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지난 3월 발생한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로 골든타임을 놓쳐 10대 응급환자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위법을 저지른 4개 병원이 철퇴를 맞게 됐다.
4일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19일 대구광역시에서 발생한 응급환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대구파티마병원, 경북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등 4개 응급의료기관에 행정처분을 실시키로 최종 결정했다.
해당 사건 이후 지난달 7일까지 진행된 복지부, 소방청, 대구시 합동 현장조사와 서면조사, 지난달 18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전문가 회의 결과에 따른다.
조사·회의 결과, 대구파티마병원과 경북대병원은 중증도 분류 의무 위반, 정당한 사유 없는 수용거부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시정명령 및 이행시까지 보조금 지급 중단, 과징금 부과 처분이 적용된다.
또 계명대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정당한 사유 없는 수용 거부에 따라 시정명령, 이행시까지 보조금 지급 중단 처분이 실시된다.
이들과 달리 영남대병원, 삼일병원, 나사렛종합병원, 바로본병원 등 4개 의료기관은 법령 위반 사항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는 별도 진행되고 있어, 복지부는 경찰 수사 결과 발표에 따라 필요 시 추가 조치할 계획이다.
◆ 8개 병원 있었지만 2시간 돌고 돌다 구급차에서 사망한 응급환자
이번 합동조사 결과, 대구파티마병원은 해당 응급환자가 처음으로 내원한 지역응급의료센터였다.
119 구급대원과 함께 환자가 응급실 입구 인근으로 진입했을 당시, 근무 중이었던 의사는 환자 중증도를 분류하지 않고 정신건강의학과를 통한 진료 등이 필요해 보인다는 이유로 다른 의료기관에 이송할 것을 권유했다.
이는 응급의료법 위반이다. 응급의료법 제31조4 및 동법 시행규칙 제18조3에 따르면, 응급환자 주요증상, 활력징후, 의식 수준, 손상 기전, 통증 정도 등을 고려해 기준에 따라 중증도를 분류해야 한다.
이후 해당 구급대원이 재차 응급실에 전화를 걸어 정신건강의학과 이외 응급진료에 대한 수용을 의뢰했으나, 병원은 정신과적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 제공이 어렵다는 사유로 수용하지 않았다.
이는 응급의료법 제48조2에서 응급환자 등을 이송하는 자로부터 응급환자 수용능력 확인을 요청받은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거부 또는 기피할 수 없도록 한 것을 위반하는 행위다.
대구파티마병원에서 거부당한 환자는 두 번째로 찾은 권역응급의료센터인 경북대병원에도 들어서지 못했다.
119 구급대원이 환자가 탄 구급차를 주차장에 세워두고 혼자 권역응급의료센터 응급실로 진입해 수용을 의뢰하자, 당시 근무 중이었던 의사는 중증외상이 의심되므로 권역외상센터에 먼저 확인하라고 권유했다.
이후 대구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2회에 걸쳐 경북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 전화를 걸어 수용을 의뢰했지만, 병원은 모두 다른 외상환자를 진료하고 있고 병상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합동조사 결과 가용병상이 있었으며, 진료 중이었던 다른 환자들 중 상당수가 경증환자였던 것으로 평가됐다. 또 이 상황에서 권역응급의료센터와 권역외상센터 의료진 간에 소통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병원 조치는 중증도 분류 의무 위반, 정당한 사유 없는 거부 등에 해당한다.
지역응급의료센터인 계명대동산병원은 응급실에 구급대원과 대구 119 구급상황관리센터가 각각 한 차례씩 전화를 걸어 수용을 의뢰했으나, 외상환자 수술이 시작돼 어렵다는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다.
같은 지역응급의료센터인 대구가톨릭대병원도 응급실에 구급대원이 전화를 걸어 수용을 의뢰했으나, 신경외과 의료진 부재를 이유로 미수용했다.
