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2020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 여성 유방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93.8%에 달한다.
그런데 이러한 높은 생존율 속에 가려진 유방암이 있다. 바로 '삼중음성 유방암(Triple-Negative Breast Cancer, TNBC)'이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HER2-수용체가 발현되지 않기 때문에 여러 호르몬 치료나 트라스투주맙 기반 요법의 표적항암제를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TNBC 환자들의 치료 옵션은 대부분 20~30년 전 출시된 세포독성 항암요법으로 제한돼 있었다.
게다가 TNBC는 주로 사회적·경제적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30대 이하 여성에게서 발생한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삼중음성 유방암에 효과적인 치료제가 개발됐다는 점이다. 비록 국내에 허가된 치료제는 비급여이거나 시판조차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현재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제 중 '키트루다'와 '트로델비'가 각각 급여 확대와 신규 등재건으로 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비용 때문에 쉽게 신약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TNBC 환자들은 빠른 급여 결정이 이뤄지기를 소망하고 있다.
국내 유방암 환자 10명 중 1명 꼴로 나타나는 삼중음성 유방암은 의사가 바라봤을 때 절대 쉬운 암종이 아니다. 모든 질병 단계 유방암 중에서도 예후가 좋지 않은 아형이기 때문이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임상 양상이 공격적이어서 사망하는 환자가 많은 편에 속한다. 또한 다른 유방암 아형 대비 재발률과 사망률, 내장 기관 전이 비율이 높다.
지난 13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개최된 '삼중음성 유방암의 치료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토론회'에는 유방암 치료의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종양내과 박경화 교수가 참석했다.
박 교수는 "젊은 유방암 환자들은 투병 생활로 소득과 생산성을 잃게 된다. 유방암은 환자 개인으 질병 부담을 넘어 국가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는 현실을 알렸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이 삼중음성 유방암의 치료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전이가 진행된 유방암에서는 생존기간을 연장하면서 독성을 최소화한 치료법이 선호된다. 그렇지만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의 치료 옵션은 한정적이다.
박 교수는 "삼중음성 유방암의 현행 치료법은 수술, 수술후보조 항암화학요법, 그리고 방사능 치료로 제한된다. 주로 약물치료제는 항암화학요법으로 부족한 효과에도 불구하고 표준요법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학요법은 잦은 다약제 내성 발생 및 기존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제에서 볼 수 있는 낮은 반응률 등의 문제가 있다. 1차 화학요법에 실패 시 TNBC 환자의 무질병 생존기간은 고작 3~4개월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진행성/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에 대한 치료적 미충족 수요는 높아져갔다.
이런 와중에 희망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화학요법의 치료 효과를 개선한 치료제가 국내에 도입된 것이다. TNBC는 환자별 특징이 다양해 한 가지 치료제가 아닌 다양한 치료옵션이 구비돼 있어야 한다.
한국MSD의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는 2021년 7월 'PD-L1 발현 양성(CPS≥10)이며, 수술이 불가능한 국소 재발성 또는 전이성 TNBC 환자의 1차 치료', 그리고 2022년 7월 '고위험 조기 TNBC 환자의 수술 전후 보조요법'에 허가를 받았다.
KEYNOTE-355 임상에서 키트루다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9.7개월로 화학요법 5.6개월 대비 질병 진행 및 사망위험을 35% 감소시켰다. 생존기간은 23개월로 화학요법 16.1개월 대비 사망위험을 27% 감소시켰다.
한국로슈의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은 2020년 1월 'PD-L1 발현 비율 1% 이상 절제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전이성 TNBC 유방암 환자의 1차 치료'에 허가를 받았다.
IMpassion130 임상연구에서 티쎈트릭 환자군의 무진행 생존기간은 7.4개월로 화학요법 4.8개월 대비 질병진행 및 사망위험을 38% 감소시켰다. 생존기간은 25.4개월로 화학요법 17.9개월 대비 사망위험이 31% 감소했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PARP 억제제 '린파자(올라파립)'는 올해 2월 '전이성 gBRCA 변이 HER2-음성 환자의 수술 전후 보조요법과 2차 치료'에 허가를 받았다.
OlympiA 3상 연구에서 린파자의 무진행 생존기간은 7.0개월로 대조군 4.2개월 대비 질병진행 및 사망위험 42%가 감소했다. 생존기간은 19.3개월로 대조군 17.1개월 대비 사망위험을 10% 감소시켰다.
길리어드사이언스 코리아의 '트로델비(사시투주맙 고비테칸)'는 TROP-2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약물접합체(ADC)로 올해 5월 허가를 받았다. 트로델비는 '이전에 두 번 이상 전신치료를 받은 적이 있고, 그 중 적어도 한 번은 전이성 질환에서 치료를 받은, 절제 불가능한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mTNBC 성인 환자의 치료(2차 이상)'에 허가를 받은 약물이다.
ASCENT 3상 연구에서 트로델비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간값은 4.8개월로 의사가 선택한 항암화학요법(TPC)을 실시한 대조군 1.7개월 대비 질병진행 및 사망위험을 57% 감소시켰다. 생존기간은 11.8개월로 대조군 6.9개월 대비 사망위험은 49% 감소했다.
이미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와 유럽종양학회(ESMO) 등 해외 주요 유방암 진료 가이드라인은 새로운 치료법을 권고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새로 도입된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의 치료제 모두가 비급여로 사용되고 있다. 임상에서 확실한 임상적 혜택을 입증했음에도 급여가 안되거나, 급여 문턱에 가로막혀 시판조차 하지 않는 상황이다.
박 교수는 "최근 면역항암제, PARP 억제제, ADC 치료제 등 기존 표준치료의 한계를 개선한 새로운 치료 옵션이 등장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이들의 사용을 권고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비급여로 사용되고 있어 환자들의 부담이 크다. 생존 혜택을 입증한 치료제의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삼중음성 유방암의 치료적 한계에 대해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아울러 토론회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현재 두 가지 치료제의 급여 평가가 진행되고 있음이 알려졌다.
키트루다는 급여 확대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검토 중이며, 트로델비도 신규 등재건으로 신청이 완료돼 신속하게 심사할 예정이다.
심평원 약제관리실 신약등재부 김국희 부장은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는 특히 환자에게 신속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07년부터 선별등재 제도를 시행한 뒤, 2013년 위험분담제, 2015년 경평생략제도로 항암제 급여율이 일반약제 급여율과 비슷해졌다. 그렇다고 해서 급여율과 접근성이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겠으나 정부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국가 재정은 한정돼 있으므로 치료제의 적절한 가격 산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부장은 "신약이 개발될수록 신청되는 금액이 상상 이상일 때가 많다. 급여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지만 가격 고민을 안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최근엔 약들이 점차 맞춤화되고 있다 보니 단일 임상이거나 장기적 생존효과 입증되지 않은 미성숙한 상태에서 허가 및 등재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므로 사후에 적절하게 입증하고 재평가하는 방향이 중요할 듯 보인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오창현 과장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오 과장은 "치료제의 급여는 질환이 위중한지, 대체약제가 있는지, 생존 연장 효과 확실한지, 신청하는 제약사가 재정을 어느 정도 분담할 수 있는지 등을 보고 위원회가 판단하고 있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질환의 중증도나 대체약제 부분을 살펴볼 때 무진행 생존율 및 전체 생존율 데이터가 좋기에 장점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거 허가된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제 중 두 가지 약제는 자료가 부족해 급여권에 진입을 못한 케이스다. 다만 현재 키트루다와 트로델비가 급여 신청을 한 상태로 하반기 위원회에서 합리적인 안을 찾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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