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정부가 신의료기기의 원활한 시장진입을 위해 관련 절차를 대폭 간소화한다.
신의료기기 대상은 의료 인공지능(AI) 진단보조기와 디지털치료기기, 체외진단기기 등 혁신 기술을 갖고 있으면서도 위해성이 없는 품목이다.
이들 품목에 대해서는 임상현장에서 3년간 한시적으로 비급여 사용토록 한 뒤, 신의료기술평가 등을 거쳐 급여나 비급여 트랙으로 지속 사용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 현행 제도, 산업발전 속도 못 따라가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새로운 의료기기의 시장진입 절차 개선방안 공청회에서 이 같은 방향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오상윤 의료자원정책과장은 "혁신적 신의료기기는 임상평가를 거쳐 하가를 받은 경우 3년간 시장에 즉시 진입하게 할 것"이라며 "3년이 지나면 신의료기술 평가와 건강보험 등재를 동시에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선진입 제도 개선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연내 확정할 것"이라며 "적용 품목도 식약처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본격적인 시행 시기는 내년 하반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선 진입 후 평가' 제도 개선안을 마련한 배경으론 현행 시장진입 제도가 산업발전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실제 복지부는 신 의료기기의 선진입을 위해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제도('15~) ▲혁신의료기술평가 제도('19~) ▲혁신의료기기통합심사평가 제도('22~) 등을 내놨지만, 여전히 미진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오 과장은 "하나의 의료기술이 보험에 등재되기 까지 경우에 따라서는 1000일 이상 걸리기도 한다"면서 "이들 제도가 생각보다 절차가 복잡하고 숨어있는 행정 규제도 있어 산업계 우려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임상현장 실사용 도중 환자 사고 등 안전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퇴출토록 하는 안전장치도 만들겠다고 했다.
◆ 의료기기 인허가 강화한 '임상평가제도' 연내 발표
시장 선 진입 대상이 되는 품목 선정 과정은 산업계와 의료단체 등 의견 및 수요조사와 기관 간 협의를 통해 고시된다.
선진입 대상 의료기기는 1년에 한 번 고시를 통해 선정하지만, 향후엔 반기별로 고시한다는 방침이다.
디지털치료기기 등 하나의 특정 기술로 묶어 진입 대상을 전면 확대하는 방향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성홍모 의료기기정책과장은 "우선 진입 검토 대상으론 디지털치료기기나 AI 영상 분석 솔루션, 심전도 측정을 통한 심근경색 예측 웨어러블기기 등 안전성이 확보된 제품부터 첫 단계로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 설명했다.
다만 의료기기 인허가 단계에서 보다 국제적 수준의 임상평가 절차를 만들어 안전성·유효성 검증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식약처는 가칭 '의료기기 임상평가제도'를 도입한다. 임상평가제도에서는 기존 임상시험결과보고서에 더해 동등하거나 유사한 의료기기의 임상문헌고찰까지 심사하게 된다.
성 과장은 "유럽의 IMDF나 ISO 수준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강화하자는 필요성이 지속 제기돼왔다"면서 "올해 안에 임상평가제도 부분들을 식약처 고시로 담아 입법예고 하려 준비 중에 있다"고 했다.
◆ 3년 임상 사용서 중간 검증단계 만들어야
정부의 신의료기기 선 진입 제도개선 예고에 의료계와 소비자단체는 일부 우려를 나타냈다.
서울아산병원 임영석 교수는 "임상근거 창출을 어떻게 담보할 것이냐가 핵심이 될 것"이라면서 "3년간 임상현장에서 축적되는 임상 자료를 중간 시점에 한 번도 검증하지 않고 마지막 단계에서만 검증하는 것에 대해 우려가 많다. 수집되는 자료를 누가 보더라도 믿을 수 있겠다 하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유미화 대표는 "선 진입에 대한 기준이 있으면 퇴출에 대한 기준도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며 "이 퇴출 기전에는 소비자도 참여해 의견을 묻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산업계는 정부의 제도개편 방침에 반색하면서도 업계 입장을 반영해 줄 것을 강조했다.
메디컬아이피 권준명 대표(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엄격한 검증을 거쳐 인허가를 받은 의료기기가 곧바로 시장에 직행해 근거를 창출하고, 최종 보험 인정을 받는 과정은 글로벌 기준에 맞춰 변화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새로 생기는 이 제도와 기존 제도 사이 관계성에 대해 조금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 말했다.
국내 디지털치료기기 4호를 허가받은 쉐어앤서비스 최희은 대표(재활의학과 전문의)는 플로어 질의에서 "디지털치료기기의 경우 기존 선진입 제도를 통해 급여와 비급여 트랙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게 해줬지만, 처방료가 5230원밖에 안 돼 급여시장 진입이 어렵다"라며 "환자의 경제적 부담은 줄이면서도 많이 사용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며 현실적 수가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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