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협 "의대 정원 확대 정책으로는 필수의료 붕괴 막을 수 없다"

의대 정원 확대는 2000년 의약정 합의 파기하는 정책
​​​​​​​대대적 수가 개편,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면책조항, 필수의료 인프라 지원 정책 요구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5-25 09:45

대한병원의사협의회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과 관련해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해당 정책으로는 필수의료의 붕괴를 막을 수 없으며, 2000년 의약정 합의를 파기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이다.

병의협 성명서에 따르면, 필수의료 인프라 붕괴로 인한 여파는 상급종합병원에서부터 1차 의료기관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소아진료나 응급진료의 경우 국민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직접적으로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국민들의 불편함이 커질수록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개선 여론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병의협은 정부나 정치인들이 내놓는 필수의료 대책에 대해 우려했다. 

특히 현재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등에서 의사 수 증원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에 의하면 현재 필수의료 붕괴의 원인은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 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의사 배출을 늘리면 해결될 수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병의협은 이들의 주장은 틀렸다고 반박했다.

필수의료라는 개념도 없었던 2001년도만 하더라도 대한민국 의사수는 7만 5천 명 수준이었다. 반면 현재 필수의료 붕괴를 걱정해야 하는 2023년도의 대한민국 의사 수는 14만 명을 넘어가고 있다. 

병의협은 "20여 년의 기간 동안 의사 수는 두 배가 됐지만, 우리 국민들은 20년 전에도 하지 않았던 필수의료 붕괴를 걱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의사 수만 늘리면 문제가 해결될까"라고 반문했다.

병의협은 간호대 정원 확대 정책이 그 근거라고 제시했다.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간호사 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난 10여 년의 기간 동안 정부는 간호대 정원을 폭발적으로 늘려왔다. 그 결과 대한민국 간호대 정원 증가율은 이미 OECD 최고 수준이고, 조만간 인구 천 명당 간호사 수에서도 OECD 평균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간호대 정원을 늘렸음에도 정작 의료기관 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사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병의협은 "대한민국 의료기관들은 모두 저수가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직역이든 최소한의 인원을 선발한 뒤 많은 일을 시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무리 많은 간호사가 배출돼도 과중한 업무로 인해 결국 의료 현장을 떠나는 간호사의 수가 줄지 않고 있다. 이 문제는 필수의료 분야에서 일하는 의사 인력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병의협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높은 노동 강도, 병원 경영진으로부터 가해지는 매출 압박, 환자나 보호자들로부터 받는 감정적인 스트레스, 늘어나는 민형사상 소송에 대한 부담 등이 의사들이 필수의료 현장을 외면하는 근본 원인이라고 꼽았다.

병의협은 "이에 대한 해결 없이 이뤄지는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은 미용의료 시장만 더 커지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고 예상했다.

일부에서는 의대 선발 전형을 통해 대도시가 아닌 지방에서만 일하도록 강제하거나, 필수의료 분야에만 종사하도록 강제하는 법을 만들자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병의협은 "개인의 자유와 직업 선택권을 박탈하는 위헌적인 정책이자 의대 교육 및 의사 육성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나오는 황당한 주장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은 이미 비슷한 제도를 추진했던 타 선진국에서도 실패했던 정책이므로 절대로 올바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병의협은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약정 합의를 통해 정부가 의대정원의 감축과 동결을 약속했다는 것을 언급했다. 

당시 의약정 합의를 통해 약속했던 수준만큼 감축이 이뤄지지 않은 채로 의대정원이 동결됐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이 또한 의약정 합의 파기가 아니냐는 주장이 있었지만 국민 건강을 생각해 대승적으로 받아들였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의약분업 투쟁 이후 줄였던 300여 명의 정원만을 다시 2000년 이전으로 회복시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고집한다. 

병의협은 "의약분업 이전 수준으로 의대정원을 다시 되돌린다는 말은 의약분업 정책 시행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뜻이 된다. 그렇게 되면 자동적으로 의약분업 정책은 폐기된다. 결국 정부나 정치권에서 일방적으로 2000년 의약정 합의 사항인 의대정원 감축 및 동결 원칙을 파기하면, 의료계는 의약분업을 지킬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에 의료기관 원내조제가 가능해지는 선택분업을 적극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병의협은 의사 수만 늘리면 필수의료 붕괴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공계 지원자가 없으니 대학별로 이공계 정원을 늘리면 된다는 주장과 다를 바가 없다고 정리했다.

병의협은 "필수의료 분야에 지원하는 의사가 늘어나려면, 필수의료 분야가 경제적으로도 안정적이고 미래 발전 가능성이 높은 분야가 돼야 한다. 동시에 대대적인 수가 개편,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면책조항 신설, 적극적인 필수의료 인프라 지원 정책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