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림프종은 면역 세포가 종양으로 변하면서 체내 조절 작용과 상관없이 증식하는 질환이다. 그중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iffuse large B-cell lymphoma, DLBCL)은 대표적인 공격적인 림프종으로 꼽힌다. 비호지킨 림프종(Non-Hodgkin Lymphoma, NHL)의 40%를 차지할 만큼, 림프종 중에선 비교적 흔하게 발생하기도 한다.
또 DLBCL은 빠르게 진행된다는 특징이 있다. 1차 표준요법인 ‘R-CHOP(리툭시맙에 4가지 항암제를 병용. 해당 성분의 앞 글자를 딴 약어)’ 치료 이후에도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재발을 경험하는 환자는 40%에 달한다.
그럼에도 재발성 또는 불응성 DLBCL 환자들은 재발 이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기대여명은 3~4개월으로 낮아진다. 2차 치료에 실패한 환자 예후는 더욱 좋지 않다.
이 가운데 미충족 DLBCL 치료에 최근 단비 같은 신약이 등장했다. DLBCL 최초 CD20xCD3 이중특이항체 치료제 로슈 ‘컬럼비(글로피타맙)’.
컬럼비는 DLBCL에서 유의미한 임상적 결과를 확인하며 재발 및 불응성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두 가지 이상의 전신치료 전력이 있는 재발성 및 불응성 DLBCL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완전 관해율(CR) 40%, 전체 반응률(ORR) 52%를 보이면서다.
컬럼비는 또한 기성품으로 출시돼 진단 즉시 신속한 치료가 가능하고, 치료 기간이 고정돼 있어 치료 불확실성을 개선했다.
이에 화순전남대병원 혈액내과 양덕환 교수(대한혈액학회 림프종연구회 위원장)을 만나 컬럼비의 임상적 가치와 국내 DLBCL 치료 지형 변화를 들어봤다.
그는 화순전남대병원에서 혈액암 분야 중 림프종과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골수증식성 질환 등을 진료하며 T세포를 이용한 면역치료요법 등의 연구 분야에서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양 교수는 2022년 대한혈액학회 중견연구자상을 수상하는 등 학회에서 활발한 연구와 학술 활동을 펼쳐 나가고 있다.
다음은 양덕환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Q.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은 대표적인 공격성 림프종으로 진행 속도가 빠른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떠한 질환이며 국내 환자 현황은 .
-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종은 림프 조직에 발생한 악성 종양을 의미한다. 림프절은 항체를 생산하는 B세포, T세포 등 면역 세포가 모여 있는 조직으로, 인체 면역 체계의 주둔지 역할을 담당하며 면역 시스템을 작동시킨다. 림프절은 혈관과 함께 전신에 분포되어 있으므로, 림프 조직에 종양이 발생하는 ‘림프종’ 역시 전신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B세포에 발병하는 림프종을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라고 한다.
림프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호지킨 림프종은 30가지 이상의 아형으로 분류되며, 비호지킨 림프종 중에서도 가장 흔히 나타나는 DLBCL은 백혈병보다 높은 유병률을 보인다. 국내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 기준 DLBCL 유병율은 약 1만명이며, 화순전남대학교병원에서는 매년 80~100여명의 신규 환자가 등록되고 있다.
림프종이 발병하면 림프절이나 림프관에 멍울이 생기거나, 발열 또는 식은땀을 흘리는 발한 증상이 나타난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우연히 멍울을 발견하고 병원을 방문해 진단받는다.
Q. DLBCL은 재발 위험이 높은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초치료 혹은 2차 치료 시 주로 어떤 치료법을 고려하는가.
- DLBCL의 재발율은 30~40% 정도로 높은 편이다. 물론 환자 특성에 따라 재발율에 차이가 있어 고위험군에서는 40~50% 수준으로 재발하는 반면, 발병 초기에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한 경우 10% 미만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재발율이 20% 이상인 경우 재발율이 높다고 여기는 만큼, DLBCL는 항상 재발의 위험이 있는 질환이다.
DLBCL는 수술이 불가하므로, 약물 치료가 주를 이룬다. 전세계적으로 R-CHOP(리툭시맙 +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 아드리아마이신, 빈크리스틴, 프레드니손 요법) 복합 항암화학요법이 1차 표준치료로 사용되고 있다.
2차 치료는 구출항암화학요법(Salvage Therapy)이 사용되며, 국내에서는 ICE(이소스파미드, 카보플라틴, 에토포시드) 또는 DHAP(덱사메타손, 시스플라틴, 시타라빈)이 많이 사용된다. 서구에서는 GemOx(젬시타빈, 옥살리플라틴) 병용요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구출항암요법의 경우 1차 치료에 비해 강도가 3~5배 정도 높다.
Q. 최근 이중특이항체, CAR-T 치료제 등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해 2차 치료 이후 재발하는 환자들에게 사용되고 있다.
- CAR-T 치료제는 환자의 면역 T세포를 조작해 암을 특정해 공격하도록 하는 면역치료제로, 강력한 세포면역반응을 일으킨다. 환자의 혈액 속 T세포를 추출해 만드는 약물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크지 않다.
매우 고가이지만 국내에서 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으며, 환자의 장기 생존을 돕는 등 기존 DLBCL 항암제 대비 치료 성적을 크게 개선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환자의 혈액을 통해 T세포를 채취하고 유전자 공정 과정을 거쳐 다시 주입하므로, 전체 치료 과정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되며 치료 시작이 지연될 수 있다.
