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세브란스병원 주4일제, 의료계에 본보기 되길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2-09-01 06:04

[기자수첩 = 박으뜸 기자] 눈길을 끌지 않을 수 없다.

국내 빅5 중 하나인 세브란스병원이 '주4일제'를 시행한다니 말이다.

연세대학교의료원과 세브란스병원 노동조합은 최근 2022년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이 협약 내용 중에 바로 '주4일제'의 시범사업이 포함돼 있다.

국내 병원계에서는 '최초'이자, 심한 노동 강도를 호소하던 병원 노동자들에게는 단비같은 소식이다.

물론 병원이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에 주4일제를 합의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또한 병원의 경우 일반적으로 24시간 3교대 근무가 이뤄지기 때문에 근무 시간에 대한 혁신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실제로 연세의료원 노사는 시범사업 대상, 범위, 기간, 시행 시기 등을 두고 첨예한 논쟁이 있었다. 그러나 결국 병원노동자의 '일-생활 균형', '건강하게 일하기 위한 토대'가 필요하다는 취지에 공감했고 노사는 전격 합의했다.

이 주4일제 시범사업은 빠르면 연내에 개시된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2개 병동, 강남 세브란스병원 1개 병동을 시작으로 시범사업 시작일로부터 1년간 계속될 예정이다.

단, 주4일제로 인해 업무 공백이 생기면 안되기 때문에 한 병동에서 동시에 5명 내외가 참여하며, 병동 당 1.5명의 추가 인력이 투입된다.

병원계 최초로 시작하는 주4일제 시범사업 덕분에 세브란스병원을 향하는 시선들은 뜨겁다.

동시에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댈 수도 있다. 병원에서의 주4일제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이미 주4일제를 시행하고 있는 여러 해외 국가에서는 만족도가 높다.

영국은 은행, 투자회사, 병원 등 70여 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6월부터 주4일제 근무 실험을 하고 있다. 대상 기업들이 오는 11월 주4일제를 이어갈지 결정한다.

비영리단체 '주 4일제 글로벌'과 옥스퍼드·캠브리지·보스턴 대학 연구진 등은 근무 시간을 80%로 줄이면서도 생산성과 임금은 종전의 100%를 유지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기획했다.

실험이 갓 시작됐을 때에는 여러 혼란이 있었으나 이후부터는 직원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올라갔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미 주4일제를 실시하고 있는 아이슬란드 등 타 국가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는 계속 나오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2015년~2019년 유치원 교사, 회사원, 사회복지사, 병원 종사자 등 다양한 노동자를 대상으로 주4일제를 시범 운영했다.

그 결과, 공공부문 근로자의 근무 시간을 기존 주 40시간에서 35~36시간으로 줄이고 연봉은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생산성을 높였다. 이외에도 미국, 캐나다, 호주 등도 주4일제를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주4일제를 시범 도입한 기업에서 업무 성과가 오른 이유는 직원들이 짧아진 근무 시간에도 불구하고 더 집중해서 일하기 때문이었다.

세브란스 노조 역시 부담감과 기대감이 있을 것이다.

1998년 2월, 우리나라에서 주5일제 도입 논의가 시작됐을 당시에도 그러했다. 긍정적인 의견보다 업무 성과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컸다.

부디 이번 세브란스 노조의 과감한 시도가 의료계에 긍정적인 바람을 일으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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