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들, 계륵 같은 `상품매출` 소폭 증가‥평균 37%

50개 상장사 집계, 전년比 1%p↑…28개사 늘고, 21개사 줄어

최봉선 기자 (cbs@medipana.com)2019-03-26 06:02

[상장제약기업 2018년도 경영실적 분석 시리즈] ⑨상품매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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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사들은 지난해 남의 물건을 판매하는 계륵 같은 `상품매출`이 소폭 늘어났다.
 
메디파나뉴스가 50개 상장제약기업들의 2018년도 감사보고서(연결 기준)를 통해 `매출액 대비 상품매출 비율`을 분석한 결과, 평균 37%로 2017년도 36%에 비해 1%p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집계 대상 기업들이 지난해 올린 전체 매출액은 13조 9,102억원 규모로 7% 성장한 반면 상품매출은 이 보다 높은 10.1% 늘어난 5조 1,477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전체매출 대비 상품매출 비율이 늘어난 기업 28개사(평균 3%p 증가), 줄어든 기업 21개사(평균 2.5%p 감소)로, 늘린 기업이 많았으며, 1개사는 같은 비율을 유지했다. 상품매출 규모로도 줄인 기업은 12개사에 불과했다.

 

매출을 회계기준으로 구분할 경우 제품매출(제조업), 상품매출(도·소매업), 용역매출(서비스업)로 나누는데 제조업인 제약기업에서 상품매출이 늘어난다는 것은 남의 제품을 갖다파는 일종의 도매업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이유로 국내 제약사가 다국적 제약사들의 도매상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상품매출 비율을 가장 많이 늘린 기업은 원료약 주력 에스티팜으로 전기에 3.3%에서지난해 14.7%로 11.4%p 증가했다. 이는 한 글로벌 기업이 에스티팜의 원료로 C형간염치료제를 생산했으나 높은 완치율로 환자가 감소하면서 원료약 수입을 줄이면서 상대적으로 상품매출 비율이 높아진 것이다. 에스티팜은 2017년도 매출 2,028억원에서 지난해 977억원 규모로 51.8% 급감했다.

 

이어 영진약품이 17.3%에서 26%로 8.7%p 늘어났고, 테라젠이텍스는 39.8%에서 46.6%로 6.8%p, 동성제약 13.4→ 19.3%로 5.9%p, 셀트리온제약 17.0%→ 22.8%로 5.8%p, 하이텍팜 53.3%→ 58.4%로 5.1%p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반대로 한국유니온제약은 43%에서 35.9%로 7.1%p 줄인 것으로 비롯해 명문제약은 38.1%에서 32%로 6.1%p, 진양제약은 8.3%에서 2.5%로 5.8%p, JW신약은 70.4%에서 64.6%로 역시 5.8%p, 유유제약은 29.1%에서 24%로 5.1%p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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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별 상품매출 비율을 보면 제일약품 전기에 비해 3.4%p 늘어난 77.9%로 가장 높았다. 이는 한국화이자의 `리피토`(고지혈증)를 비롯해 `리리카`(말초신경병성), `쎄레브렉스`(해열·진통소염제), `네시나`(당뇨), `란스톤 LFDT 정`(활동성십이지장궤양), `뉴론틴`(신경병성통증), `카듀엣`(고혈압), `액토스`(당뇨) 등의 판매를 대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어 광동제약 65.5%, JW신약 64.6%, 하이텍팜 58.4%, 파마리서치프로덕트 57.3%, 유한양행 55.2%, JW중외제약 50.9%, 한독 50.2% 등 8개사가 전체 매출의 절반이 `남의 제품`으로 채워졌다.

 

그러나 유한의 경우 원료의약품 수출 부문이 유한화학에서 만들기에 회계상 상품매출로 잡혀 있고, `유한락스` 등 적지 않은 외형의 생활용품들도 상품매출로 재무제표에 인식되고 있다. 유한의 상품매출은 길리어드의 B형 간염치료제 `비리어드`, 베링거인겔하임의 당뇨병치료제 `트라젠타`와 고혈압 복합제 `트윈스타` 등이다. 또 JW중외제약도 계열사 JW생명과학에서 생산한 수액류가 상품매출로 잡혀 있기 때문이다.

 

테라젠이텍스 46.6%, GC녹십자 45.2%, 현대약품 37.9%, 보령제약 37.2%, 종근당 36.4%, 한국유니온제약 35.9%, 한올바이오파마와 동아에스티 32.7%, 명문제약과 알보젠코리아 32%, 일성신약 30% 순이다.

 

그외 일동제약 29.5%, 이연제약 28.7%, 환인제약 28.3%, 신신제약 26.7%, 영진약품 26%, 휴온스, 유유제약, 안국약품, 셀트리온제약, 대화제약 등이 2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빅5` 기업인 한미약품의 경우 1조원대 매출 중 상품매출 비중은 9.5%에 불과해 눈길을 끌고 있다. 또 신약개발에 올인하고 있는 부광약품 5.9%, `개량신약의 강자`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2.1% 정도에 그치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의 상품매출이 증가하는 것은 R&D 투자성과 지연, 리베이트 규제에 따른 성장성 둔화, 여기에 2012년 4월 대규모 일괄 약가인하로 인한 매출 감소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기업들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다국적 제약사들의 제품을 도입해 판매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상품매출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영업력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도 "문제는 상품이 회수될 경우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자기제품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또 상품매출 비중 확대는 외형성장 효과, 영업활동 효율화, 신규 치료영역 진출 등 긍정적 효과가 있으나 저마진 상품매출 비중 확대에 따른 수익성 악화, 다국적 제약회사의 도매상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종속 우려 등 부정적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수익성이 악화되는 약가인하 시대에 오리지널 상품(남의 제품)을 앞세워 자사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 등의 잇점이 있다는 시각도 있어 `양날의 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메디파나뉴스가 집계한 상장제약기업들의 상품매출(개별재무제표 기준)은 2006년(23개사) 22.2%, 2007년(23개사) 24.5%, 2008년(24개사) 25%, 2009년(매출상위 23개사) 22.2%, 2010년(매출상위 23개사) 24%, 2011년(36개사) 25%, 2012년(38개사) 28.6%, 2013년(46개사) 30.1%, 2014년(46개사) 32.3%, 2015년(50개사) 34%, 2016년(53개사, 연결기준) 35.2% 등 10여 년 사이에 10%p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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