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강국'의 어두운 '이면'‥"제도적 허점 분명했다"

의료광고 믿고 찾아간 성형외과‥동시수술과 허술한 환자관리 관행 드러나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16-12-28 06:0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성형강국의 '우리나라'. 해외에서도 성형기술을 인정받아 '성형한류'라는 말까지 생겨난 요즘이다.
 
그런데 정작 성형강국인 우리나라가 '부작용' 문제와 '의료과실'에 대해서는 후진국 못지않은 태도를 보인다면 어떨까.
 
국내에 성형외과 의원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병원들은 적극적인 홍보를 시작했고 여기에는 '과장'과 '허위'가 교묘하게 섞여 문제거리로 지적된 바 있다. 또한 환자를 더 많이 받기위해 한번에 여러명을 동시에 수술하는 관행이 퍼졌고, 이중에는 의사자격증을 딴지 얼마 안된 초보의사가 직접 환자를 맡는 등 의료사고에 빠르고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지난 27일 19회 환자샤우팅까페에는 병원을 믿고 몸을 맏긴 이들의 어두운 이면이 드러났다. 안타깝게도 이들은 의사와 병원측의 무책임한 태도로 인해 가족과 얼굴을 잃었다.
 
◆ "우리 아들이 제때 수혈을 받고 의료진이 조금만 신경썼더라면‥"
  
고(故) 권대희 씨 어머니 이나금씨는 25살의 젊은 아들을 이 성형수술로 먼저 떠나보냈다. 고 권대희씨는 지난 9월 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성형외과에서 턱 수술을 받고 과다출혈로 대학병원으로 전원해 49일간 뇌사상태로 있다 10월 26일 사망했다. 9월 8일에는 대희씨 외에 3명이 더 수술을 받았다.
 
고 권대희씨가 찾아간 성형외과는 14년 무사고에 '턱 전문병원' 광고를 하던 곳이었다. 여기에 수술 후기를 적으면 수술비 650만원 중 10%를 돌려주는 조건으로 계약을 했다고.
 
하지만 대희씨는 기대를 갖고 시행한 수술에서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숨을 거두고 만다.
 
이나금 씨는 "대희가 수술을 한 날 밤 12시 50분경, 대희 형에게 성형외과 간호실장이라며 전화가 왔고, 성형외과에서 혈압이 낮아 수혈을 받고 있는데 문제가 있어서 온 것은 아니니 안심하고 중앙대병원을 방문해달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현장에 갔을 땐 이미 상황은 다 벌어진 후 였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알아낸 사고의 경위는 이렇다.
 
대희씨는 지난 9월 8일 아래턱과 사각턱 절개 수술을 받았고, 수술 중 출혈(브리딩)이 심했다. 본래 집도의사가 메인 수술을 마치면 보조의사가 세척, 봉합을 하는데 30~40분 소요된다. 그런데 대희씨는 1시간 35분 52초인 무려 3배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마취를 깨우는 시간도 통상 10~20분이면 되는데 대희씨는 1시간 이상 걸렸다. 이것도 4배 이상이다. 회복실 옮기는 시간도 3~4시간 정도라면, 대희씨는 2배 가까이인 6시간 37분 39초가 걸렸다.
 
이런 환자를 회복실에 옮긴 후 의사들은 바로 퇴근했고, 퇴근 후 환자 3명이 입원한 13층과 대희가 혼자 입원한 12층에 2명의 간호조무사만 근무했다. 
 
이나금 씨는 "대희가 6시간 37분 39초 수술실 있는 동안 집도의 원장은 수술시간을 본인이 수술한 시간을 제외하고 3차례 각각 12분, 11분, 1분 총 24분 환자를 관찰했다. 그것도 2번은 마취과의사, 간호실장이 불러서 다녀갔다. 그리고 이 시간동안 다른 환자를 회복시키기 위해 간호조무사 한명만 남기고 모두 수술실을 비운 시간이 약 30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 30분을 비운 뒤 마취과의사가 확인해 보니 대희씨의 혈압은 80까지 떨어져 있었다. 집도의 원장은 다른 사람보다 뼈를 좀 많이 깎아 피가 많이 나는 것이지 혈관출혈은 아니라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이나금 씨는 "하지만 대희는 계속해서 상태가 나빠졌고 수혈은 하지않고 119구급대가 오는 4분 6초동안 웃으면서 기다리는 의료진의 모습이 cctv에 고스란히 찍혀있었다. 간호실장은 이러한 상황을 끝까지 이야기 하지 않았다. 대희가 단 1초라도 의식이 있었을 때 이야기라도 나눴으면 이렇게까지 후회스럽진 않았을 것 같다. 의료진이 원망스럽고 용서할 수 없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성형외과는 이 사고에 대해 무엇이라 항변했을까. 성형외과 측은 중앙대병원으로 전원할 때까지만 해도 대희씨는 멀쩡했으며, 원인 제공은 했지만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대학병원의 과실이 크다고 전해왔다.
 
이나금 씨는 "응급실에서 중심정맥관 기도삽관 시술을 3차례 실패해서 그때 대희가 고통스러워하며 쇼크를 일으켰고, 증거로 혈흉이 생겼고, 입원 후 며칠 뒤 폐렴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성형외과 측이 항변했다. 아직 국과수 부검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경찰 수사를 통해 모든 진실이 밝혀지기만을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 "나는 괴물이 되었다. 무책임한 의사 때문에" 
 
김복순씨는 눈에 4종류의 안약을 넣고, 수면제를 먹은 뒤 잠이 든다. 

