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정부가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에 중점을 두고 있음에도 내년도 건강보험료율 동결을 결정했다.
건강보험료율 동결이 역대 세 번째에 그칠 만큼 이례적인 사항이라는 점과 정부가 줄곧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강조해왔던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의외의 결과다.
이 때문에 이번 결정은 정부가 건강보험료율 동결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건강보험 지출을 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나 의지로도 비춰질 수 있다.
이를 드러내듯, 보건복지부는 26일 건강보험료율 동결을 결정함과 동시에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를 추진해온 지난 정책 방향을 결산 방식으로 풀어냈다.
이에 따르면, 급여항목 축소가 첫 정책 사례로 꼽힌다.
복지부는 지난 7월 뇌·뇌혈관 MRI 검사 시 급여가 적용되는 기준을 엄격하게 설정하도록 개정했으며, 개정된 기준은 내달부터 본격 적용된다.
개정안은 진료의 판단에 의해 뇌출혈, 뇌경색 등 뇌질환이 의심되는 두통‧어지럼에 대해서만 MRI 검사 시 최대 2회에 한해 건강보험이 적용되도록 하고 있다. 뇌질환과 무관한 두통·어지럼에 MRI 검사가 남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불필요하게 MRI나 초음파 검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두통이나 어지럼 같은 증상으로 병원에 가면 필요하지 않아도 여러 검사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았고, 이에 따라 건보재정 지출이 과도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항목들을 다시 점검하고자 한다. 꼭 필요한 검사만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도록 개선하는 등 의학적 타당성을 기반으로 건강보험 지원 여부를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등재 약제 재평가와 고가약 위험분담제 강화도 건보재정 지출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담긴 대표적 사례다.
복지부에 따르면, 약품비는 연간 1조원씩 증가해 지난해에는 총 22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 의약품 사용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경향은 특허 보호를 받지 않는 제네릭의약품(복제약) 개발이 늘어나는 추세로 이어진다.
이에 복지부는 약제 상한금액 재평가, 급여적정성 재평가 등 등재 약제 재평가 제도를 통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의약품 약가를 인하하면서 약품비가 합리적으로 지출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고가의약품에 대한 위험분담제 조건을 강화해, 고가의약품으로 인한 재정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또다른 정책 사례로 비급여 관리 강화가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급여와 병행해서 비급여 진료가 이뤄지는 의료현장에서는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비급여 진료가 증가하면서 이와 더불어 건강보험 지출도 늘어나고 있다. 다초점 렌즈 백내장 수술 증가로 인해 안초음파검사비를 다량 청구한 사례가 대표적 예다.
이에 복지부는 해당 사례와 같이 급여와 병행해 이뤄지는 비급여에 대해 가격이나 사용량 등이 급격히 상승하는 경우를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링 방안을 검토 중이다.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제도 역시 비급여 관리 강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의료기관마다 차이가 있는 주요 비급여 항목 진료비용을 공개해 국민 알 권리를 보장하고 합리적 의료선택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의료계에선 획일적 진료를 강요하고, 헌법상 권리인 직업수행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맞서기도 했다.
법 개정에 따라 현재는 모든 병·의원급 의료기관에서 565개 비급여 항목 진료비용과 진료내역 등을 보고해야 한다. 정부는 앞으로도 사회적 관심이 높거나 의료적 중요성이 큰 비급여에 대한 상세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이에 대한 정보를 보다 폭넓게 제공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신분 확인 강화도 건보 지속가능성을 위해 활용되는 방안 중 하나다. 건강보험 자격을 도용한 부정수급을 방지하면 건보재정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
이를 위한 관련법 개정안이 통과된 상태로, 내년 5월부터 요양기관은 환자 신분을 확인하는 절차를 강화함으로써 자격 도용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다만 이 역시 비급여 관리 강화와 마찬가지로 의료계와 입장이 충돌하고 있는 사안이다. 진료 현장에서 환자마다 일일이 본인 여부와 자격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게 될 경우, 환자는 여러 불편을 겪게 되고 이는 고스란히 요양기관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외에 복지부는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격 정비 ▲건보료 부과·징수 관리 강화 ▲과다 의료이용자 본인부담률 90% 적용 검토 등도 병행한다.
복지부는 "정부는 오래도록 국민을 위한 의료서비스를 제때 제공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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