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매 순간 의료계 상황이 급변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2025학년도 의대정원 2000명 확대'라는 정책 방침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공개토론까지 언급하면서 2000명 확대 결정이 근거를 갖춘 정책적 선택이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같은 복지부 행보는 8일부터 시작된 '의사 집단행동 중수본 정례브리핑' 이후로 계속되고 있다. 복지부는 이 자리를 통해 2000명 결정 근거를 추가로 공개해오고 있다.
2000명이라는 의대정원 확대 규모가 처음 공개된 지난 6일에는, '현재 의사인력 1만5000명 수요가 있으며, 이 중 1만명을 2035년까지 확충하기 위해선 2025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증원해야 한다'는 것이 부연됐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1000명 단위로 떨어지는 2000명이라는 숫자는 형식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점, 1만5000명 수요에 대한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점 등을 들어 근거 없는 정책적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용' 정책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이에 복지부는 8일 첫 정례 브리핑에서 '증원 규모는 정부 국책연구기관인 KDI와 보건사회연구원, 서울대학교 홍윤철 교수 등이 제시한 연구 결과를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후 브리핑을 통해 줄곧 '2000명 증원은 결코 과도한 숫자가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해오고 있다.
의약분업 이후인 2000년부터 2006년까지 351명을 감축한 뒤 19년간 증원이 이뤄지지 않아 부족해진 의사 수를 감안하면, 2000명이라는 것이 결코 많은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만일 의대 정원을 감축하지 않았다면, 2025년에는 6600여명, 2035년에는 1만명이 넘는 의사가 더 배출됐을 것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이는 내년부터 2000명을 증원해 2035년까지 1만명을 배출하는 것과 유사한 수준이다.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국내 의사가 부족한 것은 분명하다'는 평가도 거론됐다. 2047년에 OECD 평균에 도달할 수 없는 것은 단순한 계산만으로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021년 기준으로 2.1명이며, 의사가 1만명이 늘어나도 인구 1000명당 의사는 2.3명에 불과하다. 현재 OECD 평균인 3.7명에 도달하기 위해선 의사 수 8만명이 필요한데, 따져보면 2025년부터 2000명을 증원해도 2050년에 OECD 평균에 도달할 수 없다.
국내 의사 평균 나이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근거로 꼽힌다. 복지부에 따르면, 급격한 고령화로 의료 수요는 급증하고 있는 데 반해 젊은 의사는 줄어들고 있다.
지난 10년간 20대 의사 비중은 절반으로 줄었고, 65세 이상 고령 의사는 2배 수준으로 늘었다. 2035년이 되면 의사 100명 중에 20대는 4명이 채 안 되게 된다. 이에 복지부는 2000명 규모 증원 없이는 미래 의료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고 본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의약분업 이후에 351명을 감원하지 않았으면, 중간에라도 증원 결정이 있었으면, 오늘날 이런 여러 현장에서의 문제점도 잘 발견되지 않았을 것이고 지금 이렇게 큰 폭의 증원을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는 점이 아쉽다"며 "이번 증원 결정 기준과 판단 근거는 그야말로 '국민 보건 수요를 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였다. 2000명을 늘리는 것은 과도하지 않다. 너무 늦었기에 커 보이는 착시효과"라고 설명했다.
또 "더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시기를 당부드린다. 국민 앞에서 의료계와 토론도 가능하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토론할 수 있다. 언제라도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말씀을 다시 한 번 드린다. 더 좋은 내용이라면 과감히 수용하겠다. 다만 2025년도 의대정원 확대 규모와 시기는 1년 넘게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온 만큼 확고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근거 추가 공개와 더불어 의료계 주장에 대한 반박도 병행되고 있다.
복지부는 의사단체로부터 '의대정원 증원 없이도 2047년에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OECD 평균을 넘는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을 지목했다.
해당 주장은 국내 의사가 매년 2.84%씩 증가한다는 가정 하에 계산됐는데, 이 계산에 따르면 2047년에는 7603명이 전년 대비 증가해야 한다. 이는 의대정원 3058명과 맞지 않다.
박민수 2차관은 "의사단체는 의료정책연구소 통계를 주로 이용하는데, 이미 통계 문제점은 국내 전문가들이 지적한 바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민 1인당 외래 일수가 OECD 평균 2배를 넘기 때문에 OECD와 일률적인 의사 수 비교는 불가하다'는 주장에도 반박이 이뤄졌다.
환자 1인당 의료 이용량을 정확히 비교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받는 진료 시간과 처방 일수 등도 함께 따져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복지부는 우리나라 경우 주요국과 달리 진찰 시간이 짧고 약을 처방하는 주기도 짧기 때문에, 의료 이용량 측면에서 국내와 OECD 간에 큰 차이가 없다고 봤다.
복지부는 의학 교육 측면에서 의료계가 우려하고 있는 부분에도 근거로 반박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1980년대 주요 의과대학 개별 정원은 지금보다 많은 수준이었다. 서울대 의대는 당시 정원이 260명이고 현재는 그 절반인 135명이다. 부산대는 당시 280명, 현재는 125명, 경북대는 당시 196명, 현재는 110명이다. 이들 모두 당시와 비교하면 현재는 그 절반 수준이다.
반면 교수 수는 훨씬 늘어나는 등 의과대학 교육 여건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됐다. 정부가 지난해 말 각 의과대학 여건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2000명 증원이 있더라도 의학교육 평가인증기준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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