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독립 면허관리기구 필요하지만…"신뢰 회복 선결돼야"

의사 불신에 기반한 의료인 면허 관리 강화 의료법안 발의…"면허 심의 절차에 문제 있다"
의료계, 자율적 면허관리 기구 주장에 '긍정적'…직역 감싸기로 보일 수 있어 '공정성' 확보

조운 기자 (good****@medi****.com)2021-11-27 06:05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의료인 결격사유 및 면허취소 사유 강화 등 면허 관리 강화 관련 의료법안이 다수 발의된 가운데, 절차적 공정성과 전문성을 담보한 의료인 면허관리 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의료인이 스스로 면허 제한 심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위임하는 방식이 가장 합리적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의료인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 선결되야 한다는 지적이다.


shutterstock_1513826381.jpg

 

최근 대한의료법학회 통권 제22권 제3호에 '의료인의 면허제한 범위 확대와 기본권 제한:의료법 개정안을 중심으로'(저자 권오탁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부연구위원) 논문이 게재됐다.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으로 인한 C형 간염 집단감염 사건, 수면내시경 환자를 성추행한 사건, 산부인과 마취환자 성추행 사건 등 의료인의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며 올해 초까지 국회에는 현 의료법의 의료인 면허제도를 개선하려는 9건의 법률개정안이 발의됐다.


해당 의료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의료인의 결격사유와 면허취소 사유를 '모든 범죄'에 있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않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되지 않은 자'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권 부연구위원은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의료인의 경우,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 의무를 저버린 중대범죄자로서 국가의 국민건강보호의무 실현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공익의 측면에서 해당 법안의 내용은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모든 범죄'로 확대할 경우 의료인의 '업무상과실'로 인해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은 경우도 필수적 면허취소 사유로 보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다.


국회에서도 이 같은 고민에 따라 해당 의료법개정안에서 '업무상과실'로 인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예외조항으로 제외하도록 하자는데 의견을 모아 의료법 개정안(대안)을 마련한 바 있다.


하지만 권 부연구위원은 '업무상과실'을 면허 제한 범위에서 제외하는 방안에서 그치지 않고, 현재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의료인 면허 제한 심의 기구를 마련해 의료인의 면허를 관리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오탁 부연구위원은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의료인으로서의 기능 보유 및 기능 상실에 대한 판단은 전문성에 근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 의료인의 면허제한은 보건복지부장관의 행정처분으로 내려지는 행정행위지만, 행정법에서 보호하고 있는 행정처분에 대해 당사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호되지 못한 측면이 커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현행 의료법에서는 면허정지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청문 없이 행정처분이 가능하며, 그나마 복지부에서 '보건의료인 행정처분심의위원회'를 구성했으나 심의 사안이 제한적이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사례는 많지 않다.


이에 권오탁 부연구위원은 현행 면허제한 심의절차가 당사자의 방어기회를 적절히 보장하지 않는 구조이고, 전문성에 따라 의료인의 면허제한을 심사할 수 있지 못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의료인의 윤리적·도덕적 책임과 의무에 대한 판단은 일반인의 시각에서 할 수 있으나 의료인의 기능 적합성에 대한 판단은 구체적 상황을 기준으로 의료 전문가 집단의 집단지성을 전제로 동료평가를 통해 개별상황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의료인에게 면허제한 심의를 위임하는 방식 등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단, 권 부연구위원은 "의료인들에게 자율적인 규제시스템을 운영하도록 맡기기 위해서는 의료인에 대한 신뢰와 공정성이 담보돼야 한다. 공정성의 담보는 구체적으로는 조직구성의 공정성과 운영의 공정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조직구성의 공정성을 위해서는 심의위원회의 구성이 폐쇄되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현행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인 단체 중 양회별로 구서된 윤리위원회의 구성이 다양화되고 공개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의료인 관련 전문가뿐만 아니라 환자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관련자들도 포함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운영의 측면에서 조직구성의 공정성을 강조했는데, 의료인의 자율규제시스템 또는 그 과정이 자칫 직역에 대한 보호나 감싸기 위한 장치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주장은 의료계 내에서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최근 대리수술 문제로 인한 일부 의사들의 일탈 문제에 대해 '자율정화'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과 일맥상통하다.


실제로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는 전문가단체인 의사집단의 비윤리적 행위 등은 외부적 감시나 법적 통제보다 의료인단체 내부적, 자율적 규제가 효율적이라고 주장하며, 의사윤리를 위반해 전체 의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단호한 대처와 엄중한 징계가 가능한 자율적 면허관리 기구 마련을 주장하고 있다.


권 부연구위원은 "전문가 집단인 의료인이 자율적인 면허관리 기능을 통해 전문가로서의 기능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의료인에게 면허관리의 자율권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사협회의 주장에 동조했다.


다만, "현재 의료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지 않다. 따라서 일정기간 독립된 면허관리기구 또는 면허심의기구를 설치·운영함으로써 의료인들에 대한 신뢰를 쌓아가면서 자율규제의 실효성을 확인하는 절충기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