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으로 공급되던 '피딩 라인' 중단‥연하 장애 환자들의 호소

경관식 복약 편의성 위해 피딩 라인 세트 무상 공급‥환자들에게 큰 도움
한 끼 1회용 피딩 라인, '의료기기 공급내역 보고' 시행으로 비급여‥환자들 혼란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2-08-02 06:0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연하 장애'로 인해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환자들은 안전한 영양 공급을 위해 병원(또는 재택)에서 흔히 비위관(콧줄)이나 위장루(뱃줄)를 통한 경관식을 이용하게 된다.

입으로 음식을 넣어 씹거나 혀로 맛을 느끼는 과정을 생략하고, 관을 이용해 위장 쪽으로 바로 영양소들을 보내는 방법은 흡인성 폐렴과 영양실조의 발생 위험을 낮춘다.

그런데 '의료기기 공급 내역 보고 의무화'에 따라, 경관식 섭취 환자에게 무상 공급되던 피딩 라인(Feeding-line)을 비급여로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문제에 관심을 촉구한 단체는 한국폼페병환우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료기기 유통 구조의 투명성 및 위해 제품 추적성 향상을 위해 제조·수입·유통 단계별 모든 의료기기 공급 내역을 보고하고 의무화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7월 1일부터 시행됐으며, 4등급('21.7.1) → 3등급('21.7.1) → 2등급('22.7.1) → 1등급('23.7.1) 순으로 1년씩 단계별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

올해 7월에는 의료기기 2등급에 해당하는 제품이 의무 보고 대상이 됐다. 그리고 여기엔 연하 장애 환자의 특수경장영양식인 엔커버 400ml, 하모닐란 500ml에 해당하는 피딩 라인(Feeding-line) 세트가 포함됐다.

그동안 이 피딩 라인 세트는 복약 편의성을 위해 판매사로부터 환자들에게 무상으로 공급돼 온 의료기기다. 하지만 2등급 의료기기로 보고가 된 7월 1일부로 피딩 라인에 대한 무상 공급은 중단됐다.

갑작스러운 제도 변경으로 환자를 돌보는 주 보호자 및 간병인 등은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다.

이와 더불어 공급 및 판매처는 피딩 라인 세트를 온라인에서 개별 구매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렇지만 온라인으로 제품을 구입하는 데 환자 및 보호자들은 불편함을 호소했다. 동시에 환우회는 피딩 라인 세트의 가격을 2배로 높이는 온라인 의료기기 쇼핑몰에 대해 정부 단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경관식을 하는 환자의 경우 대부분 병원비 외에 다른 소모품으로 지불되는 비용이 크다. 무상 공급이 중단된 후 피딩 라인 세트가 비급여로 변경되자, 이는 곧 의료비 부담으로 이어졌다.


한국폼페병환우회는 "피딩 라인 세트는 위루관(또는 비위관)을 통해 영양 공급을 받는 환자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기본적인 필수품이며, 환자의 생명줄과 같다"고 강조했다.

한국폼페병환우회는 이런 사안에 대해 공급·판매처에 직접 문의했으나 "변경된 제도때문에 불가피한 상황이다"라면서 "근본적 문제는 이 정책을 시행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환우회는 지난 7월 29일 '경관식(엔커버액·하모닐란액) 제품의 피딩 라인 세트 무상 공급 중단'에 대해 식약처의 입장 및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환우회는 이 문제가 폼페병에만 해당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연하 장애가 있는 뇌경색, 뇌출혈, 뇌종양,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처럼 중추신경계를 침범한 질환이나 루게릭병, 길랑-바레 증후군, 중증근무력, 근디스트로피, 구강이나 인두, 식도의 종양, 경부 외상 등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환자들에게도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환우회는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 차상위계층 등에 해당하는 환자들은 늘어가는 비급여 의약용품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 부담이 크다. 또한 기본적으로 피딩 라인 세트는 한 끼 당 1회 사용 후 폐기해야 한다. 그런데 만약 의료비 지출 부담을 줄이고자 한 끼 1회용 피딩 라인을 다회용 사용할 경우 감염 발생의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우회는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 먹을 경우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별도로 사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제공한다. 식사 도구(피딩 세트)의 무상 공급을 중단한 것은 환자의 기본권을 박탈한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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