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정부가 내놓은 인공지능(AI) 의료기기 임시등재 방안에 일선 전문과에서는 우려 의견이 나온다. 평가 기준에 기술적 측면보다 의학적 가치 비중이 높아져야 하며, 정확한 역할 수준을 감안한 수가 책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영상의학회는 20일 KCR 2023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AI 의료기기 건강보험 임시등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영상의학회는 먼저 임시등재 대상이 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혁신의료기기 평가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 혁신의료기술 평가에서 기술적 평가 비중이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혁신의료기기 지정이 빠르게 늘고 혁신의료기술 지정도 이어지는 상황에서 장비 기술적 평가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의학적 근거가 떨어지는 기술도 임시등재 대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따라서 단순한 기기 안전성이나 유효성보다 의학적 가치 비중을 높이는 지정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영상의학회 최준일 보험이사는 "불필요한 의료비 증가 원인이 될 수 있고, AI 기술 관련 사업을 키워야 한다는 이유로 건강보험 재정과 국민 호주머니에서 업체를 지원하는 불합리한 제도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임시등재 적정 수가로는 5% 이내를 원칙으로 제시했다. 이는 영상의학과 전문의 가산료인 영상검사 수가 10%의 절반 수준이다.
임시등재는 본인부담률 80% 이상 선별급여로 도입될 예정이지만, 과도한 수가 적용은 국민 부담 증가와 기기, 소프트웨어에 대한 보상 증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의료진 노력보다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 대한 보상이 큰 문제가 필수의료 위기 원인 가운데 하나인 만큼,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적정 수준으로 억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 이사는 "AI 의료기기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더라도 영상의학과 전문의 및 의사 판독료나 전문의 가산료 등 의사 인건비를 줄이는 결정은 절대 이뤄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현장에서 바라본 AI 의료기기 유용성과도 직결된다. 현장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은 아직까지 의료 AI가 업무에 큰 도움이 되진 못한다고 보고 있다.
AI 기술이 오진 등에 대한 책임을 질 수는 없는 만큼 확답은 내리지 못하고 질환 가능성만 제시하는데, 위양성 진단 가능성을 높이는 등 오히려 최종 판독 결과를 내는 데 있어서는 업무를 늘리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영상을 보고 질환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어 판독 우선순위를 정하는 작업에는 도움이 된다고 봤다. 따라서 기술이 더 정교해진다면 인력난 해소 등 업무 효율성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급여 임시등재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앞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시장 내에서 평가받기를 원하는 경우 비급여 선택 기회를 부여한 뒤 오남용 사례를 모니터링하고 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영상의학회는 비급여 통제 기전이 없어 부작용 발생 우려가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업체가 나쁜 의도를 가질 경우 비급여로 높은 비용을 받고 의사 판독을 포기하거나 임시등재 기간에 비급여로 수익을 올리고 시장에서 철수해버리는 도덕적 해이도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최 이사는 "실제 일부 업체는 검사 수가 30%에 달하는 비급여 비용 청구 계획을 제안하기도 하는 등 이미 의료계와 상당한 눈높이 차이가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명확한 AI 의료기기 적응증 설정 ▲근거창출에 적절한 의료기관만 대상으로 허용 ▲전체 수가 10% 미만 등 비급여 가격 통제 기전 고려 ▲영상의학과 전문의 판독료 청구와 연계 필수 등 4가지 비급여 허용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 이사는 "영상의학회는 적절한 AI 의료기술의 건강보험이나 비급여 보상에 원칙적으로는 찬성한다"며 "다만 산업 발전을 위해 건강보험 재정이나 환자 부담을 늘리고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국민을 실험대상으로 삼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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