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도 정비 필요하다는데… 정치에 휩싸인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

尹 '문케어' 작심 비판·건보 개혁 선언에 野 "문재인 지우기" 반발
전문가 "급여 필요성 경계선 항목 급여화 시점… 효율화 강조 시의적절"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2-12-16 06:07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정치 논리에 휘말려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작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보장성 강화 정책이 효율성을 기반으로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건강보험 제도 개혁 의지를 밝히자 야당과 대통령실이 설전을 주고받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는 것.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건강보험 개편 방향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일부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가 선량한 가입자에게 피해를 주는 부분을 없애려는 것"이라며 "크게 걱정하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메디컬 저지먼트 룰' 개념을 설명하며 정상적 의료 판단에 따른 처치까지 과잉진료라고 칼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국민 패널이 건강보험 혜택은 줄고 보험료는 늘어날 것이라는 언론 보도를 접했다며 우려를 나타내자 이같이 답한 것.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전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두고 "20조 원 넘게 쏟아부었지만 정부가 의료 남용과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방치하면서 대다수 국민에게 부담이 전가됐다"고 작심 비판한 바 있다. 이어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인기 영합적 포퓰리즘 정책은 재정을 파탄시켜 건강보험 제도 근간을 해치고 희생을 강요하게 돼 있다"며 "건보 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야당 반발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포퓰리즘을 운운하며 아픈 국민 치료비를 뺏겠다고 한다"며 "문재인 케어는 보장성 확대 정책으로 극소수 특권층을 위한 것이 아닌 다수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윤건영 의원도 "역대 어떤 보수 정부도 하지 않았던 일을 하고 있다"며 "과도한 지출은 일부에 불과한데 건강보험 전체를 흔드는 얼빠진 짓은 그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문재인 케어가 대다수 국민 보장성을 확대할 것이라던 약속과 달리, 실제로는 외래 진료 이용 횟수 상위 10명이 연간 1200~2000회의 외래 진료를 받았다"며 "2040년 건강보험 누적 적자가 67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국가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반박했다.

반면 정부가 지난 8일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 초안을 발표한 공청회에서 전문가들은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는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한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2005년 참여정부 때부터 시작된 보장성 강화 정책은 필수성에 따라 많은 보장성 항목을 급여권에 끌어들였다. 이후 박근혜 정부부터는 급여와 비급여의 경계선에 남은 것을 급여화 하는 과정이었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박근혜 정부 때는 선택 진료비 폐지라는 힘든 정책이 성공했고, 문재인 정부도 선택진료 완성을 해낸 강점이 있다"면서 "이제는 경계선에 있는 항목의 급여화를 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효율화가 강조될 필요성이 있고,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윤석준 교수도 효율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윤 교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으로 8년,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장을 2년가량 맡고 있는 전문가로서 보장성 강화에 따른 재정 부담을 적극 논의한 정부는 없었다고 반추했다.

보장성은 지속 강화해왔으나 그에 따른 국민 보험료 인상 등 재정 부담 관점에서의 영향에 대한 논의는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 영향으로 의료 이용을 줄이는 것을 어려워지고, 급여권에 있지 않은 간병비도 급여화 필요성이 높아져 대비하지 않으면 '재앙'이 닥칠 것으로 내다봤다.

윤 교수는 "간병비 급여화를 상수로 두고 어떻게 전체 건보 재정을 효율화할 건지에 대해 컨센서스를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도 대책 발표 때부터 보장성을 줄이는 것이 아닌 철저한 합리화와 근거 바탕 서비스 제공이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복지부 임인택 보건의료정책실장은 "보장성을 후퇴하거나 하는 방향으로 작업하지 않았고, 남용되고 있는 의료 서비스에 대해 철저히 검토해 제대로 된 부분에 투자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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