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NGS' 보장성 축소‥정밀의료 역행 vs 전진을 위한 후퇴

비소세포성 폐암 본인부담률 50% 유지‥임상 근거 생성되고 있고, 다수의 표적항암제 존재
고형암·6대 혈액·유전성 질환은 80%로 상향 조정‥치료효과성 등 근거 확인되면 하향 조정
암 전문가들 낙담‥"NGS 가치 평가 기준 확실하지 않고, 전문가 의견 반영 안 돼"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12-01 06:03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비용효과성 등을 살펴보는 선별급여의 재평가 기준은 높았다. 의사들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결국 'NGS(Next generation sequencing; Massive parallel sequencing)' 검사의 보장성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차세대 염기서열 검사인 'NGS 유전자 패널검사'는 개인 맞춤치료에 도움을 주는 최신 암 유전자 분석 기법이다.

NGS 유전자 검사는 암 정밀의료의 핵심기술로 꼽히고 있다. 암세포가 갖는 다양한 유전자 변이를 분석해 암의 진단, 치료 타깃 발굴, 유전성 암의 발견, 치료 내성 유전자 발견이 가능하다. 이 검사는 환자 개개인의 유전자 변이를 정확하게 파악하며,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 생존기간을 늘리는데 기여해 왔다.

국내에서 NGS 검사는 2017년 3월부터 조건부 선별급여제도가 적용됐다. 승인된 의료기관에서 질환별로 1회에 한해 환자 본인 부담률 50%를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선별급여는 근거가 불명확하거나 생성이 필요한 경우로써 3~5년 주기로 재평가를 시행해야 한다. 평가 기준은 의학적 타당성, 치료효과성, 비용효과성, 대체가능성, 사회적 요구도 등이다. 이를 기반으로 급여 여부와 본인부담률을 결정한다.

그러므로 NGS 검사도 레지스트리(Registry) 자료를 구축하고 근거를 생성해 그 분석 결과를 토대로 재평가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최근 진단 기술의 변화와 적용 항암제의 한계로 NGS 검사의 효용성에 대해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NGS 검사의 운영 현황을 분석하면서, 보험급여 대상 암종을 축소하거나 환자 본인부담률 상향을 검토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암 전문가들이 NGS의 보장성이 축소될 경우 정밀의료의 역행으로 이어질 것이라 우려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오늘(1일)부터 전문가 자문과 임상적 근거 축적 수준, 표적 치료제 활용 현황 등을 고려해 NGS 검사의 본인부담률을 질환별로 달리 적용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진행성·전이성·재발성 비소세포성 폐암(폐선암)은 NGS 검사 시 본인부담률 50%를 유지한다. 기존 본인부담률 90%로 운영됐던 '조기 암 등 산정특례암'도 현행과 같이 본인부담률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그 외 진행성·전이성·재발성 고형암, 6대 혈액암, 유전성 질환은 본인부담률을 80%로 상향 조정한다. 임상 근거가 생성되고 있고 처방 가능한 다수의 표적항암 치료제가 있는 폐암 외에는 비용효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가 반영된 듯 보인다.

복지부는 임상연구 등을 통해 치료효과성 등의 근거가 확인되면 본인부담률을 하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놓고 많은 종양내과 의사들이 낙담했다. NGS 보장성 축소를 반대하는 입장 및 NGS의 가치에 대해 의견을 전달했으나, 정부는 비용효과성 측면만 들여다 봤다는 비판이다.

현재 미국, 일본 등 타 국가는 암 치료 시 NGS 검사를 계속 시행 중에 있고, 대다수의 국가에서 급여화를 통해 검사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민우, 박경화, 배정모, 이대호 교수 / 복지부 강준 과장

지난 30일 개최된 제 79회 암정복포럼 '암정밀의료에서 NGS 급여 운영 현황과 향후 발전 방안'에서도 의사들은 NGS 보장성 축소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모습이었다.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조민우 교수는 NGS의 재평가에 있어 여러 한계를 꼬집었다.

그동안 선별급여는 신의료기술평가 과정을 끝낸 뒤 급여, 비급여가 결정됐으나 NGS는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조 교수는 "NGS 신의료기술평가 과정을 선별급여 등재 전에 완료하지 못했다는 것이 일종의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질환별 NGS의 유용성이나 근거가 상이할 가능성이 높음을 간과하고 기존 평가를 준용해 평가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치료 성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암에 대해 근거 마련이 필요한데 이 자료도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아울러 NGS의 검사 비용은 차츰 낮아질 것이라 전망됐으나, 기대만큼 저렴해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조 교수는 "현재 NGS는 치료효과성에서 일차적인 이슈가 있다. 기존 진단법과 비교했을 때 비용 측면에서 이득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국내 승인된 표적치료제와 유전자 변이를 중심으로 개별 질환별 치료 효과성의 기대 수준을 높여 나가야 한다. 선별급여를 기반으로 한 등록 자료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임상 연구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대안암병원 종양내과 박경화 교수는 NGS 검사에 대한 다양한 장점들을 나열했다.

