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제약시장은 저분자의약품(Small-molecule Drug)이 전반을 아울렀던 과거를 지나 최근에는 바이오의약품이 등장하며 변화가 이뤄지는 중이다. 이와 함께 나노자임(Nanozyme, 생체 적합 나노촉매) 의약품이 제약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상용화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나노의학 전문기업 세닉스바이오테크(대표이사 이승훈, 이하 세닉스)는 무기물인 산화세륨(Ce3+/Ce4+) 나노입자, 산화세륨 나노자임을 바탕으로 지주막하출혈 치료제 'CX213'을 개발했다.
'CX213'은 지난 1월 미국 FDA로부터 서류 심사가 단 29일 만에 완료되며 희귀의약품(ODD)으로 지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최근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메디파나뉴스와 만난 이승훈 세닉스바이오테크 대표(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는 "산화세륨 나노자임, 항염증 응급치료제 측면에서 FDA ODD 승인을 받은 것은 세계 최초"라고 말했다.
FDA의 ODD 지정은 약 50억원에 해당하는 허가 심사비 면제, 높은 약가 보장, 시판 허가 이후 7년간 독점 판매권이라는 혜택을 받게 된다. 이로써 제품의 상용화와 글로벌 시장 진입에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승훈 대표는 "치료제의 혁신성과 개발가능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성과"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세닉스가 'CX213'의 첫번째 적응증으로 지주막하출혈을 정한 이유는 신경과 의사인 이 대표가 임상 현장에서 자주 만나는 지주막하출혈 환자들을 조금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서다.
현재 지주막하출혈 치료는 수술 또는 중재적 시술로 추가 출혈을 막는 것 외에 출혈로 인한 급성 뇌염증을 직접 완화시킬 수 있는 응급치료제가 없어 사망률이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세닉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주 강력한 소염 효과를 가진 산화세륨 나노자임 'CX213'은 마우스실험에서 해당 약물을 쓰지 않은 대조군의 생존률 12% 대비 1번의 투여로 51%p 높은 73%의 생존률을 나타내 더 많은 환자들을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산화세륨 나노입자를 치료제로 상용화하기 위해 2016년 설립된 세닉스는 2019년 4월 회사가 궤도에 오른 이후 2019년에 시드 투자 40억원, 2021년에 시리즈A 투자 185억원을 받는 등 시장에서도 그 가능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이 대표는 "올해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에 참여하는 등 시리즈B 투자로 150억원 이상의 투자를 받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며 "임상 1상을 거쳐 내년까지 임상1b, 2상을 마치고 FDA에 가속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의사로서 수많은 임상 경력을 가진 만큼, 임상은 자신있다. 임상 2상까지는 투자금을 받아 최대한 자체적으로 진행하려 한다. 다만, 임상 3상부터는 자금 등의 이유로 글로벌 빅파마 등과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을 전했다.
아울러 "세닉스의 목적 그리고 비전은 나노자임 치료제의 꾸준한 개발이고, 목표는 코스닥 또는 나스닥 상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스닥 또는 나스닥 상장에 대한 결론은 올해 중에 결정하게 될 것 같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나스닥 상장에 마음이 더 기울고 있다. 다만, 나스닥 상장을 위해서는 미국에 본사, 적어도 지사를 두고 나스닥으로 상장하겠다는 확신을 줘야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JPMH에서 만난 투자자들의 의견이었다"며 "우선 이러한 조건이 필요치 않은 유럽과 아시아 투자자들을 먼저 만나고, 최종적으로 미국에서 투자를 받고자 한다. 이 밖에 국내 제약사에서도 여러 제안이 오기도 했다. 협력하게 된다면 기술이전 방식이 아닌 공동개발로만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승훈 세닉스바이오테크 대표이사. 사진=조해진 기자
◆ 신경과 의사, 나노자임 의약품 연구에 눈뜨다
나노자임(Nanozyme)은 나노(10⁻⁹m=1nm)와 효소(Enzyme)의 합성어로, 체내에서 효소(촉매) 역할을 하는 나노 크기의 물질을 일컫는다. 크게 유기물질과 무기물질 나노자임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대표적인 유기물질 나노자임으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 독소루비신, 아브락산 같은 항암제 등이 있다.
