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청와대에서 '발기부전치료제'와 '미용주사'를 구입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연일 전국이 뜨겁다.
청와대가 구입했다는 이유는 이렇다. 비아그라는 고지대에 위치한 나라의 순방을 앞둔 '고산병' 예방 차원이고, 미용주사들은 주치의 등 의료진 판단에 따라 경호원 등 청와대 근무자를 위해 정상 구매한 것이라 해명했다.
문제는 의사들이 상식선에서 생각하기엔 꽤 많은 구입량이다. 청와대는 지난해 12월 발기부전 치료제인 한국화이자제약의 비아그라 60정(37만 5000원)과 같은 달 비아그라의 복제약인 한미약품 팔팔정 304개(45만 6000원)를 샀다.
청와대는 또 라이넥주·멜스몬주(일명 태반주사), 루치온주(백옥주사), 히시파겐씨주(감초주사), 푸르설타민주(마늘주사) 등을 구입했다. 라이넥주는 지난해 4월과 11월, 12월 3차례에 걸쳐 각 50개씩 모두 150개를 74만2500원어치 구입했고 멜스몬주는 2014년 6월 50개를 52만원어치 구입했다.
감초주사는 지난해 4월과 올해 6월 모두 100개를 35만5400원에, 백옥주사는 지난해 4월·9월·12월과 올해 6월 모두 60개를 66만원에, 마늘주사는 2014년 11월 50개를 27만5000원에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많은 이들이 '발기부전치료제'로 알고 있는 비아그라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비아그라의 성분인 실데나필은 본래 협심증 치료를 위해 개발됐던 약이다. 그런데 비아그라 임상시험에 참가한 사람에게 음경이 발기되는 독특한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발기부전치료제로 전환됐다.
이 비아그라는 폐로 가는 혈관을 확장한다는 점에서 오프라벨로 발기부전 뿐만 아니라 소아 폐동맥 고혈압, 수족 냉증, 고산병 등에 사용되고 있다. 여기서 오프라벨은 임상에서 새로운 연구나 환자 보고 사례가 충분히 있다면 허가 내용외로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법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따라서 청와대가 아프리카를 순방하기 전 예방차원에서 '고산병' 치료제로서 발기부전약을 구입했다는 해명은 이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지난 5월 박 대통령은 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 등 아프리카 3개국을 순방한 바 있다. 3개국 수도는 해발고도 1천∼2천미터 고원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비아그라는 엄밀히 말해 '처방약'이므로 대량으로 치료제를 구입했다고 한들 예방차원에서 모든 사람이 먹을 수 없다.
실제로 비아그라는 출혈이상 또는 활동성 소화성궤양 환자, 고령자, 중증신부전환자, 간부전 환자, 당뇨병성 망막증 환자 , 수년간 성교를 하지 않은 심혈관계 질환 환자, 뇌경색, 뇌출혈, 심근경색의 병력이 있는 환자에게 투여할 경우 질환의 유무 등을 충분히 확인해야 한다고 권고돼 왔다.
순방 때 동행한 수행단 중에는 고산병 예방이 필요치 않은 사람, 혹은 사용해서는 안되는 사람까지 포함돼 있었을 것이다. 고산병 만을 위해 구입했다는 364개의 치료제치고는 많은 양이다.
또한 고산병 예방을 위해서라지만 많은 산악전문가들은 약물사용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하곤 한다.
고산병 예방약으로 알려진 다이아목스는 이뇨제로써 일부에서는 손발이 저리고 잠을 못잘 정도로 소변양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따른다. 아울러 비아그라 외에도 아스피린을 쓸 수 있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에게 진단받고 상비약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다른 문제가 됐던 '미용주사'도 아직까지 뚜렷한 임상데이터가 없는 비급여 품목들이다. 태반주사, 백옥주사, 감초주사, 마늘주사는 치료용보다는 개원가 등에서 미용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여기서 몇가지 비타민이나 영양물질이 첨가되면 '칵테일 주사'라고도 불리운다.
물론 주사의 효과는 제각각이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기능성 주사일수록 전문가와 상담 후 투여해야하며, 가격 대비 효과를 전문가들도 장담하기 힘든만큼 무조건 맹신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언론에 의하면 2015년 4월부터 8개월 동안 청와대는 태반주사로 불리는 라이넥주 150개를 집중구매했다. 이 기간 박 대통령은 중남미 4개국 순방과 미국 방문 등 해외 순방 일정 3개를 소화했다.
일부 병원에서는 이 미용주사를 한번만 권하기 보다는 3회 이상, 혹은 10회 이상으로 구입하면 할인해준다고 말한다. 여러번 맞을 수록 효과가 더욱 좋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순방을 다니며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는 박 대통령 및 근무자들이 주기적으로 해당 주사를 맞아온 것이라고 보면 될까.
하지만 의사들은 미용주사에 대한 효과를 증명한 임상데이터가 아직까지 얄팍한 수준이라고 전해왔다.
한 예로 '백옥주사'의 경우엔 특정 연예인의 이름이 붙을 정도로 효과가 높다고 입소문을 탔다. 하지만 백옥주사는 한번 드라마틱한 효과를 맛본 이들이 과도한 양을 투여받아 부작용을 토로하는 사례도 적지않게 보고되고 있다. 여기에는 울렁거림과 어지럼증, 두통 등이 조사됐다.
백옥주사는 활성산소를 억제 및 제거하는 글루타티온 성분에 비타민과 무기질을 배합한 제품이다. 이 주사는 피부 미백을 목적으로 주사할 경우, 백반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기도 한 제품이다.
필리핀의 경우엔 이미 지난 2011년 글루타티온을 피부미백에 이 주사를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국내에서 이 제품이 계속해서 병원을 통해 홍보가 되고 있는 것을 살펴보면,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이 의약품에 관한 종합적인 검토가 미흡한 것으로 보여진다.
가장 많이 구입한 태반주사는 간세포막을 안정화하고 손상된 간세포를 재생 및 보호하는 약이라는 설명이 붙는다. 갱년기증상 완화 목적으로도 사용되곤 하는데, 피로회복이나 항노화 등의 효과가 있다는 것에 대한 임상데이터는 충분하지 않다.
의료계는 이 제품들의 효과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상태에서 과도한 주사 투여는 분명히 우려될만한 점이라고 꼬집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들 주사는 검증되지 않은 효능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단순히 식습관 개선과 운동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효과를 각종 현혹된 말들로 주사를 택한다는 것도 좋은 현상이라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미용주사는 항암효과가 있다든가, 비타민을 고용량으로 주사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오는 고객도 많다. 분명한 건 이것들이 모두 확실하게 증명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극적인 효과를 마냥 기대하고 과도하게 맞는 것은 삼가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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