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중증정신질환?…국가가 책임지면 "안전하다"

가족에게만 책임부과…여력 안되는 가족에 의해 방치된 중증정신질환자, 강력범죄 저질러
사회적 낙인·경제적 부담·부족한 치료시스템…개인 노력으로 극복 어려워, "국가가 나서야"

조운 기자 (good****@medi****.com)2021-03-31 06:04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중증정신질환자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바라보는 우리 사회.


막연한 불안감과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국가가 직접 나서 중증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와 돌봄을 책임져, 사회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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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제이사

 

지난 30일 오후 2시 이룸센터 2층에서 ‘중증정신질환 국가책임제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온라인 유튜브 생중계로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는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실 주최로 (사)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회장 조순득)와 한국정신장애인협회(회장 이항규),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사장 박용천)이 공동 주관으로 마련됐다.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이 전문학회와 손을 잡아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그간 중증정신질환자 개인과 가족들이 짊어져야 했던 책임의 무게를 국가, 사회가 덜어감으로써 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를 마련할 수 있다는 공감대 속에 '중증정신질환 국가책임제'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진행됐다.


먼저 정신장애인 가족 대표로 발제를 맡은 김영희 (사)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는 그간 사회적 낙인과 경제적 부담, 자·타해 위험이 발생해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사회 안전시스템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뒤이어 백종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제이사(경의의대)는 이처럼 정신질환자 당사자와 가족에게 책임이 주어짐에 따라 발생하는 사회적 불안과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법입원제도를 포함한 중증정신질환 국가책임제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백종우 교수에 따르면 그간 우리나라는 중증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와 돌봄의 책임을 가족에게 떠 넘기는 '중증정신질환 가족책임제'로 버텨왔다. 실제로 우리나라 정신건강복지법 40조에서 '보호의무자는 보호하고 있는 정신질환자가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며 정신질환자의 재산상의 이익 등 권리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급격한 산업화와 핵가족화에 따라 불가피하게 중증정신질환자가 방치되는 일이 발생하게 되고, 이는 조현병 환자의 강력범죄 사건으로 이어졌다.


지난 2018년 임세원 교수 사망 사건 이후 의료인 폭행 처벌 강화하는 의료법 개정안, 정신응급센터 설치에 대한 응급의료법 개정안, 외래치료지원제, 행정입원비 지원에 대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 안전관리수가 및 급성기 낮병동 수가 시범사업이 건정심을 통과하는 등 여러 대책이 나왔으나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백종우 교수는 국가가 직접적으로 중증정신질환자 치료와 돌봄에 적극 개입하고 나아가 책임지는 제도가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지난 1998년 미국 뉴욕에 도입된 '뉴욕 켄드라(Kendra)'법을 예로 들었다. 당시 뉴욕 시민인 켄드라가 정신질환자인 골드스테인에 의해 지하철 철로에 떨어져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 만들어진 '켄드라법'은 법원심사에 의한 외래치료지원제도를 담고 있다.


그는 "산업화되고 핵가족화된 미국 사회에서 가족이 정신질환자를 돌보는 것이 불가능한 시점이었다. 이에 사회가 개입해야 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이 법은 현재 영구적용되고 있고, 법원이 외래 치료, 입원을 심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환자의 신체적 자유를 제한한다는 측면에서 전문성을 가진 판사가 다학제팀과 함께 비자의입원 또는 외래치료지원제도를 심사하고 있고, 이로 인해 실제로 방치된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 사건이 줄어들었다.


영국과 호주의 경우 준사법행정기관을 통해 6개월 기준 비자의입원과 외래치료명령 또는 지역사회 치료명령을 본인 청문(대면 또는 온라인) 후 결정하고 있었다.


백종우 교수는 "가족, 부양의무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에서, 사회가 결정하는 쪽으로, 사회가 지자체에 책임을 부여하고 주거와 일자리까지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사법입원 제도와 중증정신질환 국가책임제를 통해 우리는 더욱 안전한 사회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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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토론회에서 박경덕 전 대한간호협회 정신간호사회장은 "간호사로서 만났던 가족들에게서 '우리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을 때 굉장히 가슴이 아프다. 정신질환 인식 개선, 시스템 개선 등은 절대로 개인이 노력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국가가 주도해 이런 내용을 개선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박 간호사는 "입원치료 자체가 꼭 필요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으로 인해 인권이 존중되지 않아 입원치료를 받은 당사자가 트라우마를 겪는 일이 많다. 이를 위해 국가가 주도해 정신질환 치료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정신의료기관에서 환자 24시간 돌보는 간호인력 기준 자체가 신체 질환에 비해 차별받고 있다. 충분한 치료인력으로 치료권 존중받는 시스템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뒤이어 배점태 한국조현병회복협회 회장은 "복지부 2021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환자 발병 후 첫 치료까지 WHO 권고인 3개월의 4배인 12개월이 걸린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선진국은 치료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만, 우리나라는 가족이 모든 치료 책임 부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은 치료에 한계가 있다. 무지와 편견 등으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으며, 자·타해 위험이 높은 당사자를 통제하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배 회장은 "치료시기를 놓치면 치료가 힘들어지고, 심한 중증정신장애인이 될 확률이 높다. 국가는 조현병 당사자를 위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제10조를 준수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조현병 등 중증정신질환자들은 병식(자신의 질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결여돼 있다는 점에서, 국가의 관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병식 결여로 당사자는 치료를 거부하고, 가족은 치료를 방치함에 따라 증상 악화와 만성화로 중증정신장애인이 돼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배 회장은 "조현병치료도 치매 국가책임제처럼 청소년시기부터 국가가 책임지고 정신질환자들을 책임지고 치료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제도 도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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