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문근영 기자] 2023년 제약·바이오 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군 비만치료제.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글로벌 투자은행 TD 코웬 등은 모두 비만치료제 시장이 2030년까지 약 133조 원 이상의 시장 규모를 가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비만치료제 시장을 주도한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와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 등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 비만치료제가 각광 받으면서, 국내 제약사들 또한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GLP-1 비만치료제 연구개발 및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후발주자로 나서는 국내 제약사들은 '한국형 GLP-1 비만치료제' 신약 후보물질 개발을 통한 비만 시장 공략 방침을 세우거나, 마이크로니들을 이용한 패치제, 경구제 등 제형 변경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국산 비만 신약 개발에 몰두하는 한미약품
국내에서 GLP-1 계열 비만치료제 개발 선두로 나선 기업은 한미약품이다. 지난해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 약물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 3상을 승인받았다. 현재는 3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약품 독자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를 적용해 일주일에 한 번 투여하는 주사 제형 GLP-1 제제로 개발됐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비만치료제 사용 시 환자 라이프 스타일 및 투약 안전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랩스커버리로 반감기가 짧은 바이오의약품 약효를 늘리고, 지속·안전성과 효능을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국인 체형과 체중을 반영한 비만약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한미약품은 대한비만학회가 설정한 한국인 비만 기준인 체질량지수 25kg/㎡에 최적화된 비만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에페글레나타이드 잠재력은 글로벌 제약기업이 주도한 글로벌 3상에서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관계자는 "GLP-1 비만약을 시판한 글로벌 기업들이 체중 감소 비율 수치 우월성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지만, 서양 고도비만 환자에게 유익할 수 있는 수치다"라며 "(에페글레나타이드는) 독자 기술을 통해 개발한 최초 GLP-1 비만 신약으로써, 한국인 맞춤형 비만약으로 개발한다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또한, 한미약품은 지난 9월부터 한미그룹이 추진 중인 'H.O.P(Hanmi Obesity Pipeline) 프로젝트'를 통해 경구용 GLP-1 계열 비만치료제 및 GLP-1/GIP/GCG 삼중작용제 'HM15275' 개발 등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 강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 미국 자회사 통한 글로벌 임상 박차 가하는 동아에스티
동아에스티는 비만치료제로 개발한 'DA-1726'을 미국 신약개발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NeuroBo Pharmaceuticals)에 라이선스 이전 후 글로벌 임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는 지난 2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DA-1726의 글로벌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했다. 2024년 상반기에 글로벌 임상 1상을 개시할 예정이다.
옥신토모듈린 유사체(Oxyntomodulin analogue) 계열 비만치료제 신약 후보물질인 DA-1726은 GLP-1 수용체와 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이중작용제로, 식욕억제와 인슐린 분비 촉진 및 에너지 대사를 증가시켜 체중 감소와 혈당 조절을 유도한다.
