를 보다 활발히 진행할 생각이다. 더불어 마약류 중독자들의 사회 재활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운영할 방침이다. 

Q. 과거보다 마약류에 접촉하기 쉬운 환경이다. 마약 중독이라는 덫에 빠지지 않기 위해 사회적으로 선결돼야 하는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사용해 어린 청소년들이 마약류에 아주 쉽고 빠르게 접촉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특히 대학가에서는 클럽이나 동아리 등을 통해 마약류가 무분별하게 퍼져 나가는 상황이다. 이에 과거 어느 때보다도 어린아이들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마약류 남용 예방 및 폐해에 대한 교육과 캠페인 등을 통한 홍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장 가까운 친구나 친척이 마약류 등 위험한 약물의 사용을 권하더라도 단호하게 거부(Say No) 할 수 있도록 학교 현장뿐만 아니라 직장인이나 일반 시민들에게 연령별 맞춤형 마약류 예방교육을 철처히 할 필요가 있다. 마퇴본부는 이러한 마약류 예방교육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올해부터 식약처장 인증제를 도입해 마약류 예방·재활 전문인력(강사, 상담사 등)을 양성하고 있다.        

Q. 중독자에 대한 처벌과 재활 중 우선돼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중독자 재활에 드는 사회적, 비용적인 부분에 대해 대중의 생각과 전문가들이 보는 시각은 좀 다를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독자의 재활에 힘써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중독자의 초기 재활 비용이 높을 수 있겠지만, 중독자의 성공적인 재활은 범죄율 감소, 의료비 절감, 생산성 증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중독자의 재활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안정과 공동체 발전을 위한 투자라고 볼 수 있다.

처벌과 재활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하도록 정책을 설계하고, 대중의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 중독자를 범죄자의 시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잘 회복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다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재활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 큰 유익이 된다고 생각한다.

Q. 재중독이 되지 않는, 마약 중독자의 완벽한 치료 가능성에 대한 생각은. 

마약 중독은 재발 가능성이 있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적절한 치료와 지속적인 재활 지원을 통해 중독자가 평생 마약 없이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과학적으로 완벽한 치료를 보장할 수는 없지만, 재발 방지율을 높이고, 건강한 삶으로 복귀할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중독치료의 목표는 단순히 마약 사용을 중단(단약)하는 것이 아니라, 중독자 자신이 주체성을 회복하고, 건강한 인간 관계와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사회 재활을 도와주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어려울 수 있지만, 성공적으로 극복해 낸 사례가 많다. 이는 재활과 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을 강력하게 증명해 준다고 볼 수 있다. 
백승경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사무총장 / 사진=마퇴본부
Q. 최근에는 마약 예방을 위한 노력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예방을 비롯해 중독 치료, 대국민 인식 개선 등을 위해 약사를 비롯해 보건의료인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이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또한, 마약 관리 등에 대한 새로운 직역이 나타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약사를 비롯한 보건의료인의 역할은 마약류 남용 예방, 치료, 재활, 관리 및 대국민 인식개선 등 모든 단계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기술 발전과 사회적 요구 변화에 따라 새로운 직역이 등장할 가능성도 높다. 예를 들면, 연령대별 맞춤형 마약류 예방교육의 필요성에 따라 현장에서 마약류 예방 강사나 상담가로 활동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인증제를 도입하고 예방·재활 분야 전문인력 양성을 시작했다. 

본부 5층에는 올해 3월부터 24시간 연중무휴로 익명 상담이 가능하도록 '용기한걸음센터1342'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전국의 14개 지부와 본부 산하 등 전국 시도 17개소에는 '함께한걸음센터'를 설치해 예방교육, 상담 및 재활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더 나아가 향후에는 국가 및 지역 사회에서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마약류를 모니터링하거나 중독자들의 회복을 도울 수 있는 다양한 새로운 직업군으로 그 직역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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