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범죄, 시스템의 실패"‥의료계, 사법입원·수가개선 호소

故임세원법 시행 불구 사각지대 존재, 의료진·경찰 등 현장 불안감  여전‥근본적 대책 마련 한 목소리

신은진 기자 (ejshin@medipana.com)2020-09-23 06:07


[메디파나뉴스 = 신은진기자] 제대로 치료받지 않은 중증 정신질환자로 인해 의료진이 연달아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비극의 반복을 막기 위해 사법입원제도 강화, 정신질환 수가 개선 등 시스템 보완이 필수적이라는 현장 지적이 제기됐다.
 
22일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용인시병)과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사장 박용천),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회장 조순득)는 온라인으로 '안전한 진료환경과 정신건강 치료 지원체계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우리나라의 정신질환자 진료체계 보완방향을 논의했다.
 
의료계는 故임세원 교수 피살사건 이후 의료기관내 폭행에 대한 형량하한제 도입, 주취폭행의 형량 감경 불가 등 의료법이 개정되고, 100병상 이상의 정신병동 안전관리수가와 급성기 낮병원 수가 등이 신설됐지만 여전히 정신과 의료기관 곳곳에는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미래병원 원장 정찬영은 "정신병리에 의한 협박과 폭력은 1차적으로 치료의 대상이라 의사와 의료인들이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환자에 의한 폭력 등이 발생하면 경찰을 불러도 출동 전에 이미 사건은 벌어진다. 출동하기 전까지 살아있어야 의미가 있지 않느냐"며 "정신질환자들은 사회적 입원이 많은데 사법입원제도가 부재하고, 정신응급체계와 타 질환과 차별화된 수가는 없다. 사법입원제도가 없어 환자와 환자보호자에 의한 비난과 위험은 의사가 감당해야 하는 실정이다"고 밝혔다.
 
실제 2019년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및 전공의 6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료현장 폭행실태조사 결과에서, 폭언이나 협박을 경험한 의료진은 95%, 손찌검이나 구타를 당한 경우도 63.2%였으며, 흉기 등 위험물로 위협 당한 경우도 33%였다.
 
문정윤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임의는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사회적 낙인으로 가족들이 환자를 환자로 인정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특히나 환자나 보호자가 여성 의료진을 쉽게 생각해 부적절한 진단서 발급을 요구하는 일도 있다"고 고충을 밝히고 "정신질환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관리체계가 있어야만 한다. 사법입원제도와 입원부터 퇴원 후 까지 연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범죄율이 높은 고위험 환자와 급성기 환자에 대한 수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백종우 경희의대 교수(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제이사)는"정신질환자에 대한 지역사회 내 방치가 사고의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혐오의 확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며 "임세원 법이 통과됐지만 100병상 이하 소규모 정신병동과 1차 의료기관이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이전보다는 상황이 나아졌지만 본질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시스템의 문제로 인해 중증 정신질환자의 범죄를 예방할 수 없다는게 현장의 호소인 것이다.
 
정찬영 원장은 "비자의입원은 사법입원제도로 대체해야 한다. 입원단계부터 입원 지속, 사후관리까지 가족이 아닌 국가기구가 관장하고 책임질 수 있게 해야 한다. 환자가 가족과 치료진에 대한 원한을 갖지 않게 해야하는 것이다"며 "정신 응급 기관 및 연계 체계를 수립하고 고위험 급성기 진료 수가 치별화, 현장의 경찰협력, 안전요원 및 안전예산, 설비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는 경찰 역시 동의하는 부분이었다.
 
양영우 경찰청 생활질서과장은 "고위험 정신질환자 치료연계 활성화로 진주 방화·살인사건 이전 대비 행정입원 151.3%, 응급입원 81% 증가했지만, 야간·휴일에는 정신건강복지센터 요원들의 현장 도움을 받기 어렵고, 의사들이 응급입원 의뢰서에 동의하는 것을 꺼린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양 과장은 "행정입원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현재 경찰은 응급입원이 결렬된 경우 빠르게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통보, 행정입원을 요청하고 있으나 수차례 공문발송에도 불구하고 미조치 되는 경우가 많다. 지역별 정신질환자 진료현황과 입원환자 수 등 수요에 맞게 지역별 행정입원 지정 정신의료기관의 병상 수도 조정해야 할 것이다"고 조언했다.
 
이에 홍정익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과장은 "올해 8월 부산에 故 김제원 원장 사고의 경우 100병상이 되지 않은 개인 정신과 의원에서 정신질환의 악화로 범죄가 발생했다"며 "▲정신과 의원에 대한 비상벨 설치 의무화, ▲경찰청 탄력순찰제도 의료기관 안내, ▲지역 정신건강심의위원회 퇴원 심사 제도 도입 등 안전 사각지대 해소와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에 힘쓰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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