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한지연 교수.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폐암은 국내 암 사망원인 1위로, 세계적으로도 가장 사망률이 높은 암종이다.
2019년 국가 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원격 전이된 폐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10%에 불과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비소세포폐암에서 표적 치료제가 활발하게 개발되면서 치료 성과도 개선되고 있다.
최근에는 환자가 가진 암의 분자병리학적 정보를 우선적으로 확인하고, 이에 맞춰 치료제를 선택하는 방식이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았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가이드라인에서도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치료 시 EGFR, ALK, ROS, MET 등을 필수 바이오마커 검사 유전자로 권고하고 있다.
이처럼 비소세포폐암의 바이오마커 검사와 이에 맞는 표적 치료제의 발전은 현재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전체 비소세포폐암의 3~4%를 차지한다고 알려진 MET 엑손 14 결손 표적 치료제가 국내 허가를 받았다.
비소세포폐암에서 MET 엑손 14 변이가 있는 경우 전체생존기간은 1년 미만이었다. 리얼월드 데이터에 따르면, 환자들의 무진행생존기간이 3,3~5개월에 불과할 정도로 현저히 낮아 새로운 치료 옵션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런 가운데 한국머크 바이오파마의 '텝메코(테포티닙)'는 VISION 연구를 통해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하며, MET 엑손 14 결손 변이가 있는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성인 환자의 치료제로 지난 2021년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텝메코는 MET 엑손 14 결손 변이가 있는 진행성 혹은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성인 환자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대규모 임상인 VISION 연구는 단일군, 공개라벨, 다기관 연구로 설계됐다.
그 중 아시안 임상에서는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에서 근무 중인 한지연 교수가 참여해 VISION 연구를 이끌었다.
이에 한 교수를 만나 MET 엑손 14 결손 변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 치료 환경의 변화와 테포티닙의 임상적 가치에 대해 들어봤다.
한 교수는 국립암센터 치료내성연구과 최고 연구원으로, 국립암센터 폐암센터 센터장(2010~2017)과 정밀의료연구과 영년제 책임연구원(2019~2021)을 역임했다.
다음은 한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Q. 비소세포폐암에서 NGS 검사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 비소세포폐암은 표적 치료가 가능한 대표적인 암종이다. NGS(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Next-Generation Sequencing)란 유전자 돌연변이를 포괄적으로 검사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전의 방식과 비교해 한꺼번에 많은 유전자를 검사할 수 있어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다.
NGS를 통해 치료 표적을 발견하게 된다면, 환자에게 가장 좋은 효능을 가진 것으로 기대되는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다. 최근 효과가 입증된 표적 치료제들이 많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다만 환자에 따라서는 표적 치료를 시행한 후에도 내성을 보이고 암이 진행될 수 있다. 이럴 경우 반복적으로 NGS 검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NGS 검사에 급여를 적용해주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Q. 현재 국내에 MET 엑손 14 결손 유전자 변이를 가진 비소세포폐암의 환자수는 어느 정도로 보고되고 있나?
= MET 엑손 14 결손은 아주 드문 유전자 돌연변이로, 정교한 방법으로 분석하면 전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3~4%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NGS 검사를 시행하는 기관마다 차이가 있어, 실제 리얼월드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국내 전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2%에서 보고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Q. MET 엑손 14 결손 유전자 변이를 가진 비소세포폐암의 임상적 특성과 더불어 치료 방법에 대해서도 소개를 부탁한다.
= MET 엑손 14 결손 유전자 변이는 MET라고 하는 티로신 키나아제 수용체가 과발현돼 암세포를 생존, 성장, 전이시키면서 발생한다. 그동안은 이런 경우 어떤 치료도 잘 듣지 않아 예후가 굉장히 불량했다. 모든 항암제에 불응하는 경우가 많아 평균 생존 기간이 약 10개월 미만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MET 엑손 14 결손을 타겟으로 하는 MET 억제제들이 개발되면서 대규모 임상을 거쳐 굉장히 좋은 반응을 확인했고, 생존기간을 개선시킬 수 있음을 입증했다.
대표적인 MET 억제제인 텝메코는 MET 엑손 14 결손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는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1차 요법뿐 아니라 이전에 항암 치료를 받았던 환자에서도 좋은 치료 효과를 보였으며, 생존율을 개선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현재 국내에 허가돼 MET 엑손 14 결손 유전자 변이 비소세포폐암으로 진단되면 이런 효과적인 치료제의 사용이 가능하다.
Q. 테포티닙의 대표 임상인 VISION 연구에 참여했다. 연구를 진행하며 현장에서 느꼈던 테포티닙의 임상적 이점은.
= VISION 임상에 참여한 환자들은 기존 표준 치료에 반응이 적어 뼈 전이 등으로 굉장히 고통스럽게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텝메코 투여를 통해 증상이 호전됐고, 지금까지 그 약 덕분에 잘 지내고 있는 환자분들이 많다.
Q. VISION 연구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주목할 만한 데이터는 무엇인가.
= VISION 연구는 MET 엑손 14 결손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텝메코의 임상적 효과를 확인한 단일군, 2상 연구이다.
여러가지 코호트가 있는데, MET 엑손 14 결손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2020년에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게재됐고, 이를 통해 1차 치료뿐 아니라 2차, 3차 요법으로 사용했을 때에도 거의 비슷한 반응률과 생존기간을 보인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2022년 11월에는 대한폐암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아시아 환자를 대상으로 한 하위분석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다.
Q. 테포티닙의 동양인 하위그룹 데이터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 VISION 임상에 참여한 전세계 환자들의 데이터 중에서 아시아 환자 약 80여명에 대한 분석 결과가 ESMO ASIA에 이어 최근 대한폐암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전체 환자에서 객관적 반응률은 약 50%였는데, 아시아 그룹은 54%로 조금 더 높았다. 반응지속기간 중앙값도 전체 환자에서는 18개월 정도였는데, 아시아 환자는 18.5~19개월로 더 좋게 나타났다.
무진행생존기간도 1차 치료를 받았던 환자 전체에서 약 12.6개월 정도였는데, 아시아 환자에서는 1차 치료 때는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았고, 전체생존기간은 24개월을 넘어가고 있다.
조금 더 팔로업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 2차 요법 이상에서는 전체 환자나 아시아 환자 모두 11개월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아시아 환자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더 좋은 반응률을 보였다기 보다는 수치적으로 경향성을 띈다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하위분석을 통해 인종간의 차이를 보고자 했던 것은 아니다.
MET 엑손 14 결손 유전자 변이는 비흡연자와 흡연자의 비율이 반반 정도인데, 아시아 그룹에서 여성 환자, 비흡연자가 많았다. 이런 배경들이 유전학적으로 종양의 이질성을 낮춰 더 좋은 결과로 이어졌을 것이다.
Q. 테포티닙에 보험 급여가 적용된다면 환자들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나?
= 엄청나게 큰 혜택일 것이다. MET 엑손 14 결손 유전자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전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2% 수준이다.
환자수는 많지 않지만, 식약처의 승인 후 급여가 되지 않기 때문에 환자들이 현실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경제적이 부담이 굉장히 크다.
식약처가 사용을 승인했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약제의 효능을 믿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실적으로 급여가 적용되는 속도에 조금 더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
최근 고가 신약들이 출시되면서 정부의 재정적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재정분담안 등을 마련해 이 부분이 빨리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 현장에서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는 의사들과 환자들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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