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의 콩팥병 신약‥'케렌디아' 약평위 통과가 의미있는 이유

당뇨병 동반 신장질환, 진단 시부터 빠르게 개입해 악화 막는 것 중요
케렌디아, 투석이나 이식까지 가지 않도록 새로운 치료 방향 제시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10-14 06:0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2022년 5월, 20여 년 만에 제2형 당뇨병 동반 신장질환 신약이 등장하자 반응은 뜨거웠다.

바이엘코리아의 '케렌디아정(피네레논)'은 혈압이나 혈당을 조절하는 간접적인 기전이 아닌 신장의 염증과 섬유화를 억제한다.

새로운 약의 등장은 만성 신장질환 환자들에게 희망처럼 다가왔다. 투석이나 이식을 고려하는 단계까지 질환이 악화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케렌디아는 관심을 받기 충분했다.

문제는 급여였다. 유독 희귀질환과 항암제들이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탓에 신장질환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적었고, 케렌디아 급여에는 여간 속도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10월, 케렌디아는 제11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제2형 당뇨가 있는 만성 신장병에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고 급여에 성큼 다가서게 됐다.

케렌디아는 증가하고 있는 국내 만성 신장질환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방향을 제공할 전망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국내 만성 신장질환 환자는 2017년 20만6061명에서 2021년 28만2169명으로 36.9%나 증가했다. 특히 80대에서는 무려 82.8%나 급증했다.

동시에 국내에서 말기 신부전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이는 당뇨병과 깊은 연관이 있다. 국내 말기 신부전의 원인 질환 중 약 50%는 당뇨병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 이 당뇨병으로 인한 말기 신부전 증가 속도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1위다.

만성 신장질환이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되면 신대체 요법인 투석이나 신장 이식이 필요하다. 혈액투석은 주 3일 병원에 방문해야 하고, 복막투석은 매일 집에서 스스로 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준다.

투석이 시작된 신장질환 환자의 비용 부담도 상당히 큰 편이다. 투석 환자 연평균 진료비는 3000만원 이상. 단일 질환 중 의료비 지출이 가장 높은 1위가 암이 아닌 말기 신장질환이라는 통계만 봐도 알 수 있다.

따라서 신장질환은 진단 시부터 빠르게 개입해 악화되는 것을 막고, 투석이나 이식까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신장손상 및 신장 기능 검사 등을 통해 정기적으로 모니터링을 할 필요가 있으며,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로 신장병의 진행을 늦추고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에는 이 과정에 개입하고 싶어도 적절한 치료제가 없었다.

만성 신장질환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약물로는 고혈압 치료제인 안지오텐신전환효소 억제제(ACEi), 안지오텐신II수용체 차단제(ARB)와 당뇨병 치료제인 SGLT-2 억제제가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치료제들은 대부분 고혈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돼 쓰이다가 나중에 신장 보호 효과가 확인된 케이스다. 이 치료제들은 당뇨병으로 인한 만성 신장질환의 진행 원인 세 가지 중 혈역학적 변화나 대사적 이상을 조절하는 데 조금 더 특화돼 있다. 결국 이 약들은 간접적인 기전으로 신장질환을 치료함을 의미한다.

최근 SGLT-2 억제제가 신장 보호 기능이 확인돼 많이 사용되고 있으나 이마저도 빈뇨, 생식기 감염 등의 불편이 있어 고령층은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반면 케렌디아는 최초의 무기질 코르티코이드 수용체의 비스테로이드성 선택적 길항제다. 신장 및 심장 등에서 일어나는 무기질 코르티코이드 수용체의 과활성화를 억제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염증과 섬유화를 표적하는 치료제인 셈이다.

케렌디아는 2개의 대규모 연구와 1개의 메타분석 연구에서 만성 신장질환의 진행을 억제하고 심혈관질환 사건을 줄이는 효과를 확인했다.

이를 기반으로 미국당뇨병학회(ADA)와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 국제신장학회(KDIGO) 가이드라인에는 제2형 당뇨병 동반 만성 신장질환에 케렌디아가 권고되고 있다.

유럽심장학회(ESC)도 2023년 심혈관질환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며 제2형 당뇨병 동반 만성신장질환 환자에서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을 예방하기 위해 케렌디아를 SGLT-2i와 함께 Class 1A 등급으로 권고했다.

대한당뇨병학회 역시 국내 당뇨병성 신장질환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2023 당뇨병 진료지침을 개정했다. '알부민뇨가 있고 추정사구체여과율이 감소돼 있으며 혈중 칼륨이 정상인 2형 당뇨병 환자에서 당뇨병 신장질환의 진행 억제를 위해 심혈관 및 신장 이익이 입증된 비스테로이드성 무기질 코르티코이드 수용체억제제(피네레논)를 고려한다'는 내용이 추가된 것.

한 의료계 관계자는 "당뇨병을 동반한 신장질환은 진행성 질환이다. 때문에 말기신부전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신장 기능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뇨병 동반 신장질환은 환자에게 부담이 큰 질환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었던 치료 옵션이 많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가 나온 것은 환자 뿐 아니라 의료진에게도 큰 의미를 가진다. 케렌디아를 통해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방향을 제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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