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신의료기기 활용도 높이려면, 개발부터 임상의와 소통해야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4' 컨퍼런스, 사업전략 세션 토론 
신약과 신의료기기 보급 제한, 개발자 및 임상의 판단과 니즈가 상이한 탓
임상에서 필요한 것들을 개발하는 것이 연구가 사장되지 않는 길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4-07-11 05:57

(왼쪽부터) 유제민 샤페론벤처스 공동창립자 및 사장, 김경환 서울대학교병원 교수, 허세범 서울대학교병원 교수, 성필수 서울성모병원 교수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신약 및 신의료기기 개발과 임상 사이 간극을 줄이려면 개발 단계부터 임상의(臨牀醫)를 팀의 일원으로 포함시켜 소통해야 더 활용 가능성이 높은 기술 및 제품 개발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10일 서울시 삼성동 코엑스(COEX)에서 개최된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4' 컨퍼런스의 '사업전략 비즈니스' 3번째 세션에서는 '임상의 관점에서 바라본 약물 및 의료기기 개발 현황'을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다. 

이번 토론 좌장은 유제민 샤페론벤처스 공동창립자 및 사장이, 패널로는 김경환 서울대학교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허세범 서울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성필수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등 임상 전문가 3인이 참석했다.

유제민 사장은 "대한민국은 제약바이오 공국으로 발돋움하고 있지만, 실제 임상에서 환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신약과 신의료기기 보급은 여전히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꼬집으며 이번 토론이 마련된 이유를 설명했다. 

새로운 개발품이 임상 현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책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임상의와 개발자가 생각하는 메디컬 업무에 대한 판단과 니즈가 상이하기 때문에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유 사장은 "개발자가 환자들을 생각하며 개발하더라도, 서비스 대상이 임상의인 만큼, 제품 개발은 B2C가 아닌 B2B 비즈니스라고 봐야 한다"라며 "개발 단계에서부터 최종 사용자인 임상의와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기술이 실제 임상 적용에 더 높은 성공률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기술을 임상에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적용하는 시도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서울대병원의 CIO(정보담당책임자)였던 김경환 교수는 IoT 디바이스가 스마트 헬스케어 데이터를 받아 임상시험에 도입하기 위한 국책과제를 맡아 진행하던 중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맞닥뜨렸다. 

환자 수가 급증하면서 병실이 중증환자를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자, 증상이 심각하지 않은 환자들을 생활치료센터로 이동시켜 임상기록용 IoT 디바이스와 앱을 사용해 서울대병원 헤드쿼터에서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는 임상에서 필요한 기기와 시스템을 빠르게 개발해 적용한 대표적 성공 사례다. 이후 엔데믹이 되고 나서는 심장 수술 환자들을 모니터링하는 용도로 전환해 사용하고 있다. 

과거부터 한국의 메디컬 IT 역사에 많은 발자취를 남겨온 김 교수는 "이러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의료진이 보지 못하는, 환자들의 일상에서 발생하는 생활 속 임상 데이터들이 병원에 전달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1~2년 뒤에는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패널들은 임상 현장에서 해결이 되지 않은 문제들 중 개발이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것에 대해 생각을 나눴다.

허세범 교수는 혈관 색전술 시술을 전문으로 하는 만큼, 색전술에서 필요한 부분을 언급했다. 색전술은 간암 치료, 외상환자 데미지 컨트롤, 간동맥 화학색전술, 전립선 비대증 색전술, 통증치료 색전술 등 다양한 적응증에서 새로운 치료법 및 치료 옵션으로 활용할 수 있다. 

허 교수는 "색전술을 지혈이 아닌 치료방법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단순 출혈을 막는 것과는 다른 색전 물질이 필요하다"라며 "각 상황에 맞는 색전물질 개발에 대한 크리니컬 니즈가 있다"고 언급했다. 

성필수 교수는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기술은 '암의 조기 진단'이다. 만성질환자에서 암이 발생하는 상황이 많은데, 항상 환자들을 볼 때마다 조금만 더 빨리 진단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과 의사 입장에서 또 다른 니즈는 암이 발생할 위험이 굉장히 높은 사람들을 선별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이 나온다면 좋겠다"면서 "간질환 뿐만 아니라 대사성 질환, 폐질환 등 다양한 질환에서 활용 가능하다면 미래 먹거리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진행성 고형암 환자들의 치료를 위한 치료제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적치료제, 세포치료제, 항체치료제, 항체접합약물, 이중항체 등 여러 치료제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많은 신약 후보들이 임상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탈락되거나, 임상에서 효과가 없고 독성이 강한 경우도 많이 나타난다.  

성 교수는 "정말 유효한 물질이 실제 환자에게 딱 맞게, 정밀하게 골라져 피투약 될 수 있도록 프로세스가 개선되길 바란다"면서 "새로운 기술 적용이 어려운 이유로는 비용적인 문제가 굉장히 크고, 병원에서 환자에게 딱 맞는 프로토콜로 적용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인데, 이를 표준화시켜 많은 병원에서 같은 프로토콜로 검사할 수 있는 스탠다드 프로토콜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밝혔다. 

토론에 참여한 교수들은 임상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빠르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임상의와의 활발한 소통이 중요하다고 했다. 

성 교수는 "임상의를 처음부터 자문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라며 "불필요한 것을 개발해놓고 임상의한테 보여주면 거절 당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처음부터 같이 토의를 해서 정말 필요한 부분을 확인하고, 실제로 치료와 진단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기술들 중에서도 실제로 전혀 활용되지 않는 기술이 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중요한 부분보다 새로운 것을 찾으려다보니까 연구개발 노력에 비해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만나게 된다. 실제 사용자의 의견을 수용해 피드백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세계적인 경력과 업적이 있는 교수님들도 본인이 만들 수 있는 물질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어떻게 써야할 지 몰라 답답하다는 이야기들을 듣는다"라며 "연구팀을 만들면 임상의와 정기적으로 교류를 하는 것이 좋다. 개선점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도록 소통의 레벨을 낮춰 활발하게 교류하기를 바란다"고 피력했다. 

물론 긍정적인 교류가 이뤄지고 있는 사례도 있다. 현재 서울대병원 융합의학기술원장을 겸직 중인 김경환 교수는 융합의학기술원에 대해 "메디컬 디바이스나 여러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기 위해 진료를 담당하는 교수님들과 실제 연구를 담당하는 각 분야 기초 공학 및 자연과학 교수님들과 협업 관계를 도모하고 있다"면서 "연구 교수들을 직접 임용해 병원의 한 식구로 같이 근무하면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프로덕트를 연구하는 분들이나 비즈니스를 하는 분들이 의료진과 일하는 것을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지만, 공통의 팩터를 찾아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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