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파킨슨병 진단을 위한) PET CT 촬영은 비싸고 환자가 방사선에 노출되는 문제가 있어 반복해서 찍기 어렵습니다. MRI로 도파민 신경세포 손상 여부를 알 수 있다면, MRI를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죠."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휴런 신동훈 대표이사는 12일 열린 '파킨슨 리더스 포럼' 시작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파킨슨병 진단에서 MRI 활용 이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파킨슨병은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뇌 질환이다. 중뇌에 위치한 '흑질(Substantianigra)'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을 분비하는데, 이 도파민이 소실돼 발생하는 것이 퇴행성 파킨슨병이다.
또 도파민 신경세포 소실은 흑질의 나이그로좀1 영역에서 점진적으로 진행되는데, 60~80% 소실된 후에야 명확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로 인해 파킨슨병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국내 환자(2021년 기준)는 약 11만6000명임에도 조기진단은 쉽지 않다.
이에 신 대표는 '휴런 에이징케어 스위트(Heuron AgingCare Suite)'를 활용해 현재 퇴행성 뇌질환에서의 진단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거라 했다. 휴런 에이징케어 스위트는 MRI 기반 AI 진단 보조 솔루션이다.
그에 따르면 파킨슨병을 비롯한 퇴행성 뇌질환은 의사가 환자를 대면해 진찰한 뒤, PET 영상을 촬영 및 판독해 진단한다.
그러기 위해선 환자가 자신의 증상을 스스로 인지하고 병원을 찾아야 가능한데, 환자가 증상을 자각했을 땐 대부분 이미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상황이다.
또 현재 표준 진단방식인 PET 영상 촬영도 환자로선 부담이다. PET 영상은 워낙 고가인데다 방사선 노출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즉 MRI를 활용해 퇴행성 뇌질환을 조기 진단할 수만 있다면, 증상이 나타나기 전 적극적인 파킨슨병 치료가 가능한 셈이다.
이를 위해 휴런이 개발한 MRI를 활용 퇴행성 뇌질환 조기진단 AI 스크리닝 솔루션은 모두 두 가지다.
MRI만으로 흑질 내 나이그로좀 영역을 가시화하고, 도파민 신경세포 손상 여부를 자동 판단해 정량화하는 세계 최초 MRI 기반 파킨슨병 진단 솔루션인 '휴런IPD(Heuron IPD)'와 MRI를 통해 나이그로좀 영역에 대한 정략적인 정보를 제공해주는 '휴런NI(HeuronNI)'이다.
신 대표는 이들 제품의 진단 정확도는 표준 진단방식인 PET CT에 견줄만한 수준이라 했다.
그는 "서울아산병원을 포함한 10개 대학병원에서 휴런IPD의 비열등성을 입증하기 위한 PET CT와 비교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했다"면서 "그 결과 PET CT는 민감도, 특이도가 각각 92%, 86%가 나온 반면, 휴런IPD의 민감도, 특이도는 각각 94%, 92%를 보였다"고 말했다.
즉, 휴런IPD의 성능은 PET CT가 주는 정보와 동일한 수준이기 때문에 임상현장에서 활용가치는 휴런 제품이 더욱 높을 거란 설명이다.
그 이유로 진단 접근성을 꼽았다. 상급종합병원 위주로 보급된 PET CT에 비해 MRI는 중소형병원에도 비교적 보급이 많이 됐기 때문이다. 또 PET CT는 100% 비급여여서 환자 비용부담이 높은 데다 방사선에 노출되는 문제도 있다.
PET CT를 찍기 위해선 조영제 투여도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촬영에만 3시간 이상 걸리는 단점도 있다.
신 대표는 "여러 단점이 있는데도 도파민 신경세포에 손상 유무를 알 방법이 현재까지는 PET CT밖에 없었기 때문에 사용이 됐다"면서 "이제는 방사선에 노출되지 않아도 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훨씬 쉽게 접근할 수 있는 MRI로 도파민 신경세포 손상 여부를 알 수 있다면 이를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휴런 이아름 최고의학책임자(CMO). 사진=휴런 제공
순천향대 부천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이자 휴런 최고의학책임자(CMO)인 이아름 상무도 신 대표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이 상무는 MRI를 통한 퇴행성 뇌질환 진단의 가장 큰 장점은 파킨슨병뿐만 아니라 다른 병변까지 동시에 관찰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다른 구조물이라든가 다른 병을 이제 진단하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걸 스크리닝으로 쓸 수 있다는 건 굉장한 장점"이라며 "환자들이 뇌졸중이나 뇌출혈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는데 뇌 MRI에선 볼 수 있는 반면, PET CT에선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저도 휴런IPD 솔루션을 3~4년 전부터 데모 형식으로 사용을 하고 있다"면서 "판독하는 데 있어 굉장히 도움이 되고, 최종 진단까지 걸리는 시간에서도 단축된다는 게 느껴진다. 지금 수가 보상은 안 받고 있지만 대학병원에선 이 솔루션에 대해 많이 알고 있고, 써보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신 대표 역시 아쉬운 부분으로 수가 문제를 언급했다. 서울아산병원이나 세브란스병원, 상계백병원, 순천향대 부천병원 등에 해당 솔루션이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 데다 싱가포르, 네덜란드 등 해외 유수 병원과도 공동 연구를 하고 있지만, 아직 정식 수가는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서 신 대표는 휴런IPD의 요양급여 여부 평가를 위해 2021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에 혁신의료기기 지정 신청을 했지만, 기존 기술로 묶여 수가를 받지 못했다.
신 대표는 "본격적으로 활용이 되려면 결국 수가라는 피드백이 있어야 병원에서도 도입 의지가 생긴다"며 "그 부분에 대해 빨리 허들을 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래야 더 많은 임상의들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올해는 해외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는 한 해가 될 것이라 했다. 작년 대만과 태국에서 휴런 제품들이 인허가를 획득한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휴런IPD가 싱가포르 인허가를 획득했기 때문이다.
특히 신 대표는 휴런IPD에 대한 싱가포르 내 보험 수가 편입까지 일궈낼 것이라 밝혔다.
그는 "파킨슨병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싱가포르 종합병원 링링 찬(LING LING CHAN) 교수와 임상적 유효성과 비용 효과성을 입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며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글로벌리하게 더욱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아시아 시장 No.1을 목표로 일본과 대만, 태국,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먼저 진출한 뒤 체력을 갖춰서 미국 시장에도 도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휴런은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교수인 신동훈 대표가 2017년 창업한 회사다. 정부 국책연구 과제를 통해 만들었던 연구 결과물을 의료현장에 직접 적용해보고자 창업을 결심했다.
이후 2019년부터 매년 Series A 펀딩(30억원)과 Series B 펀딩(153억원), Series C 펀딩(150억원) 유치에 성공하며, 국내 대표 뇌신경질환 AI 진단보조 솔루션 개발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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