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 "국민의힘, 약 배송 공약 철회하라"

의약품, 유통 시 온도와 습도 변화로 인한 성분 변질 위험
개인 질병 정보 노출 등 환자 개인정보 보호 관련 문제 있어
의약품 오남용 및 불법 유통 가능성이 가장 큰 문제 
국민의힘, 약 배송을 국회의원 선거공약집에 기재…경솔한 약속 판단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4-03-21 06:00

대한약사회(회장 최광훈)가 국민의힘 선거공약집에 기재된 '약 배송' 공약에 대해 '경솔한 약속'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중앙 정책공약집'에서 '지역 함께 성장-의료 격차 해소' 카테고리를 통해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통한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공약을 밝혔다. 

특히 세부적인 내용에서 '보완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하여 질환 범위, 취약지역, 진료 범위, 약 배송 등 국민불편 사항 해소'를 언급했다.

이에 대해 대한약사회 비상대책위원회는 '국민의힘은 의약품의 안전한 이용을 위해 '약 배송' 공약을 철회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비대위는 성명서에서 ▲보관 조건과 복용 기한의 엄격한 관리 필요 ▲유통 시 온도 및 습도 변화에 따른 성분 변질 및 전달 지연으로 인한 효능 감소 위험 ▲환자 개인 질병 정보 노출 위험 ▲특정 의약품 유실 발생 위험 ▲의약품 오남용 및 불법 유통 가능성 등을 강조하며 약 배송에 대한 반대의 뜻을 전했다. 

비대위는 "의약품의 최고전문가 단체인 대한약사회는 이러한 여당의 발표가 오로지 인기 영합을 목적으로 해 후과를 고려하지 않은 대단히 경솔한 약속이라고 판단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금이라고 국민의힘은 집권 여당답게 국정 운영에 관해 책임 있고 안정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약 배송 공약의 철회를 촉구했다. 

다음은 대한약사회 성명서 전문이다. 


‘국민의힘’은 의약품의 안전한 이용을 위해 “약 배송” 공약을 철회하라.

최근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범위가 확대되면서 의료인이 환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은 의약품의 처방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른 안전성 문제도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으나 뚜렷한 해결 방안은 그 누구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의약품은 일반 상품과 달리 보관 조건과 복용 기한을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 유통 시 온도와 습도 변화로 인해 의약품 성분이 변질될 위험도 있다. 또한 전달 지연이나 분실로 유효기간이 지나 효능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모든 국가에서 의약품은 생산부터 유통, 이용까지 모두 전문가에 의해 과학적인 취급 기준 아래에서 관리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고자 한다.

환자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일반 배송 중 처방 정보가 유출되면 민감한 개인 질병 정보가 노출될 수도 있고, 특정한 의약품의 유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실제로 대형 온라인 쇼핑몰의 물류 센터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값나가는 물건의 연쇄 절도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또한 부적절하게 취급된 위해 의약품으로 인한 부작용 발생 시에는 책임 소재 규명도 어렵다.

무엇보다 의약품 오남용 및 불법 유통 가능성이 큰 문제이다. 비대면 진료로 인해 사실상 대면 없이 전화로만 의약품을 구입할 수도 있게 된 현 상황에서 의약품 남용 우려도 커진다. 또한 불법 유통 의약품으로 인한 이용자들의 건강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 더구나 의약품의 이용자는 이미 몸이 아픈 환자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의약품 안전 이용과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해서는 의약품의 배송금지 원칙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현행 법령은 의약품이 의약품 전문가의 주관으로 철저한 안전 관리가 되어야 하며, 약국 방문 등 대면 이용 경로를 준수해야 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약국 외 판매를 엄격히 금지하는 사법적 판결이 계속되어 오는 점도 충분히 존중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약 배송”을 국회의원 선거공약집에 기재하여 발표하고 말았다. 의약품의 최고전문가 단체인 대한약사회는 이러한 여당의 발표가 오로지 인기 영합을 목적으로 하여 후과를 고려하지 않은 대단히 경솔한 약속이라고 판단한다.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은 집권 여당답게 국정 운영에 관하여 책임 있고 안정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안전을 경시하는 ”약 배송” 공약을 철회하고 앞으로의 의약품 관련 정책은 반드시 의약품의 최고전문가를 대표하는 대한약사회와 협의하여 결정하는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2024년 3월 20일

대한약사회 비상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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