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덕숙 전 약학정보원장 "뒤늦은 사법부 최종판결, 사필귀정"

2013년 11월, 약학정보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송 시작
11년 만에 대법원 무죄 확정 판결
"어렵게 지켜낸 약정원 운영,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어" 
제3자 외주 아닌 자체 개발 역량 높여야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4-07-23 06:00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약학정보원(이하 약정원)과 한국IMS헬스가 지난 11일, 11년 만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벗고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 양덕숙 전 약학정보원장<사진>이 "사필귀정"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양덕숙 전 원장은 22일 전문지 기자단과 기자간담회를 갖고 "약정원에 재직하자마자 압수수색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당했다"면서 "약 6년의 기간동안 형사소송, 민사소송, 행정소송을 감당하며 어렵게 약학정보원을 지켜냈다"고 말했다. 

11년이라는 긴 시간을 허비한 이번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과거 약정원과 한국IMS헬스는 데이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한국IMS헬스는 약국 청구프로그램 PM2000을 통해 수집된 환자 정보를 미국IMS헬스에 암호화 한 후 제공했다. 이를 두고 환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이유로 두 단체 모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약정원 압수수색과 함께 김대업 전 원장과 양덕숙 전 원장 등을 비롯한 관계자들도 함께 기소했다. 1심도 2심도 무죄를 판결했지만, 검찰의 지속되는 항소에 법정 다툼은 계속 길어졌다. 지난한 시간을 기다린 끝에, 지난 11일 대법원이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약정원과 한국IMS헬스는 마침내 오명을 씻어냈다. 

◆ 개인정보 유출?빅데이터 사업에 대한 무지와 편견 때문…약정원 '대국민 이미지 개선' 노력

재판이 진행되는 1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양 전 원장은 "약정원장을 퇴직하고도 재판이 마무리되지 않아 늘 조마조마한 불안한 의무감으로 지낼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마침내 나온 결과에 대해 "너무나 뒤늦은 사법부의 최종판결"이라면서도 "만시지탄으로 사필귀정 판결이 나와 마음이 홀가분하다"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그동안 양 전 원장은 약정원 최종 책임자로서 검찰의 압수수색과 형사기소에 의사들이 주도한 거액의 손해배상 단체 소송, 국회·복지부·식약처·심평원·행안부·국가권익위원회의 강도 높은 실태조사와 PM2000의 인증취소를 막기 위한 행정소송 등을 감당해야 했지만, 당시 약정원 임직원들의 분골쇄신으로 이를 막아낼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이어 해당 사건을 시대를 앞서간 빅데이터 사업에 대한 무지와 편견이 낳은 사건이자, 무리한 형사기소, 약사회 괴멸을 목적으로 54억원이라는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11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기소된 개인과 단체들은 형언할 수 없는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었다"며 "이제는 역으로 PM2000 인증을 취소시킨 당사자들이나 기관에게 그 책임을 반드시 묻고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전 원장은 "약정원에 재직한 6년의 기간 동안 약정원은 엄청난 소송비용과 부대비용을 지불하면서도 적자없이 고유사업을 이어나가고 위기 속에서도 오히려 각종 사업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공익기관이 민간업체에 민감정보를 팔아넘겼다는 오명을 씻기 위해서는 IT 영리회사가 아니라 의약품 학술 정보를 제공하는 공익재단이라는 약정원의 '대국민 이미지 개선'만이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 것.

이에 전문약사들을 더 고용해 의약품 학술정보사업을 고도화 하고, 의약품 검색앱을 개발해 무상보급을 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전국의 3000여 개 보건소와 심평원 국민연금공단등 국가기관에 의약품 정보를 무상 제공하면서 공익기관의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었다.

소송으로 인해 험난한, 질곡의 11년 세월을 견뎌낸 양 전 원장은 대법원 판결까지 미뤄뒀던 백서 출간을 올해 중 진행할 계획이다. 검찰의 약정원 압수수색 전모와 겪어온 세월을 공개해, 이를 응원해준 회원과 약정원 그리고 관련기관의 IT동지에게 헌납하겠다는 의지다.  

양 전 원장은 "백서는 이 땅의 빅데이터사업 출발의 험난했던 역사를 말해주는 교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약정원, 자체 개발역량 높여야…잦은 오류 근본적 개선 필요

이날 양 전 원장은 어렵게 견디며 지켜온 약정원의 운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근 약국 청구프로그램의 잦은 오류 등 여러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솔직한 심경을 드러낸 것.

그는 그동안 50%를 상회한 PharmIT3000의 점유율이 매년 감소해 현재 44.1%로 내려가는 추세라며 "이대로면 40%가 깨질 날도 머지 않았다"고 위기 의식을 내비쳤다.

이어 "사업자들간의 알력으로 의원 간 호환문제가 있는 바코드 이슈를 대승적으로 풀어내야한다"면서 "무엇보다 기본적인 청구프로그램이 갖는 잦은 오류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차별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양 전 원장은 최근 약정원에서 제3자 외주를 준 것에 대해 "자체 개발역량을 높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약사회의 주요 IT자원들이 비전을 가지고, 앞선 의약품 학술정보로 약사경영 환경에 선도적으로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약정원의 역할을 제언했다. 

끝으로 양 전 원장은 "향후 유지 보수 관리를 위해서도 약정원 내 개발능력의 부족에 대한 다른 방도를 찾아 약속을 불이행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면서 "먼저 불편 감소부터 해결한 뒤 차근차근 경쟁력을 갖추어야한다. 약정원의 작금의 상태는 철저한 전문적인 감사와 함께 전문기관의 경영진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관련기사보기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