2009년 6월 15일 의사 A씨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의원'에서 현금 3000만원을 주고 얼굴에만 21가지 시술과 수술을 받은 후부터다.

김씨는 잡지에서 해당 성형외과의 광고를 보고 찾아간 경우다.
 
하이소프트실리콘을 사용한 융비술, 비주내림, 비공축소, 비익내리기, 나이스리프팅을 통한 볼 확대 및 앞광대 확대, 쌍꺼풀 수술, 하안검 성형술, 앞트임·뒤트임 수술, 애교살 수술, 보형물 삽입을 통한 이마확대·턱끝확대·코밑확대 수술, 필러 주입을 통한 윗입술확대·아랫입술확대, 귀족수술, 보형물 삽입을 통한 관자놀이 확대, 눈썹 이식, 속눈썹 이식, 포토RF, 이마흉터 제거. 이 모든 것이 김복순씨가 받은 시술 및 수술이다.
 
이 수술들을 하루 만에 끝낸 후 김씨의 코는 콧물을 들이켜는 것도 힘들 정도로 찌그러졌고, 눈은 위꺼풀과 아래꺼풀이 모두 제거돼 제대로 감기지 않는다. 인공눈물과 항생제 등 안약을 매일 넣는다. 보형물 삽입을 위해 절개한 이마에는 머리카락이 더 이상 나지 않게 됐다. 입술에 주입해서는 안되는 필러제가 투여된 보라색 입술은 최근에서야 약간 감각이 돌아왔지만 눈썹은 시술 부작용으로 모두 빠져버렸다.
 
김씨는 "그때 의사 A씨가 '신'처럼 보였다. 그는 자신을 '국제미용성형외과 전문의'라며 다른 성형외과 의사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잡지에서 찢어온 여성모델의 코 사진을 보여주면 다 가능하다고 했다. 코만 하면 얼굴의 전체적인 조화가 깨진다는 말에 그의 제안대로 얼굴의 대부분을 수술했지만 이렇게 괴물이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김씨는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내 지난해 8월 1억1000만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10개월이 되도록 돈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법원은 A씨의 수술 대부분이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했고, 그 사이 A씨는 성형외과 전문의 자격증이 없는, 의과대학만 졸업한 일반의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그가 주장한 '국제미용성형외과 전문의'라는 것도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 모두에게 주는 '수료증'에 불과했다. 정부가 인정하는 전문의 면허가 아니기 때문에 의사협회광고심의위원회는 "국제성형외과 전문의라고 광고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 "제도의 '허점'은 분명, 변화 필요하다"
 
국립중앙의료원 권용진 교수는 이 모든 사례가 '제도의 허점'이라고 꼬집었다.

권 교수는 우선 대희씨의 경우 얼굴이 알려진 대표의사와, 보조의사의 구분을 의아해했다.
 
권 교수는 "주의깊게 봐야할 점은 이름이 알려진 원장이 정말 수술을 하는건지, 보조의사라고 불리우는 사람은 정말 전문의인지 알 수가 없다. 대희씨의 경우도 출혈이 원래 수술하기로 한 의사 과정에서 생긴건지 보조의사가 하는 과정에서 생긴건지 모른다. 그래도 대희씨가 찾아간 성형외과는 마취과의사가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이들이 없는 곳, 수술할 때만 잠깐 왔다가 돌아가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출혈이 심하고 맥박에 문제가 있다면 혈액검사를 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 성형외과는 '무사고'를 자랑했다.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큰 병원으로 전원시켰기에 '무사고'라고 하는 것은 아닐까. 또 수술을 하고 밤새 지켜본 사람이 간호조무사 2명이라는 것도 문제가 있다. 환자에게 이상이 생겨 119를 부르는데도 보호자에게 연락을 안했다는 것은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성형수술이라는 것도 매우 큰 출혈이 동반되는 위험성이 있는 경우는 다른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대학병원이나 병원급은 인증기준이 있다. 그런데 동네의원은 없다. '무사고', '명의'라는 광고보다 중요한 것은 이 의료기관이 수술에 있어 나를 제대로 모니터링을 해줄 수 있는지, 수술조건이 맞춰져있는가다. 이러한 기준은 수술을 행하는 성형외과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김복순씨의 사례에서도 '의사면허등록 관리제도'에 대한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가 어디서 의료행위를 하는지를 분명히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비급여만 하는 의사들은 추적하기가 어렵다. 대표원장만 보건소에 등록하고 일반의를 고용해 월급을 줘도 우리는 확인을 못한다. 심평원 등록 외에는 어떤 등록시스템 갖고있지 않은 의사면허등록 관리의 근본적 문제인 셈이다. 모든 의사들은 어디서 어떤 의료행위를 하는지 의무적 시스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복순씨가 소송에서 이겼음에도 해당 의사가 어디에서 어떻게 돈을 벌고 있을지 확인이 불가능한 것만을 봐도 알 수 있다"고 전해왔다.
 
의사가 의료사고에 의한 소송에 휘말렸거나 문제를 일으켰다면, 이러한 정보도 공개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과가 있는 의사를 공개해달라는 것은 샤우팅까페에 참석한 환자들의 요구사항이기도 하다.
 
권 교수는 "의사협회 차원에서라도 소송 기록을 신고하게 해 그 문제점에 대해 의사들이 재교육을 받아 또한번의 사고를 방지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우리나라는 의사가 어떤 사고를 일으켰는지 환자는 전혀 알 수 없고, 단순히 병원 홍보문구나 알려진 의사에게 의존하는 수준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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