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보건복지부가 '환자가 골든타임 내, 거주·소재지 인근에서, 24시간·365일 필수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체계'를 주요 골자로 '지역 완결적 필수의료'를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의료계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최종 치료'라는 명확한 목표를 이루려면, 현재 지역 내 의료기관의 기능과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이런 우려를 인식한 정부는 지난 10월, 국립대병원을 필수의료 전달체계의 중심으로 육성하기로 하고 소관을 교육부에서 복지부로 변경한 바 있다.
또한 국립대병원 등이 지역 필수의료 자원관리, 공급망 총괄, 각종 필수의료 지원사업 및 기관에 대한 성과평가 등을 주도하고 권역 책임의료기관으로서 권한과 책임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의 바람대로 국립대병원-지방의료원-보건소 협력 모델이 쉽사리 수립될 수 있을지는 의문으로 남아있다.
이런 가운데 '공중보건의사'를 지역 환자 안전망의 인적 구성원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이 눈길을 끌고 있다.
대한의학회 E-NEWSLETTER의 '지역환자안전망(Patient Safety Net) 확립을 위한 거점병원의 역할'에 따르면, 1979년 농촌지역 의료기관 이용자가 급증하는 것 대비 일차진료를 담당할 의료인력이 부족해지면서 '공보의 제도'가 시작됐다.
2023년 8월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1434명의 공보의가 있으며 이 중 전문의가 30.5%, 인턴수료자가 26.1%로 보고된다.
이에 비해 의과대학만 졸업한 의사는 43.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은 당장 지역 환자 안전망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없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강원의대 의학교육학교실 강석훈 교수
<사진>는 "2009년부터 의사국가고시에 실기시험이 도입되면서 의과대학을 갓 졸업한 의사들의 진료 능력이 과거에 비해 향상됐다는 보고가 있지만, 이들이 전문의 수준의 진료를 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고 말했다.
게다가 공보의의 진료 능력 향상을 돕기 위해 1년 범위에서 전공의 수련을 법적으로 보장해 주고 있지만, 전공의 수련 기간이 의무복무기간에 산입되지 않아 실제로는 공보의 중에서 전공의를 지원하는 경우가 전무한 상태이다.
이를 놓고 강 교수는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대한 규정'에 가정의학과의 경우 인턴과정 없이 레지던트 3년으로 전문의를 취득할 수 있다는 조항을 주목했다.
몇 가지 법률과 시행규칙을 보완하면 공보의의 43.4%에 해당하는 의사들이 지역거점 국립대병원에서 가정의학과 전공의 수련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것.
예를 들어 가정의학과 1년 차 때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신경과, 응급의학과의 입원환자 중심으로 주치의 스케줄을, 2년 차 때 안과, 피부과,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가정의학과의 외래 파견 형태의 스케줄을, 3년 차 때 보건지소, 보건소, 지역의료원, 권역응급센터 파견 형태의 스케줄을 계획할 수 있는 셈이다.
강 교수는 "이러한 방안은 국립대병원과 공보의 양측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 교수가 제안한 것처럼 공보의를 활용할 경우, 국립대병원의 필수의료 주치의 역할을 담당할 1년차 전공의 확보가 가능하다. 현재 국립대병원은 전공의 충원율이 50%도 안 되는 심각한 현실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전공의 부족으로 몇 년째 직접 당직을 서고 있는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교수들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공보의 입장에서도 복합 질병을 앓고 있는 입원 환자에 대한 임상경험치를 획득한 뒤에 보건지소에서 근무를 하게 되므로, 최소한 '능력치를 넘어서는 억지 진료를 강요받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으로 사료된다.
이외에도 군복무 해제 시 가정의학과 전문의 자격 취득을 통해 3년이라는 시간을 보상받을 수 있게 된다. 보건지소 진료의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지역 환자 안전이 향상되는 효과도 전망된다.
더불어 강 교수는 공중보건지소가 일차의료 교육기관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 의과대학의 일차의료에 대한 교육은 이론에만 치우치는 경향이 짙으며 본과 3, 4학년의 임상실습교육은 교육병원의 테두리 안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충분한 임상수련을 받은 고년차 가정의학과 전공의가 공중보건지소에 근무하게 된다면 해당 보건지소는 의대생들이 일차의료를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교육기관으로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공보의를 활용한 지역 환자 안전망 확립은 획기적인 정책 제안도 아니며, 공공의대 설립과 같은 대규모의 예산 투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그는 "농촌 지역사회의 의료취약지 개선과 수년 째 전공의 미달로 신음하고 있는 국립대병원에 대한 진지한 고민만 있으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몇 가지 법률, 시행령을 고치고 대한의학회와 전문학회의 협조만 필요할 뿐이다. 심지어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가 3년제로 변모하면서 공보의의 26.1%에 해당하는 인턴수료자들에게도 문호가 개방될 수 있는 확장성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ㅇ**2023.12.18 20:43:19
현장 문제점을 다방면으로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의견인거 같습니다
작성자 비밀번호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