최근 DLBCL 치료 환경에 등장한 이중특이항체는 서로 다른 두 가지 항체를 Y자 형태로 결합해, 각각의 항체가 T세포의 면역 반응을 자극하고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하는 치료제다. 즉, 체내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면역 세포가 암을 공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중특이항체의 장점은 즉시 사용이 가능한 형태로 제조되기 때문에, 마트에서 물건을 구매하듯이 빠른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CAR-T 치료제는 환자 체내에서 추출한 세포로 항체를 제작해 주입하고, 이중특이항체는 이미 제작돼 있는 항체를 주입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Q. 림프종 연구회를 이끌고 있다. 컬럼비 NP30179 임상연구 결과가 발표됐을 당시 연구회 소속 의료 전문가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여러 세부 데이터 중 어떠한 부분에 주목했는지 궁금하다.
- 재발성 DLBCL은 예후가 좋지 않다. DLBCL가 처음 재발한 환자에게 구출항암화학요법을 사용했을 때 대부분의 환자가 1년 이상을 살지 못할 정도로 재발 환자의 생존율은 낮은 편이다. 따라서 재발성 및 불응성 DLBCL 치료를 위한 여러 연구를 살펴보게 된다.
컬럼비의 NP30179 임상 연구에 직접 참여했는데, 임상에서 컬럼비의 완전관해율은 40~50%로 나타나 구출항암화학요법 대비 2배 가까운 수치를 확인했다. 이는 암이 완전히 없어질 확률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의미이다. 치료는 성공적이었고, CAR-T 치료제와 유사한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이중특이항체는 현재까지 해외에서 3~4년 정도 사용됐는데, 재발성 DLBCL 환자에서 장기 생존이 가능하다는 보고가 점차 나타나고 있다.
Q. 허가 임상 데이터와 비교했을 때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컬럼비 투여에 유의미한 결과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 현재 진료하는 환자 중에서는 임상 연구 대상자를 포함해 약 10명 정도가 컬럼비를 사용하고 있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약 40% 정도의 완전관해율을 보여, 글로벌 임상 연구와 유사한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
Q. 올해 1월부터 대한혈액학회 림프종연구위원장으로서의 임기가 시작됐다. 임기 동안 어떤 목표와 주요 활동 계획을 갖고 있나.
- 림프종연구회는 대한혈액학회 내에서 림프종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전문의가 모인 연구회로, 림프종에 대한 연구와 학문적 토론, 임상 시험 등을 함께 진행한다. 연구위원장으로서의 첫 목표는 전 세계적인 치료법과 국내 치료법의 차이를 파악하고, 축적된 국내 데이터를 전 세계 연구와 비교 분석해 국내 연구 결과를 전 세계에 발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제적인 학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자 한다.
두 번째 목표는 건강보험 시스템의 재정비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이 평등하게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건강보험 제도가 마련돼 있다. 다만 고가의 항암 신약이 치료 시장에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어, 모든 치료비용을 건강보험 재정으로 충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국가 보험 재정의 한계로 인해 효과적인 치료제의 도입이 늦어지기도 한다. 암 환자들이 치료 비용의 5%만 부담하는 ‘산정특례’라는 좋은 제도도 마련돼 있지만, 모든 고가 신약에 산정특례를 적용하기는 어렵다. 본인부담금이 일부 증가하더라도 환자들이 효과적인 치료제를 적정 비용으로 신속히 사용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급여 제도의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
Q. 건강보험 시스템 재정비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다면.
- 산정특례제도에서 본인부담 비율을 현재 5%에서 20~50%로 늘리더라도, 최신 치료제가 많이 도입돼 급여 적용이 되도록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천문학적인 암 치료 비용을 국가가 모두 부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혁신 신약의 도입이 지속적으로 늦어지고 있다.
따라서 환자가 어느 정도 경제적인 부담을 추가로 지더라도 치료 접근성을 높이도록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치료비를 아예 부담할 수 없는 상황의 환자들에게는 지원을 확대하고, 모든 비용을 바로 낼 수 없는 경우 낮은 이자로 대출을 지원해 암 치료비를 충당할 수 있게 하는 등 다양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환자의 생명이 달려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치료 반응률이 좋고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혁신 신약이 있다면 최대한 빠르게 도입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Q.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설명 부탁드린다.
- DLBCL는 진료가 조금만 늦어져도 환자의 생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질환이다. 전공의 파업이 이어지고 있지만, 림프종이나 혈액암 연구를 하는 임상의 중 진료를 멈춘 의사는 거의 없다. 환자의 상태가 생사의 문제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일주일만 진료를 보지 못해도 면역 기능의 문제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특히 재발성 환자의 생존율은 매우 낮기 때문에, 환자의 재발 여부는 의료진에게 긴장이 되는 일이다. 환자 역시 진료를 보러 올 때 재발했다는 이야기를 들을까봐 매우 긴장한다. 컬럼비는 이러한 재발성 DLBCL 환자의 생존을 개선하는 매우 좋은 치료제로, 국제적으로도 인정을 받아 진료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암에는 저항성이 있기 때문에, 이중특이항체와 같은 효과적인 치료제를 첫 재발 시점에서부터 조기 투약해야 더 많은 환자들을 살릴 수 있다. 첫 번째 재발을 겪은 환자의 절반은 사망한다. 하지만 이중특이항체나 CAR-T 치료제는 국내에서 두 번 재발해야 사용할 수 있다.
국내 환자들이 효과적인 신약을 보다 신속히 사용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자가부담금의 조율 등 치료 접근성에 대한 여러 제도적 개선과 다국적제약사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보다 많은 환자들이 필요한 치료제를 적절히 처방받을 수 있도록, 림프종연구회에서도 목소리를 내고자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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