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최근 개발되는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들의 가격은 점차 높아져 가고 있다.
이 때문에 급여에 있어 재정 부담도 날로 커지고 있다.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위험분담제가 다양한 계약 형태로 체결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신약에 대한 환자 접근성 향상 및 급여에 따른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위험분담제도'는 2013년 12월 국내에 도입됐다.
그동안 우리나라 위험분담제는 약제 청구 금액의 일정 비율을 제약사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환급하는 '환급형'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경우 실제 가격에 따라 환자본인부담금을 환급해야 하는 등 사후관리로 인한 행정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제약사들은 쉽게 계약 형태를 바꾸지 않고 환급형 위험분담제로 신약의 급여를 받으려 노력했다. 간혹 '총액제한형'을 합친 위험분담제 계약이 이뤄지곤 했다. 총액제한형은 건강보험 급여 이후 실제 청구액이 사전에 설정한 연간 예상 청구액 총액(cap)을 초과하는 경우, 청구액 초과분을 제약사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환급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추세가 변한 것은 최근 등장한 초고가 신약 때문이다. 높은 약값의 신약은 강도 높은 재정 분담 방안이 제시되지 않으면 건강보험 등재가 쉽지 않다.
초고가 신약 상당수는 생존기간 개선 효과 등을 입증하기엔 아직 자료가 미성숙한 상태로, 대조군 없이 단일군 시험설계를 채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효과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태다.
반대로 질병의 중증도, 대체 가능한 치료법의 유무, 잠재적 치료 효과를 감안하면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급여 결정을 미루는 것도 쉽지 않았다.
따라서 제약사가 제안하는 위험분담 유형 외에도 평가 및 협상 과정에서 보험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새로운 유형을 추가하는 것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우리나라는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면서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환자단위 성과기반 위험분담제'를 2022년 도입해 확대 적용했다.
성과기반 위험분담제는 환급제의 일종으로 개별 환자의 약제 투여 성과에 따라, 제약사로부터 환급률을 달리 운영하는 새로운 모형의 지불제도다.
적용 대상은 등재 또는 등재신청 의약품 중 ①1회 투여로 장기 효과를 기대하는 약제(원샷 치료제) 또는 1인당 연간 소요금액 3억 이상 약제 ②연간 청구액이 300억 이상 약제(단일성분 또는 동일효능군)이다.
2022년 4월 급여가 된 한국노바티스 CAR-T 치료제 '킴리아(티사젠렉류셀)'의 1회 비급여 투약 비용은 4억 6000만 원이었다. 그러나 급여로 인해 환자 부담금이 최대 약 598만 원으로 줄었다.
2022년 8월에는 한국노바티스의 '졸겐스마(오나셈노진아베파르보벡)'가 건강보험 급여에 성공했다.
유전자 대체 치료제이자 원샷 치료제인 졸겐스마의 건강보험 인정 약가는 19억 8172만 6933원이다. 환자는 건보 진료비 부담 상한제를 적용받아 최소 83만, 최대 598만 원만 내면 된다.
킴리아는 '환급형 위험분담'과 '총액제한형 위험분담(연간 709억원)'으로 급여 등재가 결정됐다.
반면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 성인 재발 또는 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에 대해서는 '성과 기반 지불 유형의 위험분담제'까지 추가로 조건이 붙었다.
환자의 치료 성과 달성 여부에 따라 제약사가 일정 비율을 공단에 환급하는 방식은 국내에서 킴리아가 처음이었다. 성과 평가는 질병의 진행 여부(PFS, 무진행생존기간)를 투여 후 6개월, 12개월 시점으로 세분화해, 차등 환급률을 설정한다.
졸겐스마는 환급형, 총액제한형, 환자 단위 성과기반형 등 3가지 유형을 모두 포함해 급여가 됐다.
졸겐스마를 투여받을 환자의 보호자는 5년 동안 주기적인 반응 평가 등 장기추적조사에 대한 이행 동의서를 작성해야 한다. 졸겐스마 투여 후에는 담당 의료진이 환자의 발달 단계, 운동 기능, 호흡 기능 등에 대한 평가 자료를 최대 5년간 제출해야 한다.
건보공단은 성과기반 환급 약제의 사후관리를 위해 약제 투약 후 요양기관, 심평원과 투약 환자 정보를 연계해 치료 성과(질병진행, 사망, 추적손실)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또한 위험분담계약을 통해 등재된 고가 약제는 계약 기간(4~5년) 만료 전 심사평가원에서 비용효과성을 재검토하고 있다. 공단은 심평원의 검토 결과를 기반으로 협상을 진행해 적정 약가로 재계약한다.
8월 1일부터는 한국BMS제약의 '오뉴렉(아자시티딘)'이 공고요법 시행 유무와 관계없이 유도요법 이후 완전관해(CR) 또는 불완전한 혈액학적 회복을 동반한 완전관해(CRi)를 달성하고, 조혈모세포이식이 적합하지 않은 급성골수성백혈병 55세 이상 성인 환자 유지요법에 급여가 됐다.
오뉴렉은 표시된 상한가 118만 3274원을 기준으로 1년 약값을 계산하면 약 2억 1500만 원으로 고가다. 그동안 오뉴렉은 28일 치 비급여 약값이 약 1660만 원이었는데, 앞으로는 중증질환 산정특례 혜택에 따라 약제비의 5%에 해당하는 약 83만 원만 부담하면 치료받을 수 있게 된다.
한국BMS제약과 재정 당국은 환급형, 총액 제한형, 구간별 추가 환급형 총 3개의 위험분담제 유형을 결합한 재정 분담에 합의했다.
특히 총액보다 낮은 일부 구간을 설정해 구간 초과 시 초과액의 일정 비율을 환급하는 '구간별 추가 환급형'은 처음으로 위험분담 계약 내용에 포함됐다.
향후 새로운 위험분담제의 계약 형태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화이자제약의 ATTR-CM 치료제 '빈다맥스(타파미디스)'의 경우, 2022년 4월, 2022년 7월 약제급여기준소위원회까지 통과했으나 지난 4월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넘지 못했다.
약평위는 빈다맥스를 대체가능한 제품 또는 치료법이 없고, 질환의 중증도, 사회적 영향, 기타 보건의료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 시 위험분담 적용 대상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임상 문헌, 학회 및 전문가 의견, 재정 영향, 기심의 사례 등을 참고해 초기 치료기간의 효과 등의 불확실성을 반영한 형태의 '초기 치료 전액 환급형', 이후 '단순 환급률 환급형' 및 '총액 제한' 등으로 변경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신약의 재정 분담 방안으로 점차 다양한 계약 유형이 생성되고 있다. 앞으로 더욱 위험분담 계약 내용이 개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