합동조사단은 현장 조사 결과 두 병원 모두 환자에게 어떤 진료가 필요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해당 이유로 미수용한 거부 행위는 응급의료법 위반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해당 응급환자는 영남대병원, 나사렛종합병원에서도 끝내 수용되지 못했다. 다만 두 병원은 조사 결과 확인된 정황 상 법령 위반으로 보기 어려운 것으로 평가됐다.
삼일병원, 바로본병원 등 2개 의료기관은 환자를 수용해 진찰까지 했지만, 해당 의료기관 능력으로는 중증외상환자에게 필요한 진료를 제공할 수 없다고 판단해 다른 의료기관으로 재이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 제도로도 재발 막는다…응급의료기관 수용 회신 대장 관리 의무화
복지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구파티마병원과 경북대병원에 '모든 응급환자는 환자 분류소로 우선 진입시켜 중증도 분류 실시'를 지시했다.
또 별도로 대구파티마병원에는 ▲정신건강의학과 365일 응급실 진료 협조체계 구축을, 경북대병원에는 ▲권역응급의료센터-권역외상센터 간 외상환자 내원 시 협진 지침 및 24시간 양 센터 간 소통체계 수립 ▲권역외상센터 재실시간 단축 및 중증외상환자 중심 진료 강화 계획 수립 등을 각각 6개월 이내에 이행토록 했다.
또 행정처분을 받은 4개 병원 모두에게는 책임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 재발방지대책 수립, 종사자 교육, 응급실 역할 강화, 수용거부 결정 기준 절차 준수 서약, 수용의뢰 응답대장 기록·관리 등 총 6개 시정명령을 내렸다.
제도적 측면에서도 지난 3월 21일 발표한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2023~2027)'을 조속히 이행한다.
복지부는 기본계획 중 현장·이송 영역 중점과제인 '이송서비스 품질 개선', '이송·수용 적정성 관리체계 마련' 등이 이번 사건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119 구급대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기준을 병원 의료진이 사용하는 '한국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 기준'과 통일해 중증도를 기준으로 적정한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도록 한다.
각 시도 주도하에 지역별로 응급질환별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명, 위치 등 응급의료자원조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조사 결과를 반영해 지역맞춤형 이송지침과 이송지도를 마련한다.
이송 중인 응급환자에 대한 의료기관 수용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추가 응급환자 수용이 어렵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기준, 수용 곤란 상황을 고지하는 주체·절차 등을 포함한 표준 프로토콜을 규정하고, 응급의료기관 평가 등을 통해 관련 지도·감독을 강화한다.
단 심정지 등 초응급환자에 대해 인근 모든 의료기관에서 수용 곤란을 고지한 경우 등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기준과 무관하게 환자를 수용하도록 한다.
또 병원 단계 영역 중점과제를 통해 ▲응급의료기관 지정기준 개편을 통한 최종 치료(수술·시술 등) 역량 강화 ▲중환자실·입원실 등 응급환자를 위한 치료시설 확충 등 의료기관 응급환자 수용 역량 제고를 병행한다.
복지부는 기본계획 이행 외에 추가 대책도 추진한다.
응급의료기관은 119 구급대 수용 의뢰 사실 및 이에 대한 수용·미수용 회신 내역을 대장으로 기록·관리하도록 하고, 적절성을 점검해 응급환자 수용 책임성을 강화한다.
응급환자 수용 곤란을 고지하는 프로토콜에는 병상·인력 확보를 통해 수용이 곤란한 상황을 해제하도록 노력해야 할 의무도 포함한다.
경증응급환자 분산을 통해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중증응급환자 진료에 역량과 자원을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방안을 병행해서 검토한다.
지역별로 지자체·구급대·의료기관을 포함해 주요 이송 곤란 사례를 검토하는 상설 협의체를 구성해 정기적인 사례 검토회의를 운영한다.
향후 복지부는 소방청, 지자체, 관련 전문가 등과 협의 기구를 구성해 동 사건에 대한 기관별 개선계획을 평가·환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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