박 교수는 "NGS 검사는 불필요한 치료를 여러 가지 시도해 보지 않고 최적의 치료 옵션을 제공한다. 불필요한 치료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의료 자원도 절감할 수 있다. 여러 유전자를 검사하므로 미래 치료까지 예측할 수 있어 바로 연구에 등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국내 치료제의 접근성이 낮은 편이기에 치료제 대비 저렴한 검사에 관문을 넓혀줘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를 통해 환자들이 임상에라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야 한다고.

박 교수는 NGS는 환자들에 대한 선투자 개념이라며, 더욱 광범위한 사회적 가치가 있다고 바라봤다.

박 교수는 "국내에 유전성 암 환자들의 발견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는 곧 NGS로 가족 단위의 스크리닝과 예방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유전자 변이에 대한 데이터로 신약 개발과 임상연구를 촉진할 수도 있기에 NGS 검사를 통한 결과는 1년 후, 5년 후 가치가 다를 것이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병원 병리과 배정모 교수는 NGS를 통해 치료 뿐만 아니라 진단의 질도 굉장히 높아졌음을 강조했다.

배 교수는 "학회 내부에서는 일부 중증질환에 대해 NGS 검사를 선별이 아닌 급여로 돌려야 한다는 말도 나오는 상황이다. NGS 검사는 급여, 비급여 단계를 넘어 이제는 암 진단을 치료하는 사람에게 필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이대호 교수는 NGS 검사가 모든 환자에게 유용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일보 전진을 위한 후퇴의 개념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많은 약제가 급여가 되지 않거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약제는 이미 유효성, 안전성까지 인정받은 상태이지만 급여가 지연되는 이유는 건강보험 재정의 한계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건보 재정을 효율적으로 써야하는 상황인데, 비용효과적인 쪽으로 정책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NGS를 모든 암에 급여 적용하게 되면 비용효과성이 떨어질 것이라 예상했다. NGS는 타깃이 명확하고 해당 치료제가 있을 때 치료 성과가 높아진다고.
 
이 교수는 "비용효과성을 생각한다면 타깃을 찾아 타깃 테라피를 써야 한다. 적어도 유전자 변이 치료제가 확실히 있는 방향으로 재정을 풀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사실 NGS는 불분명한 상태로 들어왔고 일정 기간을 줬음에도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퇴출 기전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다른 불확실한 검사법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해당 포럼에서는 NGS의 보장성 축소가 정밀의료의 후퇴라고 평가하는 의견이 좀 더 힘을 얻었다.

박경화 교수는 전문가 의견으로 말한 내용이 크게 반영되지 않고, 오히려 폐암만 살아남아 복지부의 결정에 크게 실망한 모습이었다. 

실제로 2022년 적합성평가위원회 회의 기록에는 NGS의 치료 효과성에 대한 근거는 아직 부족하나, 임상적으로 유용해 급여 유지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자문단 일부 의견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박 교수는 "전문가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은 채 결국 NGS 보장성이 축소됐다. 레지스트리 재평가 기준을 제대로 제시해 줘야 앞으로 의사들이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어 그는 "자문 회의에서 왜 데이터를 못 내놓느냐는 질문을 상당히 많이 받았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NGS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 앞으로 정부 측에서 NGS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NGS가 승인된 의료기관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문제 삼기도 했다. 소수의 유전자 변이 유무를 보는 단순한 NGS 검사 건에 대해서는 세팅되지 않은 검사실이라도 위탁 검사를 보낼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면 좋겠다는 건의 사항이었다.

보건복지부 의료보장혁신과 강준 과장은 "NGS의 가치에 대해 부정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검증하는 과정에 있어 우리가 평가하는 근거 기준을 봤을 때 비소세포폐암 외에는 조금 더 근거가 쌓이면 좋겠다는 취지로 부담률을 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NGS의 보장성 축소로 실망스러워 하는 임상 현장의 분위기도 잘 알고 있었다.

강 과장은 "앞으로 재평가를 어떻게 진행할지 생산성이 높은 방향으로 논의해 갈 방침이다. 그렇다면 NGS 근거 축적을 누가 할지, 어떻게 할지를 분명히 정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 집중해 부담률이 높아진 암종을 빠르게 살펴볼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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