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술 불가능한 진행성 간암 치료, 어디까지 왔나

성필수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면역항암제 기반 복합요법, 간동맥항암화학주입술 등 치료 방법 다양
다학제진료 통해 최적의 치료법 선택
최근 초기임상 중인 CAR-T 치료 등 세포치료도 주목해야
경험 많은 주치의 믿고 포기하지 않는 마음가짐도 중요

메디파나 기자2024-07-29 05:50

평소 자주 폭음을 하는 습관이 있었던 70세 남성 김모씨는 3년 전 건강검진에서 간경변이 의심된다는 말을 들었으나 추가 진료 없이 대수롭지 않게 지내던 중, 1년 전 급격한 체중 감소로 시행한 CT 검사에서 진행성 간암을 진단받았다. 이미 주 간문맥까지 종양이 깊숙이 침범했고, 간 내 종양의 범위가 넓은 진행성 간암이었다. 

이씨는 서울성모병원을 방문, 간동맥 항암화학주입술을 받았다. 간동맥 항암주입요법은 대퇴동맥에 항암 주입 포트를 삽입하고, 간동맥을 통해 간암에 직접 고농도 항암제를 주입하는 치료법이다. 8차례 간동맥 항암주입요법 후, 15cm였던 종양과 문맥 혈관에 침범한 암세포들은 대부분 사라졌으나 폐와 뼈에 전이성 병변들이 발생했다. 

서울성모병원 의료진은 면역항암제 기반 복합요법을 치료 방법으로 결정했다. 티센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과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 주사 치료를 하고, 추가로 뼈 병변에 대한 외부방사선조사를 시행했다. 6회의 면역항암기반 복합치료 및 방사선 치료 완료 후 환자는 폐에 전이된 병변, 뼈전이 병변과 간 내 병변이 모두 제거돼 현재까지 새로 발생한 병변 없이 추적 관찰 중이다.

원발성 간암의 90%를 차지하는 간세포암종은 만성 간 질환에서부터 발생한다. 최근 간세포암종의 발생률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해 2025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매해 100만 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간세포암종의 치료에서 전신 치료의 비중은 50-60%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게 되는데, 이는 조기 발견이 흔하지 않고, 수술적 절제나 국소 치료 이후의 재발률이나 진행률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성필수 교수 연구팀은 2008년도부터 2014년까지 전국의 간암등록사업에 등록된 '치료받지 않은' 간암 환자 1045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놀라운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 치료받지 않은 환자들이 간세포암 진단받은 나이는 59.55세였으며 이들의 생존기간 중간값은 불과 3개월이었다. 이는 치료받지 않는 환자들의 대다수가 진행성 간암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다양한 임상 시험의 성공적인 결과에 따라, 진행성 간세포암종의 치료 방법에도 큰 변화가 나타났다. 2022년부터 국내에서 진행성 간세포암종에서 1차 치료로 급여 처방이 가능해진 면역 기반 항암요법인 아테졸리주맙(항 PD-L1)과 베바시주맙(항 VEGF 항체)의 병용 요법을 사용할 때 약 19개월의 생존 기간 중앙값과 30%의 객관적 반응률을 보였다. 이후 면역 기반 치료가 진행성 간세포암종에서 표준 치료로 자리잡게 되면서 현재 많은 병원에서 진행성 간암환자에게 면역 기반 항암요법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30%의 객관적 반응률에서 볼 수 있듯이, 환자의 장기생존을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다행히 간 기능이 보존된 환자들은 다학제진료를 통해 간동맥항암주입술, 경구표적항암제, 외부방사선조사, 간동맥방사선색전술의 단독 혹은 병용요법 등 다양한 구제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다. 

간동맥항암화학주입술(hepatic arterial infusion chemotherapy, HAIC)은 대퇴동맥에 항암 주입 포트를 삽입하고 세포독성 항암제를 포트를 통해 간동맥에 직접 주입해 간암에 고용량의 항암제를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으로 항암제를 투여하면 전신 부작용이 적게 발생하는 장점이 있다. 주로 침윤성이면서 간문맥 침범을 동반한 진행성 간암 환자에 적용하고 있으며, 경동맥화학색전술에 반응이 없는 환자도 고려한다. 

이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제는 '5-플루오로우라실(5-fluorouracil)'과 '시스플라틴(cisplatin)'이다. 간동맥항암화학주입술 또한 최근 보고된 임상 연구 결과들에 의하면 진행성 간암에서 약 40%에 이르는 반응률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성모병원 성필수 교수팀(성필수, 유재성)은 올해 3월 국제복부영상학회지에 면역항암기반 복합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간동맥항암화학주입술을 시행했을 때 반응률이 43.6%에 달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지금까지 보고된 2차 치료중 가장 반응률이 좋은 결과다.    

세포 기반 면역 치료는 혈액암에서 큰 성공을 거둔 치료 방식이다. 이 방식은 혈액암을 넘어 간암 등의 고형 종양에도 최근 많은 임상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세포치료에는 비유전자 변형 세포치료(사이토카인 유도 살해 세포[CIK], 동종 자연살해 세포 및 종양 침윤 림프구[TIL])와 유전자 변형 세포치료(예: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및 T세포 수용체 변형 T세포[TCR-T])가 존재한다. 

간암의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는 항체로부터 유래된 단일사슬 Fv 단편(ScFv)을 외부에 노출시키고, 이는 세포 내의 내부 도메인과 연결되어 CD3ζ 신호 전달이 가능하게 설계된 형태다. 간세포암종에서는 글리피칸 3, 알파 태아 단백질, c-MET, EpCAM 과 같은 다양한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 표적들이 발견됐다. 현재 글리피칸 3을 표적으로 하는 여러 1/2 상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최근 1차 이상의 전신 치료에 실패한 진행성 간암 환자들 24명을 대상으로 글리피칸 3를 타깃으로 하는 CAR-T 세포 1상 임상 결과가 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 발표되었는데, 객관적 반응률, 질병 조절률은 각각 50.0%와 90.9%로 우수한 성적이 나타났다. 

또한 신경계 독성(ICANS)은 나타나지 않았고,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은 91.7%의 환자에게서 나타났지만 그중 3단계 이상의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은 1명에서만 나타났다. 이는 양호한 독성 프로파일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향후 효과가 뛰어난 치료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간암의 치료 성적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환자들이 체중 감소, 통증, 식욕부진, 복수 등의 증상이 생긴 이후 병원을 찾고 진행성 간암으로 진단되기 때문에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진행성 간암에서도 다양한 치료 방법에 경험이 많은 전문의를 믿고 치료를 받으면 생존 기간 연장과 더불어 완치의 기회도 잡을 수 있다. 오히려 전문의 진료를 거부하고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 및 민간요법에 매달리면 간 기능이 나빠지고 종양이 더욱 진행하여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된다.


|기고| 성필수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면역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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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작성시간 : 2024-07-29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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