무기물질 나노자임이 의약품으로 상용화된 것은 현재까지 산화철(Fe3O4) 나노자임 조영제 뿐이다. 산화세륨 외에 상용화에 가까워진 무기물질 나노자임으로는 프랑스 바이오테크가 빅파마에 기술이전하고, 이후 방사선 치료 효율을 증가시키는 신약으로 임상 3상을 하고 있는 하프늄(Hf) 나노자임과 미국 바이오테크가 다발성 경화증과 루게릭병에 대한 임상 2,3상을 진행하고 있는 금(Au) 나노자임 등이 있다.
신경과 의사인 이승훈 대표가 나노자임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11년 서울대 공대 팀과 만나면서다. 해당 팀은 입자 소재를 연구하던 중이었는데, 해당 소재의 특성을 알게 된 이 대표가 의학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 융합 연구를 시작했다.
뇌졸중을 연구하고 있었던 이 대표는 해당 소재로 동물실험 모델을 진행했고, 놀라운 결과를 얻으면서 소재에 대한 기술을 이전받아 본격적으로 무기물질 나노자임 연구에 착수했다.
이후 10년 이상 산화세륨 나노입자와 관련한 여러 연구 논문으로 글로벌 신경외과 전문의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으면서 사업화를 결심했다.
이 대표는 "나노자임 치료제는 일반적인 유형에 따르는 비만이나 암, 저분자 및 생체의약품 등의 플랫폼과 패러다임이 완전히 다른 약물"이라며 "오랜기간 축적된 학술적 연구를 바탕으로 세닉스가 만드는 산화세륨 나노자임은 퍼스트 인 클래스(First in Class)가 될 수밖에 없다. 나노자임은 저분자 물질과 생체물질이 구현할 수 없는 신기하고 강력한 약효를 가진다"고 자신했다.
이승훈 세닉스바이오테크 대표이사가 산화세륨 나노자임의 원리에 대해 설명 중이다. 사진=조해진 기자
◆ 산화세륨 나노자임의 원리
세닉스의 연구에 따르면, 산화세륨 나노자임은 약효를 무한대로 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급성 염증 반응은 광범위한 면역반응으로 인해 발생하는데, 이때 슈퍼 옥사이드, 하이드로젠 퍼옥사이드, 하이드록시 라디칼 등 불안정한 활성산소종(ROS, Reactive Oxygen Species)이 염증 반응을 더욱 악화시켜 장기적인 조직 손상을 일으킨다.
이때 산화세륨 나노자임은 주변의 불안정한 ROS를 끊임없이 중화시키면서도 스스로는 변화하지 않는 안정성을 가지므로 약효가 지속될 수 있다.
이는 산화세륨 나노자임의 주요 요소인 산화세륨이 Ce3+와 Ce4+에서 모두 안정적인 성향을 가지기 때문이다. 적은 양으로도 계속해서 ROS를 중화시킬 수 있어 지주막하출혈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 뇌염증을 아주 빠른 속도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또한, 산화세륨 나노자임은 일반적인 효소와 다르게 비특이적이어서 범용성을 띄기 때문에, 지주막하출혈 같은 뇌졸중 외에도 다양한 적응증으로 확장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
이 대표는 "2010년대 후반이 되면서 나노물질이 사람에게 해를 미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심들이 나오기도 했는데, 이후 나노의학은 엄청나게 발전했다"면서 "산화세륨 나노자임은 이러한 의심이 제기되지 않도록, 우려되는 부분에 대한 해결방안도 찾아냈다"고 덧붙였다.
◆ 세닉스바이오테크의 미래 방향성
이승훈 대표는 '기업'이란, 인류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재주'를 '돈'이라는 자본의 도움을 받아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 만한 일을 펼쳐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나 지금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해서 몇 배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는지, 더 규모가 큰 기업이 될 수 있는지에만 너무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프랑스의 어드밴스드 액셀러레이터 어플리케이션스(AAA), 미국의 엘라일람과 같은 기업이 롤 모델"이라며 "두 회사가 설립 초기 어려운 과정을 딛고 성공하게 된 요인은 탄탄한 학술적 기반을 바탕으로, 믿어주는 꾸준한 투자자들과 함께 내가 가는 방향을 절대 잃지 않고, 계속 연구개발을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AAA와 엘라일람 같은 기업은 창업자들이 기업의 지배구조가 바뀐 상황에서도 자신의 자리에 남아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이것이 진정성이고, 진짜 의사 과학자가 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며 "저 또한 세닉스바이오테크가 향후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더라도, 의사 과학자이자 CEO로서 연구개발을 지속해 해당 분야의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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