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는 '뇌전증', 국가 지원 절실‥계속 문 두드리는 뇌전증 권위자

홍승봉 교수, 몇 년째 '뇌전증 수술' 관련 센터 지정과 국가 지원 요구
지난해 국정감사에 참석해 현실 알렸으나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없어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10-05 11:59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말 그대로 외로운 싸움 중이다. 

뇌전증 치료의 권위자라고 평가받는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홍승봉 교수<사진>는 올해도 "중증 난치성 뇌전증 수술에 정부의 지원과 관리가 절실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신경과학회 회장을 거쳐 대한뇌전증센터학회 회장 등 굵직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홍 교수는 아주 오래도록 '국내 뇌전증 치료 현실'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을 해왔다.

뇌전증은 치매, 뇌졸중과 함께 3대 신경계 질환으로 가장 흔한 중대한 신경계 질환이다.

국내 뇌전증 환자는 약 36만 명으로 집계되는데 그 중 약 70%는 약물 치료에 의해 발작이 잘 조절되므로 일상생활에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나머지 30%는 약물치료에도 조절이 되지 않는 약물 난치성 뇌전증으로 구분된다. 2가지 이상의 항뇌전증약을 복용해도 경련 발작이 재발하는 악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는 국내에 약 10만 명으로, 이들은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과 장애를 겪는다.

이 가운데 약 3만명의 중증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은 수술이 급히 필요한 상태다. 약물 난치성 뇌전증은 약으로 치료할 수 없으나 뇌전증 수술을 받으면 사망률이 1/3로 줄어든다.

그러나 홍승봉 교수는 국내 현실이 매우 암울하다고 표현했다. 우리나라의 뇌전증 수술 환경은 매우 열악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뇌전증 수술이 가능한 병원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뇌전증 수술은 신경과, 소아신경과, 신경외과, 전문간호사, 신경심리사, 신경영상의학과, 신경핵의학과로 이뤄진 전문팀이 필요하고 전문간호사, 비디오뇌파검사 장비 및 기사 인력 등 갖춰야할 것이 많다.

또한 일반적으로 수술 시간이 4-6시간이라면 뇌전증 수술 준비에 필요한 시간은 150-200시간이 소요된다. 

더불어 뇌전증 수술은 어려운 기술이 필요함에도 수가가 낮고 병원에 지원이 없어 대부분의 대학병원들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뇌전증 수술을 담당하고 있는 신경과, 소아신경과, 신경외과 전문의들은 정년으로 인해 1세대는 줄줄이 퇴직을 하고 있다. 숙련된 의사들이 사라지면서 조만간 엄청난 진료 공백이 예상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국내 뇌전증 수술 가능 병원은 20년 전 16개에서 현재 6개로 줄었다. 국내 뇌전증 수술 건수도 2012년에 238건에서 2021년 83건으로 크게 감소했다.
 

홍 교수는 "우리나라는 적어도 1년에 500건 이상 뇌전증 수술이 필요하지만 1년에 약 400명 이상의 젊은 뇌전증 환자들이 뇌전증 수술을 받지 못해 사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홍 교수는 몇 년째 계속해서 정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에게 뇌전증 수술은 선택이 아닌 필수의료 영역이기에 홍 교수는 멈출 수 없었다.

2022년 그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이 당시 홍 교수는 ▲뇌전증 수술 로봇 도입 ▲뇌전증 수술병원 운영 ▲뇌전증 지원센터 예산 ▲뇌전증 사회 사업 급여 확대 등 4가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해당 문제를 지적한 국회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은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에게 지원을 부탁했으나, 지금까지도 변화는 없는 상태다.

뇌전증 권위자의 외로운 싸움은 올해도 지속 중이다. 그는 정부 측에 중증 난치성 뇌전증 담당 부서를 두고 희귀난치병에 준하는 집중적인 관리를 요구했다.

홍 교수는 미국과 일본과 같이 전국 어디서나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이 수술을 포함한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기를 소망했다.

홍 교수는 "더 늦기 전에 한국도 빨리 level-4 중증 뇌전증 치료센터를 지정해 관리하고, 해외 국가처럼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에서 난치성 뇌전증 수술은 사라지게 되고 중국, 일본에 나가서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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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2023.10.12 23:37:53

    교수님 응원합니다.
    하루 빨리 정부지원이 이루어져 병마로 고통을 받고 있는 국민들이 희망을 가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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