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없는 응급실, 도착만 하면 이송지연 해소?… 한숨 짓는 현장

응급환자 이송지연, 병원 이기심 아닌 인프라 부족·필수의료 붕괴 여파
"자부심 하나로 선택한 응급실"… 정부 일방통행에 현장 떠나는 전문의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01-19 06:07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일방적인 응급의료 정책 추진에 현장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응급환자 수용곤란 고지 관리체계 시행규칙은 물론 응급의료체계 개편 역시 현장 전문가 목소리는 빠진 채 '말 들으라는 식'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것.

응급환자 이송지연은 응급의료 인프라나 필수의료 붕괴와 맞닿은 배후진료 능력 부족이 원인이나, 이기적 수용거부인 것처럼 낙인찍히면서 자부심 하나로 선택한 응급실을 떠나는 '조용한 사직'이 늘고 있어 또 하나의 기피과 탄생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현장 전문가 목소리가 배제된 응급의료 정책에 우려 목소리를 높였다.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은 응급환자 수용곤란 고지 관리체계에 대한 시행규칙이 현장 의견은 빠진 '보여주기'식 행정절차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에 따르면 응급의학 전문의가 모인 응급의학의사회에 해당 시행규칙 의견조회가 하루를 남기고 도착했다. 일몰도 없고 재논의도 불가능해 사실상 말 들으라는 식의 형식적 의견조회였다는 것. 

정작 현장은 시행규칙에 대해 제시할 의견이 많았다. 이송지연은 응급실이 거부하기 때문이 아닌 응급처치 후 최종치료 가능한 배후과 의료인력이 없거나 응급의료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인데, 시행규칙은 '밀어넣는' 식이라는 지적이다.

시행규칙은 응급실이 볼 수 있음에도 거부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어 이기적인 잠재적 범죄자로 느껴지게 하는 데다, 정작 환자에게도 최선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심장조영술이 불가능한 병원에 흉통환자를 내려놓으면 행정적으로 이송시간은 짧아지겠지만 환자를 치료할 수는 없기 때문.

김태훈 정책이사는 응급의료체계 문제 역시 필수의료 붕괴와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응급실에서 응급처치는 가능하지만, 최종치료가 가능한 외과, 신경외과, 흉부외과, 소아청소년과 등이 붕괴되고 있어 환자를 받을 수 없는 경우도 많다는 것.

김 정책이사는 "이 부분은 필수의료 문제가 해결된다면 자연히 해소될 문제"라면서 "필수의료 붕괴 여파가 오는 것을 응급실에서 해결하겠다는 몰지각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응급의료체계 개편 방향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이 회장은 응급의료체계 개편이 현장에서 바라보는 문제인식과 해결방안이 부족해 근본적 개선 없이 단편적인 대책만으로 이뤄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응급의료체계 핵심은 모든 응급의료체계 구성원이 각 위치에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병원전단계에서 병원단계까지 근본적 원인분석과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현장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현장 전문가 참여방안 및 현장 의견반영 논의체 구성 등 환경 마련을 강조했다.

아울러 ▲중앙응급의료센터 독립 및 응급의료 컨트롤타워 구축 ▲중앙응급의료위원회 응급의학 전문의 배석 확대 ▲응급의료기관평가 지표개선 및 보상·환수 강화 등을 촉구했다.

기동훈 자문위원은 "응급의학을 선택할 때 금전적 보상보다는 자부심 하나로 선택했지만, 이송거부 문제 등으로 응급실을 굳이 지키고 있던 이유인 자부심까지 상처를 입는 상황"이라며 "많은 젊은 전문의들이 조용히 응급실을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응급의학과 전공의 지원율도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장에서 이송을 강제로 받는 사례 등이 나온다면 '조용한 사직'이 더 많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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