전임상 연구 데이터에 따르면, DA-1726은 비만 동물 모델에서 GLP-1 유사체 세마글루타이드와 유사한 음식 섭취량에도 우수한 체중 감소 효과를 나타냈으며, GLP-1, GIP 이중작용제 티르제파티드 대비 더 많은 음식 섭취량에서도 유사한 체중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동아에스티는 에너지 대사를 증가시켜 체중 감소를 유도하는 기전을 가진 승인된 약물은 현재까지 없기 때문에, DA-1726이 차세대 비만치료제로서 시장의 미충족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비만신약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A-1726의 글로벌 IND 신청을 통해 본격적인 임상에 돌입한 동아에스티는 앞서 지난해 2월 호르몬제 제형화 연구를 진행하는 주빅과 당뇨 및 비만치료제에 관한 마이크로니들 제형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하기도 하는 등 신약개발과 제형 연구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 GLP-1 경구제 개발에 주력하는 일동제약
일동제약은 GLP-1 수용체 작용제 기전 신약 물질 'ID110521156'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해당 물질 내약성 및 안전성, 약동학적 특성 등을 평가하는 게 목적이다. 임상 개발 등 상용화 작업 진행 상황에 따라 제2형 당뇨병, 비만 등에 활용할 경구용 신약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ID110521156은 구조적 특성에서 비롯한 유효·안전·안정성 등 차별점이 존재하고, 투약 편의성 측면에서 이점을 지닌 경구 제형 약물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GLP-1 호르몬과 동일한 기능을 갖는 신규 화합물로써 생물학적 제제 기반 약물에 비해 저분자 형태이고, 물질 구조상 안정적이라고 부연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질환 동물모델을 이용한 ID110521156 효능 및 독성평가에서 인슐린 분비 및 혈당 조절 관련 유효성, 동일 계열 경쟁 약물 대비 우수한 안전성 등을 확인한 바 있다"며 "현재 다수 글로벌 제약기업들과 라이선스 아웃 등 파트너십에 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 마이크로니들 패치, 장기지속형 주사제 등 편의성에 주력하는 대웅제약, 대원제약, HLB제약
대웅제약은 '마이크로니들'을 활용해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 연구개발 전문 계열사 대웅테라퓨틱스를 통해 GLP-1 유사체 '세마글루타이드' 계열 마이크로니들 패치에 대한 비임상을 완료했다. 현재는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비만치료제 성분 'DWRX5003' 임상 1상을 준비 중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1cm² 크기 마이크로니들 패치는 팔∙복부 등 각질층이 얇은 부위에 1주일에 한 번 부착하는 방식으로 사용한다. 생분해성 물질로 구성된 마이크로니들을 체내에 투입해 미세혈관으로 GLP-1 유사체를 전달하는 것이다. 가압건조 공정, 완전 밀착 포장 등으로 약물 균일성을 확보하고 오염을 방지했다.
마이크로니들은 주사제와 동일한 약효가 있고, 신경세포를 건드리지 않아 통증이 없다는 게 대웅제약 설명이다. 상온 보관할 수 있어 유통 과정에서 콜드체인 시스템이 필요없다고 덧붙였다.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GLP-1 유사체 패치형 제형 개발로 의료진과 환자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대원제약 또한 국내 바이오 기업 라파스와 공동 개발을 통해 노보 노디스크 '위고비' 주사제를 마이크로니들 패치로 제형을 변경한 비만치료제 'DW-1022'을 개발해 지난 8월 식약처에 IND 1상을 신청한 바 있다.
'DW-1022' 개발에서 대원제약은 유전자 재조합 세마글루티드를 합성펩타이드로 전환해 신약에 준하는 원료의약품 개발과 완제의약품의 비임상 연구를 맡았다. 마이크로니들 패치 완제의약품 제제 개발은 라파스가 담당했다.
대원제약 관계자는 "현재 IND 1상 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올해 GLP-1 개발과 관련해서는 진행 중인 마이크로니들 패치 임상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향후에는 경구제 개발에 대한 부분도 검토 중에 있다.
HLB제약은 자체 개발한 장기지속형 주사제 플랫폼 'SMEBR'을 기반으로 휴메딕스와 함께 GLP-1 계열 장기지속형 비만치료제 'HP-P038'을 공동 연구개발 중이다. 올해 중 비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 국내 제약사, 집중할 수밖에 없는 비만치료제
이처럼 많은 국내 제약사가 비만치료제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국내 제약업계 개발 관계자 A씨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서 GLP-1 계열 비만치료제 개발을 혁신적인 연구 성과로 꼽았고,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큰 폭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속속 GLP-1 비만치료제 개발전에 합류하고 있는 만큼, 비만치료제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한 A씨는 "후발주자들은 경구제나 패치제와 같은 제형 변경 또는 편의성을 위한 투여 주기를 늘리려는 시도 등과 같이 기존 약물 대비 차별성을 갖추는 것이 향후 비만치료제 개발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 B씨 또한 "오리지널 보유 기업인 노보 노디스크도 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하는 등 힘을 싣고 있는 분위기"라면서 "업계에서는 비만치료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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