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정책 타당성은 근거가 결정한다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10-16 11:00

의대정원 확대 정책이 발표도 전에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결론이 나지 않았던 만큼 과감하다는 평가와 갑작스러운 일방통행이란 평가가 공존한다.

지난 11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조만간 의대정원 확대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에 비유했다. 누군가 해야 하나 하지 못하던 일을 하는 정부라는 평가다.

반대로 9.4 의정합의를 존중한다며 의료현안협의체를 만들어 논의를 이어오던 보건복지부가 결론 없이 돌연 정책을 강행하자 의료계에서는 최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나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략적' 추진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정책도 강행이 필요할 수 있다. 그 기준은 '근거'다.

정책 대상자 반대나 우려가 있더라도 근거가 명확할 경우, 추진에 힘이 실린다. 반대로 근거가 불분명하다면 대상자 반대에 직면하는 것은 물론 정책 이면에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나오기 쉽다.

의대정원 확대는 어떤 유형일까.

정부 엔데믹 선언 후 의대정원 확대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던 지난 6월 17일, 찬반 입장이 모두 모인 토론회에서는 흥미로운 의견이 제시됐다.

의사 수 추계는 설정하는 시나리오나 방법론, 가정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연구자 의도는 물론 의도를 벗어나서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 연세대 예방의학교실 장성인 교수는 필수의료 등 분포 문제를 배제하고 의료이용량 대비 필요한 의사 수를 따져볼 때 오는 2042년까지는 부족하지 않다는 분석을 내놨다. 당장은 필수의료 분야에 의사 인력을 배치할 방안이 중요하나, 2042년 이후에는 부족도 전망되는 만큼 단계적 증감 계획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단 해당 추계는 현 의료이용량 적절성이나 의료기술 발전으로 인한 변화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필요성을 주장하는 서울시립대 임준 도시보건대학원장도 의사 인력이 얼마나 부족한지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점에 공감했다. 그러나 지역·필수의료 불균형 등으로 국민이 부족을 체감하는 만큼 사회적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는 그동안 논의에서 한 쪽 논리가 압도되지 않고 결론을 내지 못하던 이유와도 같다.

정부 발표가 가시화되자 의료계도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의료현안협의체 논의 시작만으로 탄핵 위기까지 맞았던 대한의사협회 집행부는 투쟁밖에 선택지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강대강 대치가 불가피한 상황 아래 뒤따르는 결과는 정부 의도대로 필수의료 회복일 수도, 의료계 우려대로 필수의료 붕괴일 수도 있다. 다만 그 결과도, 중간 과정에서 발생할 마찰로 인한 불편도 국민이 겪게 된다.

과감한 정책 추진과 무리한 정책 추진은 근거가 결정한다.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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