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차게 디지털헬스 사업 도전한 롯데·카카오…소비자 외면

롯데헬스케어, 2년 반 만에 사업 정리 검토 나서 
카카오헬스케어 파스타 이용자 수 10만명 선 그쳐 
"앱 차별성 없어"…무분별한 CGM 사용 부추긴단 지적도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4-09-11 11:59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 뛰어든 대기업들이 쓴 맛을 보고 있다. 롯데헬스케어는 설립 2년 반 만에 사업 정리 수순을 밟는가 하면 카카오헬스케어가 내놓은 모바일 혈당 관리 플랫폼 '파스타(PASTA)'도 좀처럼 이용자 수를 늘리지 못하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헬스케어 사업 정리를 검토 중에 있다. 롯데헬스케어는 롯데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2022년 4월 설립됐다. 차기 그룹 성장 동력으로 헬스케어를 낙점하고, 유전자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개인 건강관리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그 첫 번째 주력 사업으로 지난해 9월 캐즐(CAZZLE)을 선보였다. 이용자가 제공 동의한 건강검진 데이터, 건강 설문정보, 유전자 검사 결과와 실시간으로 직접 기록할 수 있는 운동, 식단, 섭취 영양제 등을 인공지능(AI) 알고리즘으로 통합 분석해 맞춤형 건강 정보와 쇼핑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인 사업이다. 

그러면서 회사는 '헬스케어 생태계' 구축으로 올해 말까지 가입자 100만명 유치를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에는 235억원을 투자, 테라젠바이오와 함께 테라젠헬스도 세웠다. 

안정적인 개인 맞춤형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위한 소비자 대상 직접 시행(DTC, Direct to Customer) 유전자 검사 키트 '프롬진(Fromgene)'까지 출시했다. 

하지만 캐즐 이용자 수 확산 속도는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개인 유전자 분석 서비스 외에는 유의미한 매출처 확보가 쉽지 않았던 점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 롯데헬스케어 감사보고서(연결 재무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약 8억4000만원 중 7억5000만원이 테라젠헬스 매출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약 229억원이었다.

카카오헬스케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해 2월 AI 기반 모바일 혈당 관리 서비스 파스타를 출시했지만, 가입자는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파스타는 카카오헬스케어 황희 대표가 점찍은 회사 B2C 사업이다. 국내 당뇨병 인구가 600만명에 달하는 만큼, 연속혈당측정기(CGM)와 모바일 앱을 연동해 개인에게 혈당 관리 관련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게 사업 골자다.    
하지만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따르면, 9월 10일 기준 파스타 누적 다운로드 수는 10만회 미만에 그친다. 애플 앱스토어 다운로드 수를 합치더라도 파스타 총 이용자 수는 약 10만명에 그칠 거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기술탈취 의혹을 산 모바일 혈당관리 서비스 기업인 닥터다이어리 이용자 수에 한참 모자라는 수치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앞서 파스타 서비스 기획 단계부터 해당 서비스를 먼저 시작한 닥터다이어리의 사업모델을 베꼈다는 주장으로 인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닥터 다이어리 누적 다운로드 수는 올해 7월 기준 170만건을 돌파한데 이어 앱과 이커머스 통합 월간활성이용자 수(MAU)는 40만명을 돌파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는 이들 앱에 "차별점이 없다"고 지적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모바일 혈당관리 서비스 앱이나 CGM 제조사가 제공하는 앱과 큰 차이를 못 느낀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화된 생활 관리가 차별점이라 내세우지만, 기존 회사와 서비스는 크게 다르지 않다"며 "이용자 쏠림 현상이 큰 플랫폼 특성상 대기업이라도 단 시간에 기존 업체들의 파이를 뺏어오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리어 부적절한 혈당 관리만 부추긴다는 의견도 나온다. CGM은 실시간 혈당 관리가 필요한 1·2형 당뇨병 환자 관리 용도로 출시된 의료기기다. 하지만 최근 블로그나 SNS 상에서는 CGM이 비 당뇨인들의 다이어트 수단으로 무분별하게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당뇨학회는 지난 3월 성명을 통해 "당뇨병이 없는 사람의 체중 감량을 위한 CGM 사용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비만 관리 목적으로 CGM을 사용하는 것은 객관적인 의학적 근거가 없다"고 경고했다. 

익명을 요구한 가정의학과 A전문의도 "혈당 다이어트란 이름으로 혈당 상승을 억제하면, 과도한 인슐린 분비를 방지해 체중 증가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은 아직까지 의학적 근거가 없다"면서 "카카오란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친숙한 이미지다 보니 오히려 젊은층 사이에서 CGM 사용이 유행이 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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