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3대 혈액암이자 완전한 치료제가 없는 질환인 다발골수종. 내달부터 국내 신규 다발골수종 치료에서 일부 약제 급여가 확대되지만, 풀어야 할 과제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발하거나 불응하는 다발골수종 환자에 대한 치료 기회 확대다. 의료계와 환자단체는 2차 치료에 대한 문턱이 낮아진다면 다발골수종 생존율을 더욱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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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DKd요법 암질심 통과했지만…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다발골수종 2차 치료에서 항 CD38 단클론항체를 활용한 3제 요법이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상정을 기다리고 있다.
관련 3제 요법은 모두 두 가지다. 항 CD38 단클론항체인 얀센 '다잘렉스(다라투무맙)'와 보르테조밉+덱사메타손 병용인 DVd요법, 다잘렉스와 암젠 '키프롤리스(카르필조밉)', 덱사메타손을 함께 사용하는 DKd요법이다.
앞서 DVd요법은 2차 치료에서 2021년 5월 일부 급여를 인정받았다. 보르테조밉과 덱사멕타손(Vd)은 환자 부담을 5%로 하는 대신 다잘렉스(D)는 환자가 전액 부담(100%)하는 방식이었다.
DKd요법은 DVd요법과 상황이 다르다. 2차 치료에서 먼저 급여가 적용된 키프롤리스+덱사메타손(Kd)요법에 암젠이 다잘렉스(D)를 추가한 연구를 통해 DKd요법의 임상적 유용성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련 급여 진행에 대한 권한도 한국얀센이 아닌 암젠코리아가 갖고 있다.
이들 DVd요법과 DKd요법에 대한 급여 논의에 급물살을 탄 건 지난해 초다. 지난해 2월과 4월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해 전체약제에 대한 급여기준 설정 필요성을 인정받으면서다.
그럼에도 약평위 상정은 현재까지 이뤄지고 있지 않다. DVd요법에 앞서 DVTd요법에 대한 1차 치료 급여 확대 논의가 먼저 이뤄졌기 때문이다.
DKd요법은 DVd요법보다 논의 단계가 뒤쳐져있다. 다잘렉스는 환자 전액 부담으로 하고, Kd요법에서 DKd요법까지 급여를 확대하는 대신 암젠코리아와 건보공단이 지난해 10월부터 키프롤리스의 약가협상을 진행했지만, 최종 결렬되면서다.
연간 치료비가 4500만원에 달하는 다잘렉스를 비급여로 둔 상태에서 키프롤리스의 상한금액을 굳이 깎아가며 급여 확대를 가져갈 필요가 없다는 속내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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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발골수종 2차 치료 무기 한정적
그럼에도 임상현장에선 재발하거나 불응한 다발골수종 치료에서 DVd요법 및 DKd요법 모두 필요한 약제들이란 의견이다.
최신 치료법을 국내 보험재정으로 다 품기엔 무리가 있다 치더라도 국내 임상환경에서 2차 치료로 쓰일만한 무기는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DVd요법 및 DKd요법 모두 오래전 국내 허가를 받았음에도 급여 진척은 아직까지 요원하다는 이유도 있다.
실제 DVd요법과 DKd요법은 2019년 8월과 2021년 5월 각각 다발골수종 2차 치료서 국내 적응증을 허가를 받았다.
임호영 전북대학교병원 교수는 지난 11월 대한혈액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혈액암 치료를 위해서는 병용요법이 필수적"이라며 "그 적절한 시점에 최신 치료제가 급여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 혁신적인 혈액암 치료제를 적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현명한 급여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승환 은평성모병원 교수(혈액내과)도 메디파나뉴스와 통화에서 "1차 유지요법으로 레날리도마이드까지 쓰고 난 다음 2차로 넘어가게 된다면 쓸 약이 제한적인 건 사실"이라며 "급여가 되는 2차 치료제 중 KRd(키프롤리스+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 요법이 임상에서 활발히 쓰이긴 하지만, 이미 1차 유지요법으로서 레날리도마이드를 썼기 때문에 불응성이 생겨버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결국 2제인 Kd요법으로 갈 수밖에 없어 DVd나 DKd요법이 나와 주는 게 좋다"며 "2차 치료까지 급여가 확대된다면, 대부분 환자가 생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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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제약사, 재원 측면 양보해야"
결국 국내 다발골수종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선 심평원과 제약사 모두 금액적인 부분에 대한 서로 결단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다발골수종은 완치가 없는데다 재발이 반복될수록, 약제 반응률은 더욱 안 좋아지고 환자 예후 또한 더욱 악화되는 특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질병 초기 단계부터 최신 치료를 해 재발 시기를 최대한 뒤로 늦추는 게 관건이다.
그런 상황에서 국내 다발골수종 치료 환경은 악화되고 있다. 다잘렉스와 같은 항 CD38 항체 치료제로 주목을 받은 '살클리사(이사툭시맙)'의 개발사인 사노피는 아예 국내 출시를 포기했다. 2020년 12월 국내 허가를 받았음에도 급여권 진입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2차 치료 환경에서 최근 다잘렉스를 뛰어넘었다고 평가를 받는 '블렌렙(벨란타맙 마포도틴)'도 향후 GSK가 국내 허가를 신청할지 미지수다.
이 약물은 지난해 6월 재발성·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DREAMM-7) 연구에서 BVd(블렌렙+보르테조밉+덱사메타손)요법으로 DVd요법 대비 뛰어난 임상적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DREAMM-7 중간 연구 결과 BVd 병용군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36.6개월로 DVd 병용군 13.4개월 대비 23.2개월 이상 길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같은 시기 다발골수종 생존율이 낮은 이유도 결국 급여 지연에 있다"면서 "글로벌에선 CAR-T 치료나 이중항체 신약까지 쓰이는 마당에 우리나라는 (관련 치료제가 있어도) 제자리 수준이다. (심평원 및 제약사가) 서로 양보하지 않으면 생존율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얀센은 심평원과 다잘렉스 2차 치료 급여 등재 논의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얀센 관계자는 "다잘렉스 병용요법이 신속히 급여 등재돼 환자분들의 치료 접근성이 보다 개선될 수 있도록 보험 당국의 급여 등재 절차 등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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