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민욱 기자] 다나의원 사건, 고대의대생 성추행 사건 등 의료계 일각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건 때문에 의료인에 대한 여론이 얼어붙은 바 있다.
이와 같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의료계가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이하 전평제)을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엇박자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문제는 이를 전담할 부서와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이에 따라 의료계는 더욱 독립적인 면허기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복지부 손호준 의료자원정책과장<사진>은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합리적인 의사면허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정부의 행정처분 피드백이 없다"는 의사단체의 지적에 담담하게 의견을 밝혔다.
손 과장은 "1년에 행정처분이 400건 이상에 달하는데, 의사단체에서 복지부에 의뢰해도 피드백을 그때그때 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고 인정했다.
그는 이어 "의협도 우리와 유사하게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 피드백을 주고받기 위한 많은 시도를 하지만 아직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문가평가제는 의료인의 자율징계권의 일환으로 지난 2016년부터 시작해 올해 5월 2차 시범사업을 맞이했다.
지역의사회 및 의협 산하 중앙윤리위원회(이하 중윤위)에서 심의를 진행하고, 최종적으로 행정처분 필요 여부와 자격정지 기간을 정해 보건복지부에 행정처분을 요청하고, 보건복지부는 이를 실시한다.
중윤위에서 징계 결의에도 긴 시간이 소요되지만 이를 통해 정부에 의뢰한 행정처분 역시도 제때 답변을 받지 못한다는 것.
향후 정부는 문제를 인지하고 의료인들의 면허권 개선을 위한 여러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손 과장은 "행정처분 피드백은 미흡하지만, 정부는 2016년부터 면허관리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2018년 1월부터 보수교육 필수과목에 직업윤리가 들어가도록 개정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국회에서도 의료인 윤리와 관련된 법안이 많이 발의되어 있지만, 실제로 의미있게 논의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평제 시범사업을 통해 자율징계권 논의. 개인정보 부분의 문제도 제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 전문가 자율성 위해서 '독립적 면허관리 기구' 원하는 의료계
의료계는 국가적으로 올바른 의료시스템을 갖추고 또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의사면허제도가 효율적·체계적으로 관리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정부 주도하의 의사면허 관리는 한계가 있는 만큼 독립적인 면허관리기구를 설립해야 한다는 것이 의협을 비롯한 의료계의 의견.
이 자리에서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안덕선 소장은 "나쁜 의사들에 대한 처벌은 의사들도 원한다. 시대착오적 의사 면허관리와 효율적인 자율규제 장치가 없어서 이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으며, 의사단체에 대한 이미지만 손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의사면허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발급하며, 유지·관리 또한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후 면허시험, 면허신고 및 갱신, 보수교육 등 다양한 체계로 분리·운영되고 있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된 지 이미 오래되었다.
의협 김해영 법제이사는 "면허관리기구가 없어 의협을 비롯한 우리나라에서는 정확한 의사인력 현황을 파악하기 어렵고 건보공단이나 의학회 등 자료로 추산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따라 의사인력 수급계획도 어려운 상황이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어 "정부가 의사들이 역량이 안 되어서 면허관리권을 못 주겠다고 하는데, 그 역량을 키울 생각을 해야 한다"며 "전문직 스스로 통제력이 있고 규제할 때 더 훌륭한 의사들이 나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 "'의사면허 등록법' 통해 부적격자 걸려내야"
아울러 이 자리에서는 장기적으로는 면허관리기구의 설립과 관리할 영역, 역할정립에 많은 시간과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별도의 '의사법'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왜냐하면 이를 통해 인력의 정확한 파악과 더불어 부적격자가 걸러지는 등 필수 역량관리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
한국의약평론가회 이명진 총무이사는 "각종 법안 개정방법과 의사 면허와 전문성에 관련된 사안들을 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 할 수 있도록 별도의 '의사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현행 법률에는 '의사법'이 없기에 새로운 법을 만들어야 하는 입장에서 외국 사례에 착안해 '의사면허 등록법' 등의 고찰이 필요하다.
이 총무이사는 "의사법에는 임상진료 부적격자를 걸러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진료면허 부여기준을 공고히 하고 면허 유지도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 진료에 정신적 신체적 장애가 없는 경우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무 임상 실습 참여조건을 명문화 하며 진료 면허 대상자, 진료면서 취소 및 회복에 대한 구체적인 사안들을 법에 명시해야 한다.
한편 현재 의협은 국내 상황, 국제적 추세에 따라 독립된 면허관리기구를 통한 자율규제권 및 면허관리체계 확보를 위해 '의사면허관리기구 설립 TF'를 운영하고 있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TF에서는 해외의 다양한 사례를 분석해 국내 실정에 맞는 면허관리기구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독립된 면허관리기구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의사면허제도 개선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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