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의정갈등에 가라앉은 학술대회 분위기…난감한 제약사들

최인환 기자 (choiih@medipana.com)2024-11-21 12:05

[메디파나뉴스 = 최인환 기자]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정 갈등에 의료계 학술대회 분위기가 예년 대비 가라앉고 있다. 전공의 파업 등으로 인해 학술대회 참석자 수가 줄어들면서 학회 후원을 진행하는 제약사들도 난처한 모습이다.

제약바이오 분야 출입을 하다보면 취재를 위해 의료계 학술대회에 다녀올 일이 빈번하다. 학술대회라는 것이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 분야 종사자들에게 새로운 연구를 접하고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동시에, 제약사들에게는 자사가 주력하고 있거나 새롭게 허가받은 품목을 소개하고 임상을 진행 중인 신약 후보물질의 스터디 결과를 말하는 자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많은 의학회들이 공식적으로 매년 두 번 개최하는 학술대회에 가보면 학회와 제약사·의료기기사들이 서로 협업하며, 학회 후원과 함께 홍보 부스를 차리고 자사 품목을 알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학회는 이들의 후원액에 따라 '골드', '다이아몬드', '플래티늄' 등으로 등급을 나눠 학회장을 후원사 이름이나 약품으로 장식하고 있고, 이름표 끈에는 제약회사의 이름이나 약품명을 표기한다. 학회 참석자들에게 나누어 주는 가방에도 업체의 로고가 박혀 있고, 가방 안에 들어 있는 프로그램 책자에는 이들의 광고물들이 들어 있다.

그러나 올해 학술대회 현장은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라앉은 모습이다. 이는 활발하게 학술대회에 참석하며 견문을 넓혀야 할 전공의들의 모습이 줄어든 것과 관련이 있다. 덩달아 학술대회에 참석한 의료진들에게 자사 제품을 널리 알리려고 해도 알릴 대상이 찾아오지 않아 제약사들도 맥이 빠진 모습이다.

실제 학술대회에 홍보 부스를 차린 업체 관계자들에게 이번 학회는 예년에 비해 어떤지 물어보면 "예년에 비해 학회에 참가하시는 선생님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특히 전공의들이 학술대회에 참여한 모습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는 공통된 대답이 돌아왔다.

참여자 수가 줄어들면 홍보에 나서는 제약사 입장에서도 후원 규모에 대해 고려할 수도 있다. 이들이 학회 후원에 나서는 것은 어디까지나 많은 의료진에게 자사 제품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간 줄곧 진행해온 특정 학회 부스 후원을 선뜻 빼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규모의 축소에 대해서는 고려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학회로서도 이는 달갑지 않다. 특히 질환과 치료법 등 의료 발전이 이뤄짐에 따라 학회가 세분화되고, 후원 유치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후원 규모가 줄어들면 많은 비용이 필요한 학회논문집이나 학회 개최・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의학 연구 활성화와 결과 전달 등에도 차질을 빚게 만든다.

이러한 가정이 필요없어지기 위해서는 학회 학술대회에 전처럼 많은 의료진들이 찾아올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현재 진행 중인 의정 갈등이 해결돼야 한다. 그 열쇠를 쥐고 있는 정부가 현명한 판단을 통해 의정 갈등을 해소하고, 학회 학술대회도 이를 후원하는 제약사들도 전과 같이 분위기를 